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저금리 기조가 지속됨에 따라 한국에만 있는 주택임대 방식인 ‘전세 제도’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농협경제연구소가 펴낸 ‘주택시장 구조 변화와 시사점’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전세가구 비중은 1995년 29.7%로 정점을 찍은 뒤 2010년에는 21.7%까지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월세가구는 11.9%에서 20.1%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보증금을 그대로 두고 전세 인상분을 월세로 돌리는 ‘보증부 월세(반전세)’까지 더하면 실제 증가폭은 더 큰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와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겹쳐 월세 임대수익을 선호하는 집주인이 늘어나고 있어 순수 전세는 앞으로도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보증금 10억원이 넘는 타워팰리스 등 고가 아파트는 월세 전환이 쉽지 않겠지만 중저가 아파트의 전세는 월세화되는 경향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도 “집이 팔리지 않아 보증금을 빼줄 여력이 없는 집주인도 수익률을 만회하기 위해 전세 인상분을 월세로 돌리기 때문에 순수 전세는 갈수록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비싼 월세를 감당하지 못하는 저소득층을 위해 정부가 임대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주택업계 관계자는 “값싼 분양가로 시장 질서를 무너뜨렸다는 논란이 있었던 보금자리주택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주택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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