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출범하면 적어도 10조원 이상의 추가경정 예산을 편성할 모양이다. 새누리당은 추경을 하겠다고 공공연히 말한다. 불과 한 달 전 대선공약 이행용 국채를 발행하려다 호된 비판을 받은 게 무색하다. 명분은 민생경제 어려움과 2%대 저성장 극복이다. 심지어 야당인 민주통합당조차 추경 편성에 협력하겠다니 규모와 시기만 남았을 뿐 추경은 기정사실화한 셈이다. 인수위원회가 현 단계에선 논의대상이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나중에 하자는 얘기를 에둘러 한 소리일 뿐이다.
추경 불가피론은 한마디로 재원이 턱없이 부족한 탓이다. 복지공약을 위해 추가로 필요한 5년간 135조원(연간 27조원)을 마련할 방법이 요원하다. 아무리 세 감면을 축소하고, 불요불급한 예산을 탈탈 털어내고, 지하경제를 이 잡듯 뒤져도 한 해 10조원 미만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사소한 세 감면도 이면에는 다 정치적 이해당사자들이 버티고 있다. 여기에다 연간 10조원을 지방정부에 넘겨주겠다는 약속까지 더해졌다. 기획재정부가 공약 재원 추계에 쩔쩔매는 이유를 알 만하다.
당선인이 약속하면 정부는 지킨다는 게 새 정부의 화두인 이상, 증세만 빼고 동원 가능한 방법은 다 쓸 태세다. 결국 적자 국채를 찍어내는 것, 즉 대규모 추경 편성 외에는 달리 수단이 없다. 물론 추경 편성을 무조건 반대하자는 게 아니다. 금융위기 때처럼 필요하다면 28조원짜리 슈퍼 추경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추경 목적이 퍼주기 논란을 빚는 무차별 복지용이라면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빚 내서 복지 퍼주다 망가진 게 그리스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들이 아니던가. 경기부양을 위한 추경은 더 이상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그런 점에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경과의 고별 인터뷰에서 “복지 늘리자고 빚을 낼 수는 없다”고 고언(苦言)을 한 것은 백번 옳은 말이다. 그의 말마따나 ‘국가부채는 최후의 선택’이어야지 끌어쓰기 쉽다고 마구잡이로 써먹을 카드가 아니다. 하지만 세수 확대에 달리 뾰족한 수가 없는 재정부 내에서조차 추경 불가피론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제 한 달 뒤면 ‘균형재정’을 주장하는 장관을 한 명이라도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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