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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칼럼] 美 부채한도 증액협상에 쏠린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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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한도 5월까지 한시 증액…사회보장 예산삭감 아킬레스건
'세계전략' 영향 국방예산도 관심

박종구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 pjk@kopo.ac.kr>



연초 간신히 재정절벽 위기를 벗어난 미국 경제가 국가부채한도 증액과 자동 세출삭감을 둘러싸고 또 한 번 진통을 겪고 있다. 지난 23일 공화당이 다수당인 미 하원은 찬성 285 대 반대 144로 국가부채한도 법정 상한선을 오는 5월 19일까지 약 4개월간 임시로 높이도록 했다. 국가디폴트 사태가 초래될 경우 예상되는 비난과 경제적 파장을 우려한 고도의 정치적 해법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예산 자동삭감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고 예산삭감과 국가부채한도 증액을 연계하려는 공화당의 태도가 변하지 않고 있어 재정위기가 재연될 소지가 크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공화당이 부채한도를 올리는데 반대하는 것은 미국 경제에 대한 자해행위이며, 경제를 볼모로 몸값을 타내려는 것으로 무책임한 행위”라고 경고했다. 헤리 라이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공화당이 국가부채한도 조정문제를 예산삭감과 연계하지 않은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상원에서도 빠른 시일 내에 동의절차를 밟을 것임을 시사했다. 공화당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미국인은 정부지출 삭감 없는 부채한도 증액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공화당은 이번 부채한도 협상에서 비판적 여론과 오바마의 단호한 태도에 밀려 일단 유화적인 입장으로 선회했다. 그러나 강경보수파 의원들은 여전히 부채한도 증액만큼 세출삭감을 주장하면서 온건파를 압박하고 있다. 국가부채 비율은 1965년 38%에서 현재 74%로 급증했고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10년 내 90% 수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5년에는 모든 세입이 사회보장지출과 부채상환에 충당될 것이라는 암울한 재정전망도 나오고 있다.

오바마의 재정위기 해법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국가부채한도는 의회가 통과시킨 법에 따라 이뤄진 것이며 새로운 지출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므로 협상대상이 아니다. 둘째,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세출삭감이 필요하지만 이것이 부채한도협상의 전제조건이 될 수는 없다. 셋째, 부채축소는 세출삭감과 세입증대를 통해 균형있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공화당은 한도증액과 예산삭감 협상을 연계한다는 총론에는 일치하지만 각론에서는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강경파는 오바마 해법은 단기적 처방에 불과하며 보다 과감한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본다. 소위 작은 정부론자는 부채증가 주범인 사회보장지출에 대한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내고 있다. 사회보장 시스템에 과다의존하는 사회로부터 탈피하려는 가치체계의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보장예산 삭감문제는 오바마와 민주당에는 아킬레스건이 아닐 수 없다. 지난 대선에서 오바마는 흑인 93%, 히스패닉 91%, 아시안 73%, 30세 미만 70% 지지를 받아 재선에 성공했다. 이들이야말로 정부의 적극적 역할, 국가의 사회안전망 기능을 강력 지지하는 계층이다. 공화당 트레이 가우디 하원의원이 “민주당이 주장하는 증세와 세출삭감이라는 소위 균형된 접근방식이 식상하다”고 비판하는 것도 이런 정치적 셈법의 차이 때문이다.

국가부채 협상은 국가안보 문제와도 깊이 관련돼 있다. 마이크 뮬런 전 합참의장은 “국가안보에 대한 최고 위협요인은 국가부채”라며 국가채무 급증에 대해 깊은 우려를 드러낸 바 있다. 부채증가는 중동, 아시아 등 미국 국익과 직결되는 전략적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특히 부채증가는 필연적으로 중국의 미국국채 보유를 더욱 늘려 잠재적인 안보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 오바마의 이라크·아프간 전쟁 종결, 해외 군사개입 자제 정책은 국가재건과 부채축소 측면에서 불가피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보건비용이 천문학적으로 급증하는 반면 필요한 증세는 어려운 상황에서 국방예산 축소는 불가피하다. 온건파인 척 헤이글 전 상원의원을 차기 국방장관으로 지명한 것도 방위비 축소, 신국방체계 구축을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볼 수 있다. 국가부채 한도 증액을 둘러싼 워싱턴의 정치 드라마가 어떻게 종결될지, 누가 승자가 될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박종구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 pjk@kopo.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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