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가짜 석유 제조 판매' 일당 구속
이동 탱크로리 사용해 제조…단속 피해
알뜰주유소 등 11곳 직접 운영 200억대 챙겨
기름값이 치솟으면서 가짜 석유 판매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한 가짜 석유 제조법이 더욱 치밀해지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석유운반차량(탱크로리) 내부를 개조해 가짜 석유 제조 장비를 설치하고, 가짜 석유를 제조·판매한 혐의(석유 및 대체연료 사업법 위반 등)로 주유소 대표 조모씨(46)를 구속했다고 2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조씨는 2010년 1월부터 최근까지 서울·충북 등 주유소 11곳과 탱크로리 차량 등에서 가짜 석유를 만들어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씨는 경유에 등유를, 휘발유에 용제(시너)를 섞는 방식으로 1230만ℓ의 가짜 석유를 제조·판매해 210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1230만ℓ는 중형차 기준으로 20만5000대에 가득 주유할 수 있는 양이다.
그동안 주유소 유류저장소에서 가짜 석유를 만든 경우는 있었지만 조씨처럼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이동식 탱크로리차량’으로 가짜 석유를 만들다 적발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불법 개조된 탱크로리에는 숯과 부직포, 철망 등이 장착돼 있는데, 이는 등유에 첨가돼 있는 ‘등유식별제’를 걸러내는 데 사용됐다. 등유는 난방용 등의 용도지만 색상이 투명해 가짜 석유 제조에도 종종 악용됐다.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시약을 떨어뜨리면 보라색으로 변하는 등유식별제를 등유에 첨가하도록 법으로 정하고 있다. 또 조씨는 평소엔 인적이 드문 곳에 탱크로리차량을 숨겨 놓았다가 가짜 석유를 만들 때만 은밀한 장소로 가져가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씨는 또 한 주유소에서 대량으로 등유 등을 판매하면 가짜 석유 제조 업자로 의심받을 것을 대비해 전국에서 11개 주유소를 운영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조씨는 자신의 장인에게서 돈을 빌려 주유소 사업을 시작했고, 가짜 석유를 판매해 돈을 벌면 주변에 싸게 매물로 나온 주유소를 임대·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등유 등이 섞인 가짜 석유를 판매하면 ℓ당 40원 정도의 이익을 더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또 가짜 석유 제조법을 전수해주고 수천만원을 챙긴 김모씨(38)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씨는 1990년대 ‘가짜 석유 제조의 대부’로 유명했던 자신의 작은 아버지 김모씨(54)에게서 가짜 석유 제조법을 배웠다. 특히 등유식별제를 걸러 낼 수 있는 탱크로리는 수년간의 연구와 실험 끝에 개발, 조씨 등에게 대당 2000만원에 판매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더욱이 이번 경찰 수사에선 정부 보조금을 받는 일부 알뜰주유소에서도 가짜 석유를 판 것으로 밝혀졌다.
가짜 석유 판매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지하경제의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할 정도로 널리 퍼져있다. 산업연구원의 ‘가짜 석유 시장 규모 및 탈루세액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경유는 작년 전체 사용량의 16%가 가짜로 추산된다. 휘발유도 2003년부터 작년 7월까지 가짜 비중이 8.2%로 추산됐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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