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주(株)들이 부진한 실적과 유동성 우려 여파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불황이 지속되고 있어 당분간 해운주들의 뚜렷한 실적 호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18일 오후 1시50분 현재 현대상선은 전 거래일보다 700원(3.66%) 급락한 1만8400원에 거래되며 이틀 연속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장중 1만8300원까지 밀려 52주 최저가를 새로 썼다.
한진해운(-2.17%) 역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주 실적을 발표할 예정인 STX팬오션(-0.20%)도 장중 하락 반전한 상태다.
불황이 이어지면서 지난해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각각 5197억원, 1435억원의 영업적자(개별 기준)를 기록하는 등 해운사들은 부진한 실적을 면치 못했다. 매각 협상이 결렬된 대한해운은 4년 연속 적자를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4분기 실적의 경우 예상보다 낮은 운임과 유류비 증가, 원·달러 환율 하락에 따른 외화환산손실 등이 해운사 실적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실적 부진 기조가 단기에 뚜렷하게 개선되기는 어려운 상황이고 이에 시장에서 유동성 우려가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주가 역시 계절성과 가격 매력 부각 등에 힘입어 단기 반등은 가능하겠지만 부채 부담 등을 감안하면 현 시점에서 펀더멘털(내재가치)상 큰 폭의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올해도 대부분의 선종에서 물동량 증가율을 웃도는 선박공급이 예상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악화된 수급여건이 쉽사리 개선되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또한 올해 해운사들의 영업수익성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 머무른다면 올해 소요자금의 대부분을 차환 혹은 만기 연장을 통해 차입금으로 지탱해야 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서강민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국내 대형 선사들의 올해 소요자금을 추정하면 상환이 도래하는 단기차입금 및 유동성 장기부채의 규모가 5000억~1조6000억원에 이른다"면서 "금융비용과 자기부담 투자지출까지 더하면 소요자금은 6000억~2조원에 달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NICE채권평가에 따르면 한진해운(5800억원), 현대상선(5400억원), STX팬오션(4000억원) 등 해운사 3사의 올해 회사채 만기 도래 규모는 총 1조5200억원에 달한다.
한 해운업종 담당 연구원은 "해운사들이 소재 산업재 기업들 중 부채비율이 가장 높고, 회사채 상환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걱정이 커지고 있다"며 "시장의 우려만큼 나쁘지는 않겠지만 순조롭게 부채 상환이 가능할 지 여부가 올 상반기 해운주 투자심리 향배의 기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상선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이유는 벌크선 때문인데, 공격적 영업 전략을 취했지만 중소형선 용선지수가 하락해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라며 "올해 상반기 현금흐름을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해운사들이 선제적으로 자금마련에 나선 만큼, 올 상반기 회사채 상환은 무사히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지고 있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최근 탐방 결과, 해운사들이 회사채 상환 자금마련을 위해 적극적으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일차적으로 상반기에는 고비를 큰 문제 없이 넘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진해운의 경우 상반기 2~5월에 걸쳐 58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데, 이 가운데 2200억원은 지난 17일 상환을 마친 상태다. 현대상선은 지난 8일 2800억원 상당의 회사채 상환에 성공, 오는 10월(2800억원)까지는 만기가 돌아오지 않는다. STX 팬오션은 오는 3월 2000억원과 10월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를 앞두고 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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