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한창 냉각되고 중요한 시기에 한국에 왔습니다. 두 나라의 우호 증진에 대한 책임감을 크게 느끼고 있습니다.”
벳쇼 고로(別所浩郞·60) 주한 일본대사는 8일 한국경제신문을 방문해 김기웅 한국경제신문 사장을 만나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 한국 언론 매체들과 적극 협력하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12월26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취임 후 독도와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불거지면서 한국 내 대일(對日) 감정이 크게 악화한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다.
작년 10월30일 부임한 벳쇼 대사는 외무성 북동아시아과장, 국제협력국장, 종합외교정책국장 등을 거쳤다. 차기 외무차관과 주중대사 물망에도 올랐던 인물이다. 주한대사 임명 당시엔 차관보급인 정무 담당 외무심의관이었다. 전임 주한대사인 무토 마사토시(武藤正敏)가 부국장급이었음을 고려하면 격상된 인사다.
벳쇼 대사는 “한·일 파트너십 유지는 동아시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범위에서도 매우 중요한 과제”라며 “과거사와 영토 등 개별 문제 때문에 양국 간 총체적인 관계까지 손상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최근 한국가스공사와 일본 미쓰비시상사 등이 인도네시아 슬라웨시 섬에서 공동 진행 중인 동기세노로 LNG(액화천연가스) 프로젝트를 예로 들면서 “한국과 일본 주요 기업들이 제3국 진출 사업에 함께 참여하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 경제협력 관계를 공고히 다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베 정부 출범 후 세계 외환시장의 핵심 테마로 떠오른 엔저(低) 현상에 대해선 “5년 전 달러당 120엔대였던 점을 떠올려 보면 현재 엔화 가치가 여전히 높다고 보지만 현재 환율의 움직임이 너무 급격하게 진행되는 건 사실”이라고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또 “일본 내에서도 엔저로 인한 에너지 수입 비용 급증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는 등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고 덧붙였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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