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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低 쇼크] 가전·반도체·디스플레이…수출해 봤자 '환율 적자'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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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수출중기'원화 강세' 스트레스테스트 해 보니

손익분기점 1080원대…영업익 40% 증발
日과 '라이벌' IT·자동차·조선 가장 타격



경남 창원시에 있는 자동차부품업체 D사의 김모 사장은 지난 5일 하루 종일 컴퓨터로 원·달러 환율 그래프만 지켜봤다. 미국 납품 건을 두고 해외 업체들과 경쟁하고 있는데 환율에 따른 가격 경쟁력이 최대 변수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작년까지는 원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아 경쟁사를 쉽게 제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얘기가 달라졌다”며 “원·달러 환율이 1000원까지 떨어지면 우리는 꼼짝없이 적자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대로 원화 강세가 계속되면 D사처럼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서는 기업이 늘어나 영업적자를 낼 수밖에 없는 수출 중소기업 비중이 작년보다 10%포인트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수출기업 영업이익률 40% 감소

금융감독원은 2011년 재무제표가 등록된 외부감사 중소기업 중 수출 실적이 있는 722곳을 상대로 원화 강세 추세에 따른 영향을 파악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6일 발표했다. 금감원은 매출 증가율이 작년 2.2%에서 올해 1.1%로 떨어지고 작년 말 1071원이던 원·달러 환율이 1000원으로 하락하는 것을 가정해서 재무상태를 다시 분석하는 방식으로 스트레스테스트를 했다.

이기연 금감원 부원장보는 “원화 가치가 높아지고 매출이 줄어든다고 가정했을 때 원래는 흑자였다가 적자로 돌아서는 기업이 722개 중 72개 이상 나온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구체적으로 적자 기업 비중을 밝히지는 않았다. 작년에는 평균 5.5% 정도였던 수출 중소기업의 영업이익률은 환율이 1000원까지 떨어지면 3.2%로 40%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조건에서 이자보상배율은 2.7배에서 1.5배로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번 돈으로 이자를 내고 나면 남는 게 거의 없다는 얘기다.

업종별로는 전기·전자와 섬유업종이 전체적으로 적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됐다. 전기·전자업종은 작년 영업이익률이 평균 3.4%였는데 환율이 1000원에 이르면 이 비율이 -0.1%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섬유업종은 0.1%에서 -2.2%, 자동차업종은 4.7%에서 1.9%로 이익률이 나빠지는 것으로 집계됐다.

○IT 자동차 조선 타격

금감원이 국민 신한 우리 하나 외환 산업 기업 농협 등 8개 은행의 여신담당자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면 선진국 수출 비중이 높은 정보기술(IT) 관련 업계와 자동차 조선업종의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전망됐다. 이 부원장보는 “이들 산업은 일본 업체들과의 수출 경합이 치열하고 최근 엔화 약세까지 가중돼 가격경쟁력과 시장점유율이 하락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미 일부 업종은 원화 강세 탓에 이익을 내지 못하는 ‘환율 손익분기점’에 다다른 상태다. 은행 관계자들은 반도체·디스플레이는 1085원, 가전은 1088원이 환율 손익분기점이라고 평가했다. 정보통신(1074원) 철강·금속(1067원) 자동차(1057원) 조선(1055원)도 환위협에 직면한 업종으로 꼽혔다.

대다수 수출 중소기업들은 원화 강세 때문에 올해 실적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감원이 722개 외부감사 대상 수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지난달 설문조사를 실시해서 236개사의 응답을 받은 결과, 이 중 61.5%가 작년 영업이익이 6~30% 감소했다고 답했다. 응답 기업의 절반가량(45.3%)이 “원화 강세가 지속되면 수출 실적이 작년보다 10~20%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비용 부담과 은행에 대한 불신 등으로 환리스크를 적극 관리하지 않는 중소기업이 많았다. 응답 기업 중 44.9%가 환리스크 관리 수준이 낮다고 밝혔다. 또 응답 기업의 27.1%는 ‘KIKO 등으로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고 답했다.

○“은행, 환취약 업종 지원 늘려야”

금감원은 은행들이 환율 취약 업종에 대한 자금 지원을 늘리고 중소기업의 환위험 관리를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을 요청했다. 또 은행들이 수출 중소기업과 정상적인 환헤지 계약을 체결하도록 지도하고, 환변동보험 가입도 유도하기로 했다.

이상은/김병근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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