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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사상사 여행] 기업가는 창조적 건설자…불확실 속에서 이윤·혁신 창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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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기업가정신 이론의 개척자 이스라엘 커즈너

기업가정신 이론을 개발해 자유주의 경제학을 가장 훌륭하게 발전시킨 인물로 평가받는 이스라엘 커즈너(Israel M. Kirzner)는 유태계 가정에서 태어나 남아프리카와 영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해 브루클린대를 졸업한 뒤 은행가가 되겠다는 생각에 뉴욕대 석사과정에 진학했다.

커즈너는 미제스의 경제이론 강의에 등록했다. 당시 미제스는 하이에크와 함께 오스트리아학파를 이끄는 핵심 인물이었다. 강의 첫날 “시장은 과정이다”라는 미제스 말 한마디가 젊은 커즈너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도대체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커즈너는 그 말을 들은 후, 평생 은사가 될 미제스와 자주 만나면서 그의 심오한 경제사상에 빠져들었다. 은행가가 되겠다는 생각을 접고 미제스의 지도로 박사과정을 거치면서 학문의 길로 들어섰다.

커즈너의 머릿속에 각인된 것은 ‘기업가정신’이라는 매력적인 키워드였다. 그는 기업가정신론을 제대로만 개발하면 ‘왜 시장은 과정인가’라는 물음도 풀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장현상에 대한 새로운 이해도 가능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다. 그래서 그는 평생 동안 기업가정신론을 개발, 자유시장의 매력적인 비전을 제시했다.

기업가정신에 대한 커즈너의 핵심 사상은 기업가의 상상력과 창조성에서 나오는 ‘기민성’이다. 이는 불확실한 세상에서 새로운 이윤 기회를 포착하는 프로정신을 뜻한다. 새로운 상품과 새로운 생산 방법 등을 창출하는 혁신도 그 같은 기업가정신의 산물이다.

흥미로운 것은 그런 정신이 작동할 수 있는 경제적 환경이다. 완전한 지식을 가진 인간들의 확실한 세계를 표현하는 ‘균형’에서는 새로운 이윤기회도, 혁신도 있을 수 없다. 그래서 커즈너는 기업가정신이 생명력을 갖는 세계는 사람들이 모르는 것이 많은, 그래서 불확실한 경제적 우주라고 주장한다. 그런 세계에서만이 불완전한 지식 때문에 충족되지 못한 소비자의 수요가 항상 있게 마련이고 알려져 있지 않은 이윤기회와 혁신거리가 계속 생겨난다는 이유에서다.

커즈너의 이 같은 사상에서 우리는 기업가의 독특한 사회적 역할을 볼 수 있다. 긴급한 수요자의 욕구를 찾아내고 이를 효과적으로 충족시킬 새로운 방법을 발견하는 것, 다시 말해 시장의 불균형을 균형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는 ‘창조적 건설’이다.

그러나 커즈너의 그런 생각은 기업가를 균형을 파괴하는 사람으로 취급하는, 그래서 ‘창조적 파괴’라고 말하는 슘페터와 다르다. 커즈너는 이윤기회도 없는 균형에서는 기업가가 나올 수 없다는 이유로 슘페터의 주장을 수용하지 않는다. 자동차의 도입이 마차산업을 파괴한 것이 아니라 폐물이 된 마차산업에 지나치게 많은 자원이 배분된 시점, 즉 불균형인 때에 자동차가 도입되었다는 것이 커즈너의 해석이다.

기업가 이윤에 대한 그의 도덕적 정당성도 눈길을 끈다. 이윤은 위험부담에 대한 대가라는 주장을 부인한다. 위험은 생산과정의 일상적인 비용, 그 이상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이윤을 불확실성에 대한 대가로 이해하는 것도 적합하지 않다. 그 대신에 그는 발견자(창조자)가 소유자여야 한다는 유명한 ‘발견의 소유자격론’을 개발했다. 이에 따르면 이윤은 발견의 대가이다.

커즈너는 기업가정신의 이해 없이는 경제발전도 파악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성장과 일자리는 혁신을 위한 민간 부문의 숱한 시행과 착오의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아이패드, 인터넷 등의 발견은 모두 시장의 그 같은 과정의 결과다.

주목할 것은 혁신의 원천이다. 어느 한 기업가의 혁신은 다른 가업가의 행동에서 나온다. 고속도로, 가솔린, 수리시설 등의 시장이 없었으면 헨리 포드의 자동차 대량생산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고든 무어가 마이크로프로세서를 고안함으로써 스티브 잡스는 개인용 컴퓨터를 조립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이 기업가정신은 더 많은 기업가정신을 가능하게 하는 환경을 조성한다. 그래서 성장은 자기증폭의 과정이라는 것이 커즈너의 설명이다. 기업가정신과 경제성장을 서로 연결시키는 것이 이윤기회의 발견이라면, 기업가의 이윤이 높다는 것은 곧 기업가가 그만큼 경제성장에 기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가의 기민성은 끝없고, 성장의 잠재력도 한이 없다. 그래서 성장의 한계라는 말은 옳지 않다는 커즈너의 주장도 매력적이다.

기업가정신의 제도적 서식지는 정치적 자유와 민주화가 아니라 경제자유라는 커즈너의 인식도 관심 대상이다. 조세, 정부규제, 재분배를 통한 정부 개입은 기업가정신을 갉아먹고 기업가적 발견을 위축시킨다고 경고한다.

이와 같이 커즈너는 경제학계가 외면하던 기업가정신 이론을 부활시켜 새로운 모양으로 개발했다. 더구나 그는 기업가 사상을 통해 비정통 경제학으로 취급받던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도 부활시켜 자유시장경제의 세계화에도 기여했다. 그를 기업가정신 이론의 개척자라고 부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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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 착취이론 오류 밝혀

커즈너 사상의 힘  

이스라엘 커즈너는 지식의 주관성과 제한성, 그리고 지식의 오류 가능성이라는 오스트리아학파의 기본적인 철학에서 기업가정신 이론을 도출해 시장과정론과 분배정의, 자유, 성장론을 체계화하고 있다.

그런데 시장경제의 본질이 기업가적 과정임에도 정통경제학에는 기업가가 빠져 있다. 주어진 여건에서 효용 극대화를 추구하는 인간을 전제하고 균형이론에 의존하는 스티글러, 베커 등 시카고학파의 경제학은 시장분석에서 기업가를 퇴출시키는 치명적인 우를 범했다는 것이 커즈너의 설명이다. 완전경쟁 모델에 대한 불만에서 독점, 과점, 독점적 경쟁 등이 고안됐지만 이것도 기업가정신을 배제했고 그래서 ‘시장과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커즈너의 위대한 공로는 경제학에서 무시당한 기업가정신을 찾아 이를 부활시켰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의 이론은 시장과정의 궁극적인 지향점을 균형이라고 전제함으로써 시장경제를 미래에 대해 폐쇄된 시스템으로 취급하고 말았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럼에도 커즈너는 기존의 이론들이 범한 오류를 극복하고 있다. 미제스와 하이에크, 그리고 뷰캐넌의 사상은 이윤의 존재를 도덕적으로 정당화하는 독립적인 원천이 없다. 그들의 분배사상에는 도덕적 공백이 있다는 뜻이다. 이를 메운 것이 발견자가 소유해야 한다는 커즈너의 분배정의다.

노동가치론에 따라, 이윤의 존재를 부정하는 마르크스의 착취이론을 명쾌하게 부정한 것도 커즈너가 개발한 발견의 소유자격론이다. 특정한 재화의 생산이 장차 이익을 가져오리라는 기업가적 발견과 비전이 없으면 노동의 투입과 함께 그 재화의 생산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생산된 재화는 기업가에 속하고 그 재화에서 계약 노임을 뺀 이윤은 당연히 생산의 발견자인 기업가에게 속한다. 그래서 기업가 이윤은 착취의 결과가 아니라는 것이 커즈너의 설명이다.

경제적 번영을 위한 기업가정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커즈너의 경제사상은 학계는 물론 정치권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창업의 수, 시장규제 등으로 구성된 기업가정신 지수를 연구해 발표하는 국제적 사례가 21세기 들어와 급진적으로 증가한 까닭도 그 같은 중요성을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커즈너는 2006년 스웨덴 정부가 수여하는 국제기업가정신 연구상을 받기도 했다.

민경국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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