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열 높기로 유명한 서울 대치동이나 목동에 가보면 자녀교육에 올인하는 엄마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자녀의 교육정보는 곧 엄마들의 능력이 된 시대다.
하루 종일 직장에 있는 엄마는 전업맘에 비해 정보도 턱없이 부족하고 아이에게 신경을 못 쓰다보니 자기 아이만 뒤떨어진다고 착각하기 쉽다. 초초한 마음에 '직장을 그만 둬야 하나' 고민에 휩싸이기도 쉽다.
학습성적으로 육아의 성패를 가늠할 순 없겠지만 맞벌이를 하면서 자녀를 명문대에 진학시킨 부모들은 어떻게 지도했고 중·고등학교에서 우수한 성적을 나타내는 학생들은 과연 어떤 방법으로 공부를 했는지 들어보기 위해 시리즈를 기획했다. [ 편집자 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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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수 숙명키즈 원장(51)은 아이들이 한창 손이 많이 가기 시작할 나이인 8살, 5살 무렵 가정어린이집을 꾸리는 것으로 전업주부에서 맞벌이 엄마로 변신했다.
"남의 아이들을 돌보느라 내 아이에게 소홀해 지는 것 아닌가 고민도 많이 했죠. 그렇지만 여기서 극복하지 못하면 영원히 집에 눌러앉아 있게 될것 같았고,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는 내모습은 아이들에게 좋은 엄마로만 보여지지 않을 것 같아 용기를 냈어요."
최 원장은 워킹맘으로서 아이와 교감을 할때 가장 중요한 것은 '양보다는 질'이라고 강조했다.
"항상 아이가 보내는 신호에 충실했어요. '엄마 이게 뭐야?'라고 호기심을 보일때는 다른 일들을 제쳐두고 항상 기본적 욕구에 잘 대응하려 노력했죠. 대화를 할때도 하루 일과를 전부 얘기해주면서 '엄마는 회사에서 이러이러한 일이 있었는데 너는 유치원에서 무슨일이 있었어?' 하면서 스토리텔링을 기초로 삼았어요. 단지 '선생님 말씀 잘 들었어?' '밥 잘 먹었어?' 하는 단순질문으로는 아이와 깊은 대화를 하기 힘들거든요."
장을 볼때나 외출을 할때도 최 원장은 항상 아이에게 먼저 동기부여를 해주려 애썼다.
"'마트에 갈건데 넌 뭐가 필요해?' 하고 묻고 '엄마는 생선사고 우유 살건데 너가 고르는걸 도와줘' 이렇게 미리 대화를 나누고 마트에 가면 어떤걸 사야할지 미리 알려줬기 때문에 엄마가 다 살때까지 기다려 줄 수 있죠. 미리 아이가 사고싶은 것도 합의를 하고 왔기 때문에 뭔가를 사달라고 조르거나 떼쓰지 않아요. 외출을 할때도 어떤 어떤 일을 할건지 전날 저녁에 미리 숙지를 시켜놓는 것과 아이가 영문도 모르고 끌려다니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어요."
최 원장이 일을 하면서 힘들었던 순간은 아이가 아팠던 때였다. 그럴때마다 '엄마가 옆에 없는데 너가 아프고 많이 힘들었겠구나' 하고 보듬어주면 아이는 엄마가 하루종일 함께 옆에 있지못해도 이해하고 자랑스러워했다고 회상했다.
대부분의 맞벌이 엄마들은 퇴근후 집에 오면 아이를 씻기고 양치질시키고 재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와 감정을 충분히 소통하는데 부족하기 쉽다.
"맞벌이 엄마들이 버거울 때 돈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어요. 같이 못놀아주니까 동화책을 전집으로 사준다든지, 좋다는 학원에 보낸다던지, 먹고싶은걸 다 사주면서 위로를 하려하죠. 그렇지만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10살이 될 때까지는 엄마의 역할이 어느때보다 중요한 때입니다. 힘들더라도 엄마의 입은 쉴 새 없이 바빠야해요. 엄마와의 대화가 습관이 되면 이성문제라든지 사춘기 등 어려운 문제도 의외로 쉽게 헤쳐나갈 수 있거든요."
아이를 도우미나 사설기관 등에 맡기고 돈을 버는 직장맘들에게 주위에서는 '남는 것도 없는데 뭐하러 일을 하나. 차라리 엄마가 보는게 낫지'라는 말을 하기 쉽다.
그러나 이같은 시각에 대해 최은수 원장의 입장은 확고했다.
"아이를 보기 위해 퇴직한 경우 3년은 행복하고 편하게 지낼 수 있어요. 하지만 아이가 어느정도 크면 더이상 엄마의 손길이 절실하지는 않아요. 그때가서 직장을 다니려해도 마땅한 자리는 없죠. 애가 크고나서 '아 그때 조금만 참고 다닐걸' 하고 후회하는 분들을 많이 봤어요. 아이가 태어나고 생후 10년간은 돈을 벌아 모을 생각말고 현상유지만 하면 됩니다. 아이에게 충실하기 위해서는 가사일에서도 해방이 돼야 해요. 주말에 하루는 일주일치 밑반찬을 다 준비해두고 하루는 아이와 현장학습을 다니며 많은 체험을 하게 해주는 식이죠. 전 외식은 죄가 아니다라고 생각했어요. 가족이 서로 모여 마음을 나누는게 중요하지 뭘 먹는지는 중요하지 않거든요. 가족들이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엄마는 아이와 교감을 나눌 새도 없이 부엌에서 준비만 하는 것은 옳지않아요."
자신이 해줄 수 없는 부분에 대해 위축되고 자신감이 없게되면 이같은 영향은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전달될 수 밖에 없다.
"피곤한 아빠들이 주말에 잠깐 휴식을 취하는게 편할지 몰라도 가족 구성원들로부터 소외된다면 결국 마음이 편치 않을거에요. 특히 엄마 아빠의 목표는 달라서는 안됩니다. 같은 맞벌이여도 엄마가 가족 구성원들에게 지지를 받느냐 아니냐는 매우 중요하거든요."
자신만의 원칙을 지켜가며 아이의 영유아 시기를 잘 보낸 덕분에 최 원장의 두 아들은 각각 카이스트와 경희대학교에 진학했다.
최 원장이 어린이집을 운영하면서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점은 엄마들의 과잉보호.또한 무조건 옆집 엄마들이 좋다는건 다 따라하는 세태다. 자녀에게 어떤 활동을 시키거나 학습을 권할 땐 항상 그 아이의 기질을 고려해야한다는 점을 무엇보다 강조했다.
키즈맘 이미나 기자 helper@hankyung.com
<<이 시리즈는 영유아분유 전문기업 '아이배냇', 자기주도학습 No.1 '좋은책 신사고', 사고력기반 초등수학 '시매쓰출판'이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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