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검찰은 씨앤케이인터내셔널(CNK) 주가 조작 사건에 연루된 주요 관련자를 사법 처리했다. 검찰의 조치가 나오기까지는 수사 착수 이후 1년1개월, 사건 발생 이후 2년 이상이 걸렸다.
이처럼 주가 조작(시세조종) 사건에 대한 사법 처리 기간은 길다. 이 과정에서 해당자들이 부당하게 얻은 이득을 빼돌릴 가능성이 높다. CNK사건은 그나마 사법 처리가 이뤄져 투자자로선 다행이다. 불공정 거래로 의심되는 사건 중 기소로 이어지는 비율은 5%대에 불과하다. 사법 처리를 받아도 부당 이득의 10% 이내만 벌금으로 내면 그만이다. 그러다 보니 주가 조작 사범 사이에서 ‘몇 개월만 몸으로 때우면 된다’는 얘기가 나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를 계기로 이를 근절하겠다는 게 금융당국의 계획이다.
금융위원회 등이 도입을 추진 중인 과징금제도의 장점은 주가 조작 사범에 대해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주가 조작 사범이 형사 처벌까지 가려면 2~3년의 시간이 걸린다. 김동원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지난해 발표한 ‘투자자 보호와 금융범죄’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한국거래소가 불공정 혐의로 지목해 금융위에 넘긴 338건 가운데 금융위가 검찰에 고발한 것은 138건에 그쳤다. 그나마도 검찰에 의해 기소된 것은 18건으로 기소율이 5.3%에 불과했다. 1심에서 징역형이 선고된 비율은 11.6%에 그쳤고 집행유예가 31.7%에 달했다.
이처럼 주가 조작 사범에 대한 처벌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사법판단 외에 마땅한 처벌 수단이 없는 게 현실이다. 현행 자본시장법 429조에 따르면 기업공시 위반에 한해 최고 20억원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소위 작전세력 등 불공정 거래 행위자에 대해 형사 처벌 전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기준은 없어 사실상 제도가 유명무실했다.
이에 따라 투자자 보호와 처벌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주가 조작 사범 개인에게서 신속하게 부당 이득을 환수할 수 있는 과징금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결국 새 정부의 국정과제에 과징금 제도 도입이 포함된 이후 탄력을 받고 있다.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던 법무부도 긍정적으로 태도를 바꿨다.
이창수 금감원 자본시장조사1국장은 “테마주 주가 조작으로적발돼도 벌금 몇백만원에 그치는 게 현실”이라며 “과징금 도입을 주가 조작 대책의 주축으로 삼고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동욱/안대규 기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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