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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한국 경제 최대 불명예 '트리플 디커플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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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증시·경기 '외톨이 현상'
엔달러 100엔 가시권 대책 필요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최근 세계 경제에서 ‘트리플(triple)’이라는 접두어가 붙은 불명예스러운 용어로 곤욕을 치르는 두 국가가 있다. 한 곳은 경기 면에서 ‘트리플 딥(triple dip)’에 빠져들고 있는 영국이고, 또 다른 곳은 증시와 부동산, 경기 면에서 ‘트리플 디커플링(triple decoupling)’ 현상이 뚜렷한 한국이다.

영국 경제는 전형적인 ‘트리플 딥’ 징후를 보이고 있다. 금융위기 직후 6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국면에서 헤매다가 2010년에 잠시 플러스 성장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2011년 4분기 이후 3분기 연속 재차 마이너스 성장국면에 빠졌다가 런던 올림픽이 열렸던 작년 3분기에 한때 플러스 성장을 보인 뒤, 곧바로 4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세(-0.3%)로 돌아섰다.

미국 전미경제연구소(NBER) 등은 분기 지표가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면 경기침체로 판단한다. 올해 1분기 성장률이 주목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급해진 영국 중앙은행은 마크 커니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를 차기 총재로 내정한 데 이어 일본식 재산매입 정책을 통해 파운드화 약세를 도모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한국 경제는 ‘트리플 디커플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정도가 가장 심한 게 부동산 시장이다. 미국의 집값 회복세는 갈수록 빨라지는 추세다. 캐나다, 호주 등 대부분 선진국의 집값도 고공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싱가포르, 홍콩은 거품을 우려할 정도이고, 중국은 마침내 강력한 부동산 규제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한국의 집값 하락세는 지속되고 있다.

증시도 마찬가지다. 올 들어 선진국과 신흥국 주가는 각각 평균 6% 정도 올랐다. 특히 미국의 다우존스지수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코스피지수는 작년 말 수준이다. 게다가 한국 증시를 이끌어왔던 자동차, 전자 등 대표업종의 주가가 내려가 투자자들이 느끼는 체감 주가 수준은 훨씬 낮다.

경기는 성장률이 이미 2%대로 떨어졌다. 로스토우의 경제발전단계 이론상 1인당 소득 2만2000달러대의 적정 성장률인 4~5%대에 비해 턱없이 낮아 ‘조로화’와 ‘중진국 함정’에 대한 우려가 함께 제기된다. 일본의 아베식 대책과 미국 증시 호조, 북한 문제 등이 일시에 겹치면서 이제는 엔·달러환율 100엔이 가시권에 들어온 엔저 피해가 이런 우려를 확산시키는 요인으로 가세할 가능성이 높다.

더 우려되는 것은 종전의 디커플링 현상은 선진권과 신흥권 간에 발생했지만, 최근에는 한국에만 나타난다는 점이다. 그야말로 외톨이 현상이다. 유럽 위기 등이 글로벌 성격이 짙은 점을 감안하면 트리플 디커플링 현상은 한국의 내부 요인으로 비롯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정책당국자와 정치권이 ‘대외요인 탓’이라고 말하는 것은 책임 회피성인 잘못된 판단이다.

한국 내부 요인 가운데 북한 문제는 아직 큰 영향을 주지 않고 있다. 김정은 체제 이후 지정학적 위험이 지속돼 왔지만, 해외 시각에나 외국인 움직임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 한국 국민들도 많이 성숙해져 북한 사태에 따라 흔들리는 ‘인포 데믹(information+epidemic의 합성어)’ 현상은 이번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결국 한국 경제의 ‘트리플 디커플링’ 현상은 소극적인 정책 요인과 이를 제때 결정하고 집행하지 못하도록 발목 잡고 있는 정치권에서 비롯된다. 5년 전 미국은 사상 초유의 위기를 당해 깊은 나락으로 추락만 하던 경제를 살리기 위해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서너 단계씩 인하하는 ‘빅 스텝(big step) 금리 인하’와 ‘헬리콥터 벤’ 식 돈 푸는 정책을 추진했다.

뒤늦긴 했지만 유럽과 일본도 미국의 통화정책을 따랐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취임 이후 긴축보다 성장을 우선하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유럽 위기가 해결의 실마리를 잡아가고 있다. 일본도 아베 정부가 출범한 이후 발권력을 동원한 엔저(低) 정책으로 주가가 급등하는 등 모처럼 경제활력을 되찾는 분위기다. 다른 국가도 마찬가지다.

한국 정책당국의 태도는 소극적이다. 특히 통화당국이 그렇다. 위기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금리 인하를 비롯해 돈을 푸는 데 적극적이어야 한다. 정책 환경이 변화된 것을 감안하지 않고 물가안정만을 고집해 금리변경 시기를 번번히 놓쳤고 돈을 푸는데 인식했다. 부작용이 우려된다면 최소한 경쟁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경제를 안정시킨 이후, 그때 가서 금리를 올리고 돈을 회수해도 된다.

재정 정책도 건전화에만 너무 신경을 썼다. 소득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33% 안팎으로 재정 지출에 여유가 있었던 한국으로서는 위기에 따라 충격이 예상된다면 재정 정책을 적극적으로 운영했어야 했다. 설령 재정 적자가 커진다고 하더라도 미래 세대의 재원을 당겨 써 세대 간 균형을 유지하면 별다른 무리가 없다. 그것이 재정 정책의 장점이자 운용의 묘다.

정치권은 더 우려된다. ‘트리플 디커플링’이 나타날 정도로 외톨이 현상이 발생하면 정책과 이를 집행할 책임자를 빨리 결정해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줘야 한다. 지금처럼 당리당략을 앞세워 정치권이 난맥상을 보이고, 가장 중요한 때 새 정부의 손발을 묶어놓으면 우려 차원에서 제기하고 있는 ‘조로화’와 ‘중진국 함정’이 현실로 닥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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