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생활 시작하는 50~60대
중증질환 대비 보험도 필수…현역서 가급적 오래 일해라…1년 더 일하면 3년 준비 효과
의료 기술의 발전과 생활 환경 개선으로 평균 수명이 크게 연장됐다. ‘인생 100세 시대’의 도래는 우리 사회 각 부문에 걸쳐 많은 변화를 야기할 것이다. 노년기 연장으로 고령사회에 대비하는 방법도 달라져야 한다. ‘더 길어진 노후’는 생활 방식과 근로 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이에 따라 은퇴 자산 관리도 달라져야 한다.
◆저금리·저성장·고령화 시대
저금리·저성장 경제 환경에 따라 투자자들의 금융 행동도 변화한다. 고령화로 인해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두드러진다. 투자상품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 비중을 줄이거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현금이나 예금은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저금리 상황에서 정기예금만으로는 실질 이자 소득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은행 예금 등 안전자산이 늘어나는 것은 고령화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안전 자산을 선호하면서 동시에 투자자산으로 고수익을 내고 싶어한다. 저금리 때문에 자산을 정기예금으로 묶어 놓고, 투자를 하지 않으면 은퇴 자금을 마련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소득의 안전성을 고려하면서 매월 소득이 발생하는 인컴펀드에 대한 수요가 생겨나고 있다. 금융회사도 이에 맞춰 투자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가계부채의 증가, 부동산 가치 하락, 고령화 및 저출산으로 생산 인구가 줄어드는 등 저성장·저금리 체제가 고착화될 우려가 있다. 향후 불황을 돌파하기 위한 정교한 포트폴리오 전략과 은퇴 소득 마련을 위해 지출을 통제할 필요성이 생기게 된다.
◆베이비부머, 50세부터 지출 줄여야
50세를 전후로 대다수 가정의 소득이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르게 된다. 또 결혼을 일찍 한 경우에는 자녀가 독립해 나가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은연중에 소비를 조금씩 늘리게 된다. 그러나 현재의 베이비부머 은퇴 세대는 위기에 처해 있다. 과거에 비해 집값은 하락하고, 경기침체에 따라 자산가치 역시 크게 줄어 미래가 낙관적이지 않다.
물론 은퇴준비를 잘해 나가는 사람도 있지만, 대다수의 베이비부머인 50~60대는 그동안 자녀 교육에 많은 돈을 쓰고, 부모 뒷바라지를 하느라 정작 본인들의 은퇴 준비는 소홀한 상태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얼마 되지 않는 은퇴자금마저 주식투자로 손실을 본 경우 큰 충격에 휩싸여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무기력한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사전에 이런 상태로 가지 않도록 위험 자산에만 투자해서는 안 된다.
평균 수명은 늘고, 일할 수 있는 시간은 한정돼 있다 보니 지출이 많은 중·장년층의 노후 준비는 막막한 상황이다. 평균 수명은 80세를 넘어 100세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 일할 수 있는 나이는 60세도 안 돼 은퇴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55세에 은퇴해 90세까지 산다면 소득 없이 35년을 살아야 하는 것이다.
대부분 하루를 살아가기도 벅찬 현실에서 노후를 생각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과거처럼 잘 키운 자식에 의존할 수 없는 시대에 노후 준비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따라서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미리미리 적은 금액이라도 계획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각자의 생활이 다르고, 생활 수준과 소비 수준이 달라 절대적인 금액을 정하는 것은 각 개인이 판단해야 한다. 노후 생활비로 월 100만~200만원 정도를 쓰는 사람이 전체 노령 인구의 50%를 넘는다. 그러나 월 200만원 정도로는 먹고살기에 급급할 수밖에 없다. 이 정도 수입으로 취미나 문화 생활을 하기는 힘들다. 월 300만원 정도는 있어야 1년에 해외 여행이라도 한 번 다녀올 수 있다. 또 은퇴 이후 통원 치료비, 치명적 질병 치료비, 장기 요양비 등을 감안하면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
◆50~60대 노후 준비 방법
50~60대는 목돈을 어떻게 운용할지 고민해야 한다. 복잡한 금융상품이 다양하게 쏟아져 나오고 있는 가운데 안전하면서도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지나치게 안정적인 정기예금만으로는 물가상승률 정도의 수익밖에 얻을 수 없다. 따라서 주식형 상품과 채권형 상품을 잘 살펴보고 자신의 목표 수익률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
목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적금보다 적립식 펀드를 이용하는 게 좋다. 우량 주식에 대해 시장의 등락에 상관없이 일정 금액을 일정 기간 꾸준하게 적립식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 이는 평균 매입단가를 낮추는 효과가 있어 적금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 원금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지만 장기간 분할 매입하다 보면 평균 단가를 낮추고 향후 상승장에서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본인 및 가족의 위험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목돈을 모으고 또 그 목돈을 잘 운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위험 관리는 필수적이다. 암을 비롯해 중증 질환 등에 대비한 보험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직장에서 필요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1년 더 일하는 것은 3년의 노후를 준비하는 효과가 있다. 가장 중요한 노후 준비는 최대한 현역에서 오래 일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꾸준한 자기 계발과 철저한 건강 관리가 필요하다.
◆어떤 상품이 좋을까.
우선 글로벌 하이일드 상품에 관심을 가져보자. 지난해 하이일드 채권형 펀드는 연초 이후 연 10% 이상의 수익을 냈다. 하이일드 상품은 표면금리가 높지만 신용등급이 낮은 채권에 투자하기 때문에 금융회사와의 상담을 통해 장·단점을 충분히 검토한 뒤 가입하는 것이 좋다.
‘글로벌 멀티인컴 플러스채권혼합펀드’는 인컴(이자, 배당 등)이 기대되는 다양한 자산과 지역에 투자해 일정 수준의 수익과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자본 이익을 추구하는 펀드다. 투자 종목은 이머징 국공채, 글로벌 하이일드, 글로벌 배당주, 글로벌 부동산(리츠) 등이다.
주가연계증권(ELS)은 증권회사가 발행하는 일종의 채권이다. 정기예금처럼 금리가 확정돼 있지는 않지만 주가지수나 주식시장의 상승 또는 하락에 따라 금리가 결정된다. 주가가 10~20%만 하락해도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조기상환형 ELS’ 등이 있다. 만기 3년에 6개월마다 조기 상환 기회가 주어진 것이 일반적인 형태다.
조기상환형 ELS는 기초자산 가격이 상승, 횡보 또는 10~20%가량 하락할 때도 고수익을 제공한다. 기초자산을 개별종목보다는 지수형으로 하는 것이 유리하다. 그러나 조기 청산이 안 되고 만기 때 수익을 한꺼번에 받기 때문에 금융소득 종합과세에 신경을 써야 한다. 따라서 월 이자 지급식을 선택하면 수익을 분산할 수 있다.
배종우 <하나은행 청담골드클럽 PB부장 jongwoobae@hanaf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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