제2 슈퍼 주총데이
(주)LG·기아차·GS 등 주요 안건 무난히 처리
SK, 최태원 등기이사 재선임…대한항공, 한진칼홀딩스 의결
지난 15일에 이어 주요 대기업들의 주주총회가 한꺼번에 열린 22일. ‘제2의 슈퍼 주총 데이’는 현대상선 등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조용히 마무리됐다. 대다수 기업 주총이 시작한 지 한 시간 안에 끝났다.
가장 주목을 받은 곳은 포스코다. 정권 교체 시기마다 주총을 앞두고 외풍을 겪은 ‘전례’가 있어서다. 2003년 노무현 정부 때 유상부 회장, 2008년 이명박 정부 때 이구택 회장이 주총 직전 갑작스럽게 물러났다. 올해는 조용히 지나갔다.
포스코는 이날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정기 주총과 이사회에서 박기홍 전략기획총괄 담당 부사장과 김준식 성장투자사업부문 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장인환 탄소강사업부문 부사장을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각각 선임했다. 이로써 포스코는 기존 대표이사인 정준양 회장을 포함해 4명의 대표이사 체제를 갖췄다. 포스코 관계자는 “부문장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경영을 총괄하는 대표이사는 정 회장 한 명뿐”이라고 설명했다.
신임 박기홍 사장은 포스코경영연구소 대표이사와 경영전략실장, 성장투자사업부문장 등을 지냈다. 김준식 사장은 광양제철소장을 거쳐 스테인리스사업부문장으로 일해왔다. 장인환 부사장은 열연마케팅실장, 포스코P&S 사장, 성장투자사업부문장 등을 거쳤다.
포스코 내부에선 과거와 달리 올해 주총을 무난히 넘기면서 정 회장 중심 경영체제를 유지한 점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정 회장은 주총에서 “회사와 고객의 성공을 동시에 추구하는 ‘가치경영’을 실천하겠다”며 “재무건전성을 전제로 한 안정적인 투자를 하고 해외 전략지역에서 철강사업도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기업 주총도 별다른 잡음 없이 진행됐다.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열린 기아차 주총은 오전 9시에 시작해 30분 만에 끝났다. 기아차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과 박한우 부사장(최고재무책임자)을 각각 기타 비상무이사와 사내이사로 재선임했다. (주)LG는 오전 9시에 주총을 시작해 재무제표 승인 등 4개 안건을 19분 만에 처리했다. 구본무 LG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했고 강유식 부회장 대신 이혁주 (주)LG 재경팀장을 사내이사로 새로 선임했다.
SK(주), SK이노베이션 등 SK그룹 계열사 주총도 조용히 지나갔다. 최태원 회장의 등기이사 재선임 여부로 관심을 끈 SK C&C 주총은 40여분 만에 끝났다. 1%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위임장을 통해 최 회장의 재선임에 반대의사를 표시했지만 결과에 영향을 미치진 못했다.
(주)GS는 주총에서 허창수 GS그룹 회장, 허동수 GS칼텍스 회장 등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했으며, 롯데쇼핑도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을 사내이사로 다시 선임했다. (주)LS는 주총 직후 이사회를 열어 구자홍 회장 대신 구자열 회장을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했다.
대한항공 주총은 배당 문제로 약간 시끄러웠다. 2년째 배당을 하지 않은 데 대해 일부 주주들이 불만을 제기했다. 대한항공은 주총에서 오는 8월 ‘한진칼홀딩스’라는 지주회사를 설립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지난 10일 이운형 회장이 갑자기 별세한 세아그룹도 이날 주총을 열었다. 세아제강은 기존 3인 대표체제를 이휘령 사장과 하재우 부사장 2인 대표체제로, 세아베스틸은 이승휘 부회장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바꿨다.
이날 주총에선 주요 기업 대표이사들이 올해 경영목표도 내놨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주총에 배포한 사업보고서 인사말을 통해 “올해 국내외 시장환경이 매우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품질 혁신을 통한 브랜드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형근 기아차 부회장은 “올해를 기아차가 생산판매 300만대를 넘어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도약하는 해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본무 회장은 영업보고서 인사말을 통해 “장기적인 안목에서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매진하겠다”며 “주력 사업에서 시장 선도 상품을 끊임없이 선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욱진/이태명/전예진/정성택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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