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런던 등서 발생한 거래에도 과세 … 자국 투자자 피해 우려
"세금 51조원 더 거두려고 조약 위반"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연합(EU) 11개국이 역내 모든 금융거래에 세금을 거두는 이른바 ‘토빈세’를 도입하기로 한 데 대해 미국 재무부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단독 입수한 자료를 통해 미국 재무부가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주고 자금 흐름에도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EU의 금융거래세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고 14일 보도했다. 존 설리번 미국 재무부 대변인도 이날 “(토빈세 도입 반대) 서한을 EU 측에 전달했다”고 확인했다.
○미국 재무부, 투자자 피해 우려
EU는 지난달 22일 경제 재무이사회(ECOFIN) 회의를 열고 토빈세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독일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벨기에 오스트리아 포르투갈 그리스 에스토니아 슬로베니아 슬로바키아 등 총 11개국이 합의에 참가했다. 토빈세는 국제 핫머니의 급격한 유출입 때문에 환율이 요동칠 것에 대비, 국경을 넘는 자본 이동에 세금을 매기자는 취지로 등장했다. 이 합의안에 따르면 주식과 채권 등 거래에 0.1%의 세율을, 파생상품에는 0.01%의 세율이 적용된다.
미국이 반발하고 나선 이유는 과세 대상 기준 때문이다. EU 11개국의 토빈세 도입안에는 뉴욕과 런던, 홍콩을 포함해 유로존이나 EU가 아닌 지역에서 발생하는 금융거래도 과세 대상에 포함시켰다. ‘과세 국가에 본사를 둔 금융회사가 관련된 모든 거래’로 확정한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 증권회사가 내년 1월부터 프랑스 투자은행이 만든 파생금융상품을 팔 경우 프랑스 정부에 거래세를 내야 한다는 의미다. 또 과세 국가에 등록된 고객을 대신해 이뤄지는 거래에도 세금이 매겨진다.
EU집행위원회는 이번 조치를 통해 연간 최대 350억유로(약 51조원)의 세수를 확보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이번 거래세에 참여하는 국가 중 가장 경제 규모가 작은 에스토니아의 연간 국내총생산(GDP) 164억유로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무방비 상태 월가도 강력 반발
EU의 토빈세 도입안은 공식적으로는 탈세 방지를 위한 것이지만 유로존 국가들의 세수 확보 꼼수가 숨어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이미 재정위기를 겪은 일부 유로존 국가의 은행 부실을 메우기 위해 퍼부었던 수십억유로를 토빈세로 메울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증권사 TD아메리카트레이드의 폴 지간티 수석전략가는 “35달러에 1000주를 매입하면 세금 10달러를 내던 고객이 이제 70달러를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방비 상태로 이 소식을 접한 월가는 발칵 뒤집혔다. 미국 상공회의소와 월가 대형 금융기관을 대변하는 금융서비스포럼 등은 EU 집행위에 금융거래세의 일방적 부과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들은 알기르다스 세메타 EU 세제담당 집행위원에게 “세금 관할권에 대한 이런 일방적 결정은 전례가 없을 뿐 아니라 현재 국제조세법과 조약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금융거래세 도입은 이중·다중 과세로 이어질 위험이 높아 국제 조세협력과 무역 보호정책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국 등 토빈세 도입을 거부한 국가나 유럽에 본사를 둔 글로벌 대형은행들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영국 법률회사 마이어 브라운의 알렉산드리아 카 변호사는 “토빈세 과세 대상이 EU 11개국 이외 지역까지 확대된다면 도입에 참여하지 않은 나라의 권리를 짓밟는 악법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토빈세
Tobin tax. 투기성 해외자금(핫머니)의 유출입을 억제하기 위해 단기성 외환 거래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금융시장 분석 전문가로 1981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제임스 토빈이 1972년 제안해 토빈세라는 이름이 붙었다. 고정환율제도를 표방했던 브레턴우즈 체제가 붕괴되면서 환율 안정을 위해 국경을 넘나드는 자본 이동에 대해 과세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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