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모의면접 가보니
서울 13개大 대학생 참가…꼬리에 꼬리 무는 질문 공세…오전 9~오후 5시 압박면접
“음… 최근 2~3년 내에 본인이 한 일 중 가장 긴 시간을 투자했던 게 무엇입니까?” 검은 정장을 차려입은 한 여성은 8명의 면접관에 둘러싸여 질문공세를 받자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구체적으로 말해보라”는 면접관들의 재촉에 취업준비생들은 현란한 손동작까지 더해가며 설명했다. 40분간 지속된 질문에 취업준비생은 진이 빠진 듯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면접장을 빠져나갔다.
지난달 26일 서울 양평동 롯데인재개발원 모의면접장. 롯데그룹이 상반기 공채에 참여할 면접관을 뽑는 ‘면접관 인증과정’에선 실제 취업준비생을 초청, 모의면접을 진행하고 있었다. 면접관 인증과정엔 각 계열사에서 인사고과 상위 50%에 해당하는 직원 가운데 차·부장급에 해당하는 팀장과 과장급의 매니저가 주·부면접관이 되기 위해 인재개발원을 찾았다.
롯데그룹 공채 면접전형은 CBI(Competency Based Interviewing) 면접, 프레젠테이션(PT) 면접, 집단토론 면접으로 진행된다. 모의면접장에서도 똑같이 세 가지 면접이 이뤄진다. CBI 면접은 이른바 ‘구조화 면접’이라고 불린다. 책임감·열정·대인관계 등 몇 가지 평가 역량을 정해두고 지원자의 과거 이력사항을 집중 확인하는 방식이다.
이날 면접에 참가한 대학생들이 받은 질문의 초점도 ‘과거에 어떤 일을 했는가’였다. 대인관계 역량을 평가하기 위해 면접관은 “도움을 받기 위해 지인을 찾은 경험이 있나” “오랜만에 연락하려면 껄끄러울 텐데 어떻게 접근했나” 등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취업준비생에게 던졌다. 취업준비생은 쏟아지는 질문에 힘겨운 방어전을 치르고 있었다. 면접 전 “거짓말하면 감점”이라고 들어서인지 부담이 된 듯했다.
긴장한 것은 취업준비생뿐만이 아니었다. 질문을 하는 면접관들도 헛기침을 하거나 시선 처리에 어려움을 겪었다. 학생이 면접장을 떠나자 예비 면접관들의 행동과 표정 하나까지 기록하고 있던 평가자의 혹독한 피드백이 시작됐다. “박 팀장님께서는 심문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피면접자가 지나치게 부담스러움을 느끼면 대답을 잘 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영환 롯데정책본부 인사팀 시니어매니저는 “면접관으로 선발되는 순간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평가 역량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STAR기법으로 지원자의 숨겨진 역량을 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STAR기법은 situation, task, action, result 단어의 알파벳 첫 글자를 딴 것으로 효과적인 화법으로 종종 언급된다. ‘이러한 상황(situation)이 있었다. 그 상황에서 나는 이러한 일(task)을 했다. 그리고 그 일을 해내기 위해 이러한 행동(action)을 했다. 그 결과(result)는 이랬다’의 법칙을 지켜 말하는 것으로 면접장에서 지원자의 논리성을 발휘할 수 있는 기법으로 쓰인다.
이날 오후에는 8쪽짜리 자료를 준 뒤 ‘롯데그룹 이미지 개선 및 강화 방안을 논하라’는 주제로 개별 프레젠테이션이 이어졌다. 이를 토대로 집단토론 면접이 이어졌다. 모의면접에 참가한 취업준비생 김충세 씨(26·서울시립대 경영학)는 “롯데백화점 인턴에 지원했는데 탈락한 경험이 있다”며 “본격적인 취업 준비를 앞두고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 지원했다”고 말했다. 이날 인재원을 찾은 6명의 대학생들은 서울대와 서울시립대 학생들로, 전체 프로그램에는 서울 시내 총 13개 대학이 모의면접 참가 대학으로 선정됐다. 오전 9시부터 진행된 모의 면접은 오후 5시가 넘어 끝났다.
노윤경 한경잡앤스토리 기자 roh@jobn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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