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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사라진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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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영 산업부 기자 bono@hankyung.com


“작년 한햇동안 얼굴을 봤다는 동료가 없다.” “1년 반 가까이 회사에 거의 나오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

효성그룹 본사 직원들이 14일 기자에게 들려준 말이다. 사라진 인물은 이 회사 조현문 부사장이다. 자신이 맡은 사업부문의 실적 악화로 입지가 좁아지자 아예 두문불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효성은 조석래 회장의 세 아들이 ‘PG(퍼포먼스 그룹)’라는 명칭의 7개 사업부 가운데 5개를 책임지는 구조로 짜여 있다. 장남인 조현준 사장은 섬유·무역·정보통신, 둘째 조현문 부사장은 중공업, 막내 조현상 부사장은 산업자재를 맡고 있다. 공식적인 최고경영자(CEO)는 조 회장이지만, 세 아들이 사업부별로 사실상 CEO 역할을 한다.

세 사람의 (주)효성 지분이 각각 7%대로 비슷한 데다 조 회장이 고령(78세)이란 점에서 누가 그룹 경영권을 승계할지는 재계의 관심사 중 하나다. 지난 8일 정기 인사에서 3형제 모두 승진없이 유임돼 후계 구도는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러나 조현문 부사장의 ‘실종’은 회사 안팎에서 여전히 화제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으로 중공업은 이 회사 사업부 가운데 홀로 적자를 냈다. 2011년에도 손실을 낸 유일한 사업부다. 그룹의 차세대 수장 후보로서 체면을 크게 구긴 일임에는 분명하다. 2009년만 해도 전체 영업이익의 3분의 1을 책임졌던 중공업이기에 충격은 더 클 듯하다.

그럼에도 직원 3400여명의 사업부를 이끄는 리더가 1년 넘게 종적을 감추다시피 하고 있는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현장경영과 소통을 강화하겠다며 새해 벽두부터 사업장으로 달려가 직원들과 얼굴을 마주하는 여러 CEO들과는 대조적이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효성의 중공업 부문 실적이 올해부터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과거 원가 이하로 수주했던 물량이 대부분 소진됐기 때문이다. 작년 말 주요 증권회사들은 중공업의 흑자 전환 가능성을 근거로 효성의 목표주가를 12~36% 올렸다.

그러나 컨트롤 타워의 부재는 투자자들에게 충분한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뜩이나 경제민주화 바람으로 경영권 승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CEO가 앞장서서 뛰며 일자리도 늘리고 사회적 책임도 다하는 적극적인 모습이 아쉽다.

박해영 산업부 기자 bon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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