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원가 높은 발전기는 연료비만 보상키로
한국전력이 발전사로부터 구입하는 전력 가격에 상한선이 생긴다. 전력난 덕택에 발전사들이 막대한 이익을 챙기는 구조에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민간 발전사들의 반발을 극복하느냐가 문제다.
▶본지 1월18일자 A13면 참조
28일 전력거래소 규칙개정위원회는 실무협의회를 열고 최근 한전이 제출한 ‘연성 정산상한가격’ 제도를 도입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규칙개정위원회는 오는 31일 본회의를 열어 제도 도입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민간 발전사들이 상한제 시행에 강력 반발하고 있어 본회의 통과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산상한가격은 예비력이 떨어졌을 때 생산 원가가 높은 발전기까지 확대 가동되면서 이보다 원가가 낮은 발전기를 운영하는 사업자들의 이윤폭이 늘어나는 현행 계통한계가격(SMP)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기존 SMP는 생산 원가가 높은 발전원이 가동되면 이에 대한 전력 구입 가격을 생산 원가가 낮은 발전기에도 똑같이 적용한다.
예를 들어 지난해 6월 기준으로 발전기별 변동비(연료비)는 원전이 ㎾h당 4원으로 가장 낮다. 이어 유연탄(50~60원), 액화천연가스(LNG·150~180원), 벙커C유(200~250원), 소형LNG열병합(270~300원), 디젤(400원)로 갈수록 높아진다.
전력 사정이 좋지 않아 디젤 발전기까지 가동되면 생산 원가가 낮은 LNG 사업자도 디젤 발전기 전력 구입 가격을 적용받는다. 전력난 덕분에 민간 사업자들이 큰 차익을 남기는 셈이다.
반면 한전 발전자회사들은 정산조정계수가 적용돼 이윤폭이 줄어든다. 실제로 최근 예비력 부족으로 인해 민간 유류 발전의 가동이 늘면서 가격결정비율이 높아졌다. 2010년 ㎾h당 117.76원이었던 SMP는 극심한 한파로 전력경보가 발령된 작년 12월 165.21원까지 올라갔다.
한전의 정산상한가격제는 매달 비용평가위원에서 결정한 한국가스공사의 LNG 발전 열량단가를 반영해 상한가격을 정하도록 했다. SMP가 상한가격을 넘어서면 생산 원가가 상한가 이하인 발전기에 대해서는 상한가격을 지급하고, 생산 원가가 더 높은 발전기에 대해서는 연료비만 보상해준다.
한전은 새로운 제도를 도입한 배경에 대해 “예비력이 떨어질 경우 SMP가 올라가 발전사들이 과다 이익을 챙기는 것을 억제하고 사업자 간 수입 불균형을 해소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민간 발전회사들은 정산상한가격제 도입 추진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간발전협회는 규칙개정안을 철회해달라는 탄원서를 얼마 전 정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협회는 “민간 기업의 지난해 수익은 원전 고장 등 비정상적인 전력수급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많이 발생한 것”이라며 “이를 규제로 해결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전력 공급이 확대되는 2014년 하반기 이후에는 가격상한제가 유명무실해진다는 논리도 내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31일 본회의에서 제도 도입이 결정될지는 확실치 않다.
민간 발전사들은 2001년 4월 정부의 전력산업 구조 개편에 따라 한전 산하 6개 발전사가 독점하던 발전시장에 참여했다. 현재 국내 공급전력의 15%를 담당한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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