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 스페셜올림픽 개막식 감동 스토리
◆인라인 스케이트 보조교사 황석일 성화 불붙여
“지적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규칙을 잘 지키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장애를 타고났다고 비관하지 않고 끝까지 도전할래요.”(황석일 평창 동계 스페셜올림픽 개막식 성화 점화자)
‘세계 지적장애인들의 축제’ 평창 동계 스페셜올림픽이 29일 강원 평창 용평돔에서 막을 올렸다. 개막식은 이번 대회에 스노보드와 쇼트트랙 두 종목에 참가하는 황석일 선수(24)가 성화를 점화하는 순간 절정에 달했다. 그리스 아테네에서 채화돼 전국 2500㎞를 돌아온 성화를 들고 무대에 나타난 그는 큐빅을 밟고 성화대에 올라 희망과 꿈을 상징하는 성화를 밝혔다.
청주에서 인라인 스케이팅 보조교사로 일하는 그는 지적장애인 선수 중에서도 빼어난 기량과 풍부한 경험을 가졌다. 2009년 아이다호 동계대회, 2011년 아테네 하계대회에 이어 이번 스페셜올림픽이 세 번째 대회다. 아테네대회 때는 바다 수영 종목에서 완주하며 자원봉사자들의 열렬한 박수를 받았고, 아이다호대회에서는 스노보드 상급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를 땄다.
그도 운동을 시작하기 전엔 전형적인 자폐 증상을 보이면서 외부와 담을 쌓고 심각한 정서불안에 시달렸다. 인라인스케이팅을 배우면서 집중력과 자신감이 크게 향상됐고 이제는 동·하계를 넘나드는 만능 스포츠맨으로 거듭났다.
그는 도움을 받기만 하는 지적장애인이 아니라 인라인 스케이트 보조 선생님이라는 직업이 있는 사회인으로 성장했다. 그의 어머니 김정희 씨는 “지적장애가 있는 석일이는 실기시험보다 필기시험을 통과하기가 더 어려웠는데 졸린 눈을 비벼 가며 기어이 필기시험을 통과했다”며 대견스러워했다.
이날 개막식에서 아들의 성화 점화 모습을 본 어머니 김씨는 “너무나 자랑스럽다. 석일이가 일하면서 도전의식을 갖고 활기차게 살아가는 게 뿌듯하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어릴 때 소뇌 90% 잘라낸 박모세 '기적의 열창'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평창 동계스페셜올림픽의 개막식은 뇌의 대부분을 잃은 청년이 부르는 감동적인 애국가로 공식행사를 시작했다. 노래를 부른 박모세(21)는 29일 강원 평창의 용평돔을 가득 메운 4200여명의 참가자들에게 아름다운 선율로 희망과 행복을 선사했다.
박모세는 사람이 지닐 수 있는 모든 장애를 지녔다는 소리를 들으며 살아왔다. 1992년 태어나자마자 후두부 두개골이 없어 뇌가 흘러나오는 뇌류(腦瘤) 판정을 받았다. 병원에선 생존 확률이 0%라고 했지만 부모는 출산을 고집했다.
그는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대뇌의 70%, 소뇌의 90%를 잘라내는 대수술을 받아야 했다. 두 차례의 큰 수술을 받았지만 담당 의사는 “생명을 유지해도 뇌의 대부분을 절단해서 보고, 말하고, 듣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기적이 일어났다. 앞을 잘 보지 못하지만 박모세는 다섯 살 때 말문이 갑자기 터지면서 주기도문을 줄줄 외웠다. 듣고 기억했던 소리를 모두 따라했다. 교회에서 찬송가를 흉내내기 시작하고 2년 뒤엔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불렀다. 그에게 노래는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2001년 삼육재활학교 초등과정 시절 여자프로농구 경기에서 애국가를 부른 게 그의 공식 데뷔 무대였다. 2007년부터 수원시 장애인합창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지난해 경북 경산시에서 열린 한국스페셜올림픽 전국하계대회 개막식에서도 애국가를 불렀다.이번 무대를 위해 겨우내 교회에서 노래 연습을 했다는 그는 “노래는 내 삶의 희망이고 축복”이라며 “노래 부를 때 모든 게 행복하니까 노래가 좋다”고 말했다. 어머니 조영애 씨는 “장애를 이기고 세계 지적장애인의 축제에서 강렬한 메시지를 던질 아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스페셜올림픽 어떻게 보나…1만원 '스페셜 패스'로 모든 경기 관람
평창 동계 스페셜올림픽 입장권인 ‘스페셜 패스’는 단순한 입장권이 아니다. 가격은 1만원이지만 경기 관람부터 평창과 강릉의 관광지를 이용할 때 15만원가량의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입장권 한장으로 30일부터 2월5일까지 7개 종목 55개 경기를 모두 관람할 수 있다. 부모와 아이들이 강원도 여행을 즐길 수도 있다. 입장권에는 20여종의 쿠폰이 붙어 있다. 알펜시아의 스키리프트와 눈썰매장를 이용하고 스키를 빌릴 때 할인받을 수 있으며 워터파크인 오션700 입장권도 반값에 살 수 있다. 용평리조트에서도 혜택은 비슷하다. 평창에서 열리는 송어축제 참가비와 강릉의 오죽헌, 선교장, 정동진 조각공원 등 주요 관광지 입장료도 할인받는다.
초·중·고교생들이 스페셜 패스로 경기를 관람하면 자원봉사 시간을 인정받을 수 있다. 스페셜 패스는 인터파크(ticket.interpark.com)에서 구입할 수 있다. 대회가 열리는 알펜시아, 용평리조트, 강릉실내빙상장 등에 설치된 현장판매소에서도 살 수 있다.
코레일도 입장권 판매와 함께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한다. 서울역, 용산역, 영등포역, 청량리역 등 전국 주요역(24곳) 여행안내센터에서 스페셜 패스를 판매 중이다. 입장권 구매자에게 ‘철도요금 5000원 할인쿠폰’과 ‘철도요금 30% 할인’ 등의 혜택을 준다.
평창=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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