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델·베스트바이 이어 반스앤드노블까지…
전자책·대학서점 체인서 오프라인 서점 분리
대학 서점 점원 출신의 사업가 레너드 리지오(71)가 미국 뉴욕 5번 애비뉴에 있는 작은 서점 반스앤드노블을 사들인 건 1971년이다. 리지오는 경영난에 허덕이던 반스앤드노블을 20여년 만에 미국 최대 서점 체인으로 성장시켰다. 베스트셀러를 할인된 가격에 파는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과 카페를 갖춘 대형매장 운영 모델을 앞세워서다. 한때 1000개가 넘던 매장 수가 현재는 689개로 줄었지만 경쟁사 보더스가 청산 절차를 밟고 있는 것과 달리 반스앤드노블은 여전히 미국 서점과 출판업계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런 반스앤드노블도 경영 환경의 변화와 불투명한 미래를 감당하기 힘들었던 걸까. 지분 30%를 보유하고 있는 리지오 회장이 반스앤드노블의 사업 일부를 사들여 비상장사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 보도했다. 회사의 모태인 오프라인 서점 체인 사업을 전자책 사업 ‘누크’와 대학 서점 체인 사업에서 분리한 뒤 이를 인수해 상장 폐지한다는 계획이다. WSJ는 인수 가격을 약 10억달러로 추산했다. 분사 이후 나머지 사업들은 상장이 유지된다.
지난 몇 년간 미국에서 오프라인 서점은 쇠락의 길을 걸어왔다. 아마존 등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구매하거나 전자책, 태블릿PC 등을 통해 책을 읽는 소비자들이 빠르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전성기였던 2001년 22억달러에 달했던 반스앤드노블의 시가총액은 현재 8억1200만달러(지난 22일 종가 기준)로 쪼그라들었다. 오프라인 서점 사업은 여전히 반스앤드노블의 캐시카우(현금 창출원)지만 미래는 불투명하다. 미첼 클리퍼 소매그룹 대표는 앞으로 10년간 매장 수를 3분의 2로 줄일 계획이라고 최근 밝히기도 했다.
리지오 회장이 이같이 불확실한 환경에 놓인 오프라인 서점 사업을 사들여 개인 회사로 전환하기로 한 건 빠른 의사 결정을 통해 구조조정을 앞당기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회사 차원에서는 분사 이후에 자원을 전자책 등 미래 사업에 집중할 수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2009년 출범한 전자책 누크 사업은 2012년 2억6200만달러의 EBITDA(세금·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 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반스앤드노블은 누크의 성공 여부에 회사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판단하고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회사를 창업자나 대주주가 사들여 비상장사로 바꾸는 사례가 최근 늘어나고 있다. 작년에는 베스트바이 창업자 리처드 슐츠가 회사 지분을 모두 사들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WSJ가 보도했다.
이달 초에는 델을 창업한 마이클 델이 사모펀드 실버레이크와 함께 회사를 인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작은 경영상의 변화도 주주들에게 일일이 보고해야 하는 상장사의 의무가 효율적인 구조조정에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하는 경영자들이 늘고 있다는 뜻이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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