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운동장을 거닐다가 땅바닥에 무엇인가 움직이는 것이 있어
쭈그려앉았습니다.
3㎜나 될까, 연둣빛 투명한 아기벌레였습니다. 여치인지
방아깨비인지, 얼마나 여리고 작고 그 빛이 순정하던지.
너는 어디서 왔니?
너는 어디서 왔어?
물어봅니다.
나는 너무 크고 벌레는 너무 작아
도저히 눈 맞출 수 없어
나의 말이 그 벌레에게 닿지 않아 그의 답을 듣지 못합니다.
두 손으로 땅을 짚고 엎드려
벌레를 따라갑니다.
바람이 붑니다.
내 눈이
푸르게 물들어오는
이 저녁.
우리가 한 마리 작은 벌레라는 걸 자주 잊고 삽니다. 계속 커지기만 하려고 안간힘 쓰지만, 그래봤자 이 넓은 세상 속 작은 하나라는 걸. 문득 아이였을 때로 돌아갑니다. 초록색 벌레와 함께 눈 맞추며 놀다가 맞는, 어둑어둑 평화로운 저녁….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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