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손 들어줘
애플사의 아이폰은 중국에 있는 폭스콘 공장에서 만들어진다. 그리고 미국으로 보내진다. 중국에서 아이폰 수출가가 200달러라고 하면 이 무역거래를 통해 중국은 미국에 200달러 흑자를 기록하게 된다. 현재 각국이 무역수지를 계산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르면 2009년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는 1760억달러였다. 그동안 미국은 “저평가된 위안화 때문에 무역적자 폭이 커졌다”며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비난해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세계무역기구(WTO)가 16일(현지시간) ‘부가가치 기준 무역수지’를 적용, 이 같은 미국의 주장이 상당히 왜곡됐음을 보여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는 완제품뿐 아니라 제품을 구성하는 부품의 출처까지 따져 무역수지를 계산했다. 아이폰 완제품(200달러) 중 중국이 아닌 제3국산 부품이 180달러어치를 차지한다면 중국의 미국 수출액을 20달러로 계산한 것이다. 이 같은 방식을 활용해 보고서가 2009년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를 계산한 결과는 1310억달러였다. 일반적으로 쓰이는 무역수지 계산 수치보다 25%나 작았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보고서가 두 가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분석했다. 첫째, 두 국가 간 무역수지 규모를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어떤 완제품이 생산국의 부품만으로 구성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은 “세계적으로 거래되는 물품 대부분이 ‘메이드 인 월드’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에 대해서는 “양국의 무역거래에서 환율이 미치는 영향은 극히 미미하다”고 강조했다.
또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각종 수입규제가 오히려 해를 입힌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도 이번 조사의 성과로 꼽힌다. 어떤 나라가 무역 장벽을 만들면 그 나라 기업은 주변 국가에서 부품을 수입하기 어려워진다는 것. 결국 수출 단가가 높아지거나 수요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게 된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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