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국 주파수 허가권
새누리 "미래부가 관할" … 민주 "방통위서 허가"
지난 17일 여야가 합의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암초를 만났다. 지상파 방송사의 무선국(전파 송수신 설비)의 허가권과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의 ‘변경허가권’을 놓고 여야가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서 정부조직법 처리를 위한 20일 국회 본회의는 오후 늦게까지 열리지 못했다.
여야는 당초 본회의를 20~21일 이틀에 걸쳐 열기로 한 만큼 21일까지는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 두 쟁점에 대해 어느 한 쪽이 물러서지 않는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가 4월로 넘어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는 이날 방송법 개정안 등 정부조직법 부속 법안을 심사했으나 여야 간 첨예한 의견 대립으로 진통을 거듭했다.
최대 쟁점은 지상파 방송사의 핵심 설비 중 하나인 무선국의 주파수 사용 허가권을 누가 갖고 가느냐의 여부다. 무선국은 방송용 전파를 쏘는 데 필요한 설비다. 여야는 지난 17일 합의문에서 지상파 방송사와 종합편성채널, 보도채널 등은 방통위에, 전파·주파수 관련 사항은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하기로 했다.
새누리당은 무선국을 단순히 전파를 관리하는 곳으로 간주해 미래부에서 관할하는 게 옳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통합당은 무선국 허가의 핵심 요건이 방송용 주파수(방통위 관할로 여야 합의)인 만큼 방통위가 허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기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무선국 개설 허가는 (해당 방송사가) 기술적으로 주파수를 사용할 수 있는지, 자격을 갖춘 통신 전문가를 고용했는지 여부 등을 심사하는 것으로 방송 내용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문방위 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는 유승희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것처럼 지상파 방송과 관련한 모든 권한을 방통위에 존치시키는 것으로 합의하지 않았느냐”고 반박했다.
SO의 변경허가권 문제도 논란이 됐다. 양측은 최근 정부조직법 개정 합의에서 SO의 허가·재허가권을 미래부가 행사하되 방통위의 사전 동의를 받기로 했지만 변경허가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던 게 화근이 됐다. 변경허가는 △SO의 합병·분할 △개인사업자가 법인으로 전환 △방송 분야 및 구역 변경 등 사례에 적용된다. 민주당은 허가·재허가와 마찬가지로 변경허가에 대해서도 방통위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 반해 새누리당은 미래부가 맡는 게 바람직하다며 맞서고 있다.
이호기/김정은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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