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은 장애인이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난치성 간질 레녹스 카스타우트 증후군을 앓고 있다. 부끄러운 이 엄마는 딸이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하필이면 내 딸이 듣도 보도 못한 병을 갖고 있는 걸까?’ 하늘을 원망했다. 세상이 싫어졌고, 병을 갖고 태어난 딸이 힘겹기만 했다. 남의 일로만 여겨지던 희귀병, 다큐멘터리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기에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결혼 초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결정적 이유였다. 넉넉하지 못한 형편이라 곰팡이 냄새가 나는 반지하 방에서 경제적인 어려움과 싸워야 했던 시절이었다. 딸까지 정상인이 아니라는 현실이 더욱 힘들게 했다. 아이를 붙잡고 울면서도 마음속 깊은 곳에선 나 자신이 불쌍해 견딜 수가 없었다. ‘차라리 내가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우리 아이도 이렇게 아픈 몸으로 나오지 않았을 텐데….’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됐다.
부족한 생활비에 더해 병원비로 빚은 늘어만 갔다. 지칠 대로 지쳐 이혼까지 생각했다.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채 온몸을 힘겹게 뻗쳐대는 아이를 끌어안고 마음을 졸이는 게 일상이 됐다. 아이의 뇌세포는 점점 퇴행했다. 인지와 운동 기능도 저하됐다. ‘차라리 아이와 함께 죽어버릴까?’
하지만 죽을 용기조차 나에게는 없었다. 그런 세월을 10년간 보냈다. 딸에겐 합병증까지 왔다. 경제적으로 더 힘들어졌다. 그나마 마지막 희망은 있었다. 미리 가입했던 보험을 통해 보험사에 장애 보험금을 신청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딸을 장애인으로 만들고 싶지 않다는 욕심, 세상의 편견으로부터 아이를 보호하고 싶다는 그릇된 모정이 망설이게 했다. 더 이상의 길은 없었다. ‘장애인이면 어때. 조금이라도 딸을 편하게 해줄 수만 있다면 딸도 이 선택을 이해해 줄 거야.’
무거운 마음으로 보험사를 찾았다. 그리고 아이를 위해 장애 보험금을 청구했다. 심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꼭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그리고 마침내 장애에 대한 보험 혜택을 받게 됐다. 그때의 기쁨과 고마움이 어떠했는지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다.
조금이나마 마음에도 여유가 생겼다. 보험 덕분에 우리 세 식구는 반지하 방에서 벗어나게 됐다. 면역력 저하와 알레르기 비염으로 고생하는 딸에게 비로소 위생적인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었다.
요즘 내 딸은 TV를 통해 세상과 소통한다. 어느 날 딸이 편지를 썼다. ‘엄마, 피아노와 태권도를 배우고 싶어. 바닷가랑 산에도 가고 싶어. 비행기를 타고 싶어.’
이렇듯 하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이 너무나 많은 딸이다. 우리에겐 보험이 있다. 전에는 딸의 바람을 하나도 들어줄 수 없었지만 이제는 딸의 작은 소망을 들어줄 수 있다.
▶이 글은 2012년 삼성생명이 주최한 보험수기 공모전에서 수상한 글을 요약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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