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출범 촉박" 절박감…野 반발 협상 더 꼬일수도
靑 인사 이르면 오늘 발표
17일 이뤄진 박근혜 당선인의 3차 인선 발표엔 당초 청와대 비서실과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 등 내각의 일부 후보자 명단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됐다. 정부조직 개편안 처리를 위한 여야 협상이 진행 중인 데다 국회의 인사청문회 일정도 대통령 취임식 이후 시작할 수밖에 없는 만큼 “하루 이틀 더 기다리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이날 인선에선 지난 13일 1차 조각 인선에서 제외된 11개 부처의 장관 후보자 명단이 일괄 발표됐다. 미래창조과학부 등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신설되는 부처 장관 후보자도 포함됐다. 이로써 새 정부의 조각(組閣)은 모두 완료된 셈이다.
이 같은 행보는 5년 전 이명박 정부의 첫 조각이 ‘새 술을 헌 부대’에 담는 방식으로 이뤄졌던 것과 대비된다. 당시 이 당선인은 여야 간 협상이 결렬된 2월18일에야 노무현 정부의 부처 명칭을 그대로 사용해 내각 명단을 발표했다. ‘강만수 재정경제부 장관’, ‘김도연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이윤호 산업자원부 장관’ 등의 식이었다. 존폐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통일부와 여성부 장관 후보자는 제외했다.
이에 비해 박 당선인은 정부조직 개편안에 담긴 부처명을 사용한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신설되는 부처의 장관 후보자까지 한꺼번에 발표했다. 이를 놓고 정치권에서는 박 당선인이 여야 간 조직개편 협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정면돌파’라는 강수를 뒀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의 조속한 출범을 위해 더 이상 인선을 늦출 수 없다는 절박감이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박 당선인 측 관계자는 “당초에는 정부조직 개편안이 처리된 뒤 나머지 장관 후보자를 발표하는 일정표를 그렸지만 18일 처리도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리자 부득불 이날 후속 인선 발표로 방향을 잡은 것 같다”며 “여야 간 지지부진한 협상에 속도를 내기 위한 압박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야당이 법과 원칙을 강조해온 박 당선인이 조각에서부터 이를 무시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하고 있어 정부조직 개편 협상에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박 당선인은 새 정부 조각에 이어 청와대 비서실장과 수석 비서진, 감사원장 국가정보원장 국세청장 등 권력기관장 인사도 곧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 인사는 이르면 18일 발표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사의를 표명한 금융위원장, 공정거래위원장, 방송통신위원장 등의 인선은 정부 출범 이후 이뤄질 전망이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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