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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감원 태풍'①]여의도 新풍속도…넘쳐나는 '프로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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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근무하던 한 중견 증권사 리테일 담당 부서장은 여느때와 다름없이 일찍 출근해 업무를 시작했다.

그날 업무상 잡았던 저녁약속 스케쥴도 점검했다. 그러던 중 회사 대표가 갑자기 불러 사장실에 들렀다 낯빛이 하얀게 질린 채 돌아왔다. 사장은 한 마디만 했다. "이제 우리가 이별할 때가 된 것 같네."

◆ 회사 나온 전문인력 '프로 개미', 여의도 사무실 전전

1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증시 불황으로 여의도 증권가에 감원 태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불과 2년전 자문형 랩어카운트 열풍이 거셀 때만 해도 투자자문사 등을 직접 차려 독립하려는 자발적 퇴사가 많았던 반면 최근에는 그야말로 부지불식간에 길거리로 내몰리는 비자발적 권고사직이 주를 이루고 있다.

거래대금 급감 등으로 증권업계에 불황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면서 이 같이 회사를 나온 펀드매니저, 애널리스트 등 전문인력들이 급증하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평소 업무상 친분이 있는 인사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퇴사해 연결이 안된다는 말을 곧잘 듣는다"며 "감원이 이제 남의 일이 아니라는 느낌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감원태풍의 대상자들이 같은 직종의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것은 하늘에서 별따기 보다 어려운 것이 현재 금융투자업계 현실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들 전문 인력들은 주특기를 살려 소규모로 모여 주식투자를 하는 이른바 '프로 개미'로 진화하고 있다.

정식으로 인가를 받아 투자자금을 유치할 수 없는 만큼 자신들의 퇴직금 등을 모아 투자하는 형태로 살 길을 모색하고 있다는 얘기다.

국내 대형증권사 지점 법인영업부에서 근무했던 A씨는 지인 몇몇과 함께 올해 초 서울 여의도역 사거리 근처에 있는 오피스텔에 둥지를 틀었다.

아무래도 여의도에 머물러 있는 게 인맥을 유지하고 정보를 얻는데 더 나을 것 같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300만~400만원에 달하는 오피스텔 월세가 부담이었지만 8명과 나눠내기로 하면서 비용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

A씨와 같이 여의도 내에 공동사무실을 얻어 활동하는 전업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여의도역 근처 고급 주상복합부터 다소 벗어난 곳의 오래된 사무실까지 일명 '프로 개미'들로 넘쳐나고 있는 것이다.

'프로 개미'는 여의도 증권가에서 근무하던 전문인력들이 구조조정으로 옷을 벗고 개미 투자자로 나선 경우다. 이른바 제도권 교육을 받은 전업투자자다.

주식 투자 경력 10년이 넘었다는 한 전업투자자는 "예전에도 공동으로 사무실 월세를 부담하는 방식으로 소규모 투자 모임이나 스터디 등을 운영하는 경우들이 있었다"면서 "요즘 들어서는 증권사에서 옷 벗고 나온 전문 주식쟁이들이 사무실을 구하러 다닌다는 얘기들이 많이 들린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2012 회계연도가 마무리되는 3월, 증권사마다 대규모 구조조정이 현실화될 경우 더 많은 '프로 개미'들이 생겨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다수 증권사가 비용 절약 차원에서 인력 관련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며 "불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향후 증권사들의 추가적인 인력 감원이 이어질 경우 이들이 어디로 옮겨갈 수 있을지 뾰족한 답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여의도 증권가 주변 오피스빌딩들 역시 이런 사무실 수요자들을 잡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3~4명의 인원이 회의를 할 수 있는 작은 독립공간에 주식거래를 할 수 있는 인터넷 시설이 갖춰진 사무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프로 개미'들은 목돈이 필요한 전세나 부담이 큰 월세가 아닌 짧은 기간 저렴하게 빌려쓸 수 있는 소규모 사무실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여의도 한 사무실 임대업자는 "금융투자회사에서 실직한 사람들이 소규모로 모여 주식투자 등을 하려는 경우가 많아 이에 맞는 구조로 사무실 개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직원은 자르고, 임원은 늘고" 돌직구…일부 증권사 문제 아냐

지난달 30일 한화투자증권 지방지점에서 근무하던 권 모 대리가 회사를 떠나며 사내 게시판에 올린 장문의 고언(苦言)이 알려지며 화제가 됐다.

입사 6년차인 이 직원은 한화투자증권의 합병 후 구조조정에도 임원 수는 늘어난 점, 무리한 사업목표로 발생한 사고에 대한 책임지지 않는 자세 등을 비판했다.

그는 특히 "260명의 자식을 떠나보내며 위로의 말 한마디 없는 회사, 260명의 자식이 나갔지만 임원 수는 줄어들지 않았다"며 "부양할 윗 사람은 많은데 아랫사람은 줄어드는 현실 속에서 자식인 저는 가출을 결심했다"고 직언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비판의 근본적인 배경으로 증권사들의 기형적인 인력 구조를 꼽고 있다. 구조조정으로 실무인력은 줄어들거나 임시계약직으로 채워지는 한편 고액연봉의 임직원들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화투자증권 내 법인영업부와 자산운용본부의 일부 임원들은 십수억원대 연봉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얼마 전 외국계 회사에서 이직한 임원의 경우 고액연봉을 미 달러화로 수령하는 조건들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비단 일부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끝 모를 불황으로 얼어붙어 가는 여의도 증권가의 단면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중소형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어느 정도 편차가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증권사가 비슷한 모습을 갖고 있다"며 "일반 직원들은 감봉·감원하고 있는데 임원들은 고액 연봉을 받으면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습에 상대적 박탈감도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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