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말씀드린 바와 같이 1번 요약 방식의 구체적인 실례를 보여 드리도록 할게요. 이번주에도 마찬가지로 PDF를 신청하실 수 있으니, 신청하셔요! 우선 1번 요약은 ‘제시문 (가)’를 주어로 사용하는 <외연+내연> 방식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은 채, 이 연재를 보셔야 합니다.
제시문 (가)
대통령 선거가 가까워지면 으레 대선 주자들과 명당을 결부시키는 호사가들의 입방아도 바빠진다. 대선이 가까워지기만 하면 누구는 명당을 찾아 어디로 이사한다느니 누구의 조상묘가 왕기가 서린 명당이라느니 하는 이야기가 눈에 띈다. 그러나 과거의 대선 주자들치고 왕기가 서렸다는 명당으로 조상묘를 이장하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지만 실패한 사람이 부지기수이다.
어떤 이들은 풍수설을 과학이고 인문지리라고 한다. 그러나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 누군들 부귀영화를 누리지 않겠는가? 어찌 말라비틀어진 무덤 속의 뼈가 자신의 후손을 잘되게 할 수 있겠는가? 하루바삐 이에 대한 다른 대책이 나와야 할 것이다.
<문제> (가) 제시문을 1번 요약 방식으로 요약해보자.
이 문장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풍수지리설에 따라 묫자리를 옮긴 대선 주자들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대부분 실패했다.
-이렇듯, 풍수지리설은 과학이 아니므로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가장 흔히 쓰이는 1-③번 방식으로 해보도록 할세요. 외연+내연의 순서에다가, 중간에 <이를 통해>로 연결시키는 것이지요.
여기서 ⓐ문장은 다음과 같이 고쳐도 무방합니다. → 필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보는 바와 같이 가장 흔한 형태는 외연이 언급된 후 이로부터 내연이 뽑히는 형태입니다.
1번 요약의 경우, ①~⑤번 모두 매우 빈번하게 사용되므로, 이를 철저히 익히도록 해야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1번 요약 형태를 확실하게 익히는 것만이 요약을 빨리 마스터할 수 있는 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뒤에 나오는 요약 형태의 기본이 되는 것이므로 반드시 익혀놓아야 합니다.
자, 그럼 이제 또 다른 요약 방식인 3번 요약 방식을 보도록 하지요. (어라? 2번은 어디갔냐고요? 2번이나 4번, 5번 요약은 아직 배울 단계가 아니므로 나중에 가르쳐 드릴게요. 가장 기본이 되는 두 가지 방식부터 배웁니다.)
기본패턴 3 : <-에 의하면>, (따르면)
언제 사용하나? 설명문이거나, 요약의 분량을 늘려야 할 때
이것은 제시문에 요구된 분량이 많거나, 좀처럼 핵심을 잡아서 요약하기 어려울 경우 사용합니다. 핵심을 딱 제시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매우 편리한 방식입니다. 이렇게 나누어 쓰기 위해서는 ‘제시문’을 주어로 놓지 않고 써야 합니다. 즉, 제시문 내의 주체가 되는 인물이나 사건/사태를 주어로 하여 그에 대한 서술을 하는 것이지요. 이것은 특히 어떤 이론이나 설명문을 요약할 때 요긴하게 쓰일 수 있으니 잘 기억해야 합니다.
다만, 3번 패턴에서 학생들이 가장 잘 저지르는 실수는 <주장한다>와 같이 1, 2번 요약패턴에서 나올 법한 인용동사를 넣는 것입니다. 이것만 주의하면 됩니다! 여기서는 제시문이라는 주어가 없으므로 그에 따른 동사도 필요 없습니다! (정말 많이 틀리지요!) 다만 그 문장 이후의 진행에 있어 내연에 해당되는 부분에 <인 것이다> 정도만 서술해주면 됩니다. (1번 요약과 동일하게 내연처리하는 것이죠.) 자, 그럼 이 요약 패턴 역시 예시를 보여 드릴게요.
(가) 현대사회의 또 다른 문제점으로 가치전도(價値顚倒) 현상을 들 수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계몽된 인간 사회에서는 물질적 가치보다 정신적 가치를 우위에 두는 경향이 뚜렷하였다. 인류의 스승인 성인들의 삶이 그러하였고, 각종 교육과 종교 및 문화 또한 바로 정신적 가치를 고양시키려는 일련의 노력이었다. 그런데 산업 혁명 이후 가치 전도 현상이 급속도로 퍼져 나가면서 황금 만능주의, 과학 기술 만능주의, 감각주의 등과 같은 물질적 가치가 활개를 치게 되었다. 이렇다 보니 보다 더 중요한 생명의 가치나 도덕적 가치, 자연환경의 가치 등이 약화되고 이제는 무엇이 중요한 가치인지조차 망각하는 아노미(anomie)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다.
이는 현대사회가 도구적 이성을 과도하게 중시한 나머지 인간의 도덕성, 심미성 등 인간이 가지는 여러 다른 특성들을 철저하게 무시했기 때문이다. 도구적 이성이란 우리가 주어진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서 수단을 어떻게 마련하는 것이 가장 경제적인가를 계산할 때 의지하는 합리성이다.
이 제시문은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정리될 수 있습니다. (모두 정리하니 꽤 길죠?)
- 인간 사회에서는 물질적 가치보다 정신적 가치를 우위에 두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산업 혁명 이후 물질적 가치가 정신적 가치를 압도하는 가치전도 현상이 급격히 퍼져 나갔다.
-이러다 보니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조차 망각하는 아노미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목적에 부합한 수단만을 강구하는 도구적 이성을 강조한 나머지 인간적 특성들을 무시했기 때문에 나타는 것이다.
3번 요약이라면, 별 걱정 없이 쭈루룩 정리할 수 있습니다. 앞에 <(가)에 의하면>을, 뒤에 <인 것이다>만 붙여주면 끝나기 때문이죠.
전에 이미 말씀드렸지만, 마지막 부분에서 <인 것이다>와 같은 어미를 쓴 것은, 어찌하든 내연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입니다. 이런 어미가 등장하지 않으면 내가 정리한 내연인지, 아니면 그냥 의미 없는 외연인지 구분이 되지 않으므로 반드시 사용해줘야 합니다!
자, 그럼 요약하는 방식을 총정리해보겠습니다.
① 필요한 정보를 제시문에서 뽑아낸다.
기본적으로 제시문의 내용들은 혹시나 이해하지 못하는 독자들을 위해 중복된 내용들을 많이 담고 있습니다. 핵심적인 말을 해놓고도 이해하지 못할까 봐 부연을 몇 차례 던지는 것이지요. 뜻풀이를 하거나, 예시를 담거나 하는 등의 방법으로 하나의 뜻을 서술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하나의 뜻(S+V)을 찾아냅니다.
② 각 내용간의 연결관계를 파악한다.
그 뽑아낸 내용들의 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합니다. 그 관계란 것은 기껏해야 <원인과 결과>라든지, <비례관계(예시)>, <부정과 긍정(not A but B)>, <연쇄적 설명(수식어구>, <나열(설명문)> 정도일 것입니다. 이에 맞게 연결어를 구성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것이 가장 핵심적인 일이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주어진 문장끼리의 관계를 파악하는 것에 가장 많은 요약시간이 허비되곤 하니까요.
③ 외연과 내연을 구분할 수 있는 지점을 찾는다.
외연과 내연의 관계도 위에 보이는 관계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외연에서 직접 내연이 찾아지느냐의 문제는 곧, 하나의 제시문 안에 <내연이 포함되어 있느냐(주장문)><포함되지 않느냐(설명문)> 정도로 나눠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즉, 일반적인 경우라면 찾아낸 문장들을 <적절한 분량으로 나누거나> 혹은 <인과적 관계에 따라 나누면>됩니다. 하지만 내연이 없을 경우에는 전체 결론이나 문제의 조건에 따라서 내연을 직접 만들어내야겠지요.
④ 외연과 내연을 연결시킨다.
그리고는 연결시키는 것이지요. 알다시피 이 연결이란 것은 결국 “A를 보았더니 B와 같은 메시지가 있더라”라는 방식이거나, “A는 결국 B와 같은 뜻이다”는 방식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1번 요약에서 가장 흔하게 쓰이는 연결 방식이 <이는/이를 통해/그러므로>인 것입니다.
처음에는 이 과정을 직접 손으로 써보고, 하나하나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다가 경험이 쌓이고 실력이 붙게 되면, 이것을 머리 속에서 진행하는 것이지요. 즉, 제시문 대략의 내용을 외연과 내연으로 바로 머리 속에서 정리하고 합친 후에 쓰는 것입니다. 이렇게 제시문 1개를 150~200자로 요약하는 것은 논술에서 너무나도 당연히 ‘기본스킬’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반복 숙달해야 하는 기본과제인 셈입니다.
이용준 S·논술선임연구원 sgsgnote@gam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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