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신입사원 류휘열 씨
UCLA 채용설명회 여친 소개로 지원
야후 등 美 기업들 관심 안 두고 LG화학만 기다려
20대 초반 미국행…거친 인생이 좋아
소형배터리 분야서 유쾌한 성장 꿈꿔
“해외마케팅 영업은 뻔뻔함이 필요해요. 하루 열 번이라도 같은 사람에게 전화할 수 있는 그런 뻔뻔함….”
미국 유학생 출신의 신입사원이 나온다기에 기자는 약간 걱정이 됐다. ‘한국말을 못하면 어쩌지…’ 하지만 기우였다. 뻔뻔할 줄 아는 신입사원이었다. 자만이 아닌 당당함에서 나온 뻔뻔함이었다. LG화학 신입사원 류휘열 씨(29)는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면서 도를 넘지 않는 젊은이였다.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동관 25층 회의실에서 그를 만났다.
○UCLA 경제학도 LG화학에 입사하다
“LG화학이 해외 유학생을 뽑으러 UCLA에 온대!” 2011년 10월. 사귀던 여자친구가 한국 기업의 채용정보를 귀띔했다.
전기과 석사과정을 밟던 여자친구는 LG화학이 UCLA의 석·박사를 대상으로 채용설명회를 여는데 그중 해외마케팅 영업부문도 있다고 전했다. “LG는 알았는데 LG화학은 솔직히 몰랐어요. 그런데 여자친구가 ‘배터리 사업 분야 글로벌 톱기업’이라고 추천했지요. 더욱이 해외마케팅 인력을 채용한다기에 좋은 경력을 쌓을 수 있을 것 같아 채용설명회장을 찾았죠.”
채용설명회를 통해 마음을 정한 류씨는 온라인으로 즉시 원서를 냈다. “당시 구글·야후 등 미국 기업들이 캠퍼스 리크루팅을 했지만 여자친구의 말을 믿고 LG화학의 답변을 기다렸지요.”
마침내 LG화학으로부터 반가운 이메일 한 통을 받았다. ‘오는 11월17일 LA로 인터뷰하러 오세요.’ 면접은 LA 중심가 한 호텔에서 진행됐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게 1차면접이었어요. 신정원 LG화학 글로벌HR팀 부장이 직접 오셨더라고요.”
(LG화학은 해마다 미·일·유럽 등지의 연구·개발(R&D) 석·박사 인재 50여명을 확보해 졸업 후 입사토록 하고 있다. 또한 학사급 엔지니어와 영업마케팅 인재도 20여명씩 채용하고 있다. 해외 채용 비중은 전체의 10~20%에 달한다.)
15분간 이어진 심층 인터뷰에서 류씨는 처음 경험하는 취업 면접이라 무척 긴장했다고 회상했다. “가족은 어떻게 되며, 어디서 근무하고 싶은지, 무엇을 가장 잘하는지, 한국에 오기가 어렵지 않은지, 제가 지원한 소형배터리 분야에 대한 관심도는 어느 정도인지를 물어봤어요.”
지난해 2월 미국 동부 뉴저지에서 2차 면접을 봤다. 면접엔 최고인사책임자(CHO)를 비롯해 임원 2명과 인사부장이 함께했다.
“그냥 한번 원서를 넣어본 건지, 정말 LG화학에 들어오고 싶은지를 질문하셨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고 미국에서 자유롭게 살다가 빠듯한 한국 생활을 견딜 수 있을지 등. 야간근무가 잦은데 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도 받았어요.”
류씨는 특별히 면접 때 기억나는 것으로 1분 자기PR을 들었다. “처음엔 영어로 말했다가 분위기가 그게 아닌 것 같아서 다시 한국말로 ‘저의 강점은 팀 만들기를 통해 함께 성장하고 재밌게 일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 기억이 납니다.”
○“LG화학에서 ‘미션 임파서블’ 기대하세요”
한국에서 태어난 류씨는 다섯 살 때 교수인 부모님을 따라 미국으로 갔다. “여덟 살 때 아버지를 따라 한국에 돌아왔어요. 청주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왔지요. 공부보다는 놀기를 좋아해서 대학 대신 카투사에 입대했습니다. 제대 후엔 미국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2년간 공부한 뒤 운좋게 UCLA에 들어갔습니다.”(커뮤니티 칼리지는 2년제 공립대로 일정 학점을 이수하면 4년제 대학에 편입할 수 있고 학비도 일반 대학의 10분의 1로 저렴하다. 학비 부담을 갖는 많은 미국 학생이 커뮤니티 칼리지 2년, 일반대 2년의 코스로 활용하고 있다.)
20대 초반 혼자 미국으로 갈 결심을 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았다. 하지만 류씨는 부모님께서 항상 하신 말씀이 원동력이 됐다고 했다. “아버지는 제게 ‘부족한 것을 보충하기보다 잘하는 것을 더 계발해 최고가 돼라’고 하셨어요. 제 능력에 비해 지금 과분한 삶을 사는 것은 오로지 부모님 덕입니다.”
지난해 7월 발령을 받아 이제 입사 7개월이 된 류씨에게 업무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물었다. 류씨는 올초 중국으로 첫 출장갔을 때를 떠올렸다. “중국어를 몰랐기에 참 난감했어요. 그래도 손짓 발짓 다 써가며 겨우 미국인 바이어와 만날 약속 장소로 갔지요. 미리 추천할 만한 중국차(茶)를 알아둔 뒤 바이어에게 차의 종류를 설명하면서 주문했더니 저보고 ‘중국인이냐’고 묻더라고요.” 영업이 뭔지 잘 몰랐지만 ‘내가 바이어라면 뭘 원할까’를 생각해 준비한 것이 효과를 본 것이다.
류씨에게 LG화학에서 어떤 도전을 꿈꾸고 있는지 물어봤다. 인터뷰 내내 우리말을 하다가 이 부분에서 영어를 사용한 류씨는 월트 디즈니가 한 말을 인용했다.
“It is kind of fun to do the impossible(불가능한 일 만큼 재미있는 일은 없다). 쉬운 길보다는 거칠고 힘든 길,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가고 싶습니다.”
류휘열 주연의 ‘미션 임파서블’이 기대된다. 류씨는 지난 16일 미국 유학 중 만난 여자친구와 평생가약을 맺었다. 아마 신혼여행지 멕시코에서 이 기사를 보면서 웃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LG화학
1947년 락희화학공업사로 출범한 LG화학은 대한민국 대표 화학기업이며 LG그룹의 모기업으로서 한국 화학산업 발전을 이끌어 온 화학업계 선두주자다. 석유화학 기초원료에서부터 첨단 정보전자소재와 그린 에너지 사업인 2차전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부가가치가 높은 정보전자소재와 2차전지 사업에 집중 투자, 전략사업으로 키우고 있다. 직원은 국내 1만3000명, 해외 7000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은 23조2630억원. 석유화학사업이 75.8%, 정보전자소재 13.6%, 전지사업이 10.5%를 차지한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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