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섬 탈환 훈련 … 中, 美 초계기 동중국해 비행에 전투기 발진
아베 "집단적 자위권 美와 논의"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을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갈등이 해상 무력시위에서 공중 대치전으로까지 증폭되고 있다. 일본 자위대가 사상 첫 ‘섬 탈환’ 작전을 벌이고, 중국 전투기는 일본과 방위조약을 맺고 있는 미국의 초계기(잠수함 정찰기)를 상대로 긴급 출동하는 등 군사적 충돌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중·일 간 영토 공방이 새로운 긴장 단계에 진입하는 양상이다.
○아슬아슬한 치킨 게임
산케이신문은 14일 “중국 전투기가 지난 10일 동중국해에서 미군 비행기를 상대로 긴급 발진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동중국해 상공에 전투기를 출격시켜 미 해군 잠수함 초계기와 미 공군 수송기를 한동안 뒤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미군의 초계기와 수송기는 일본이 설정한 중·일 영공 중간선 부근을 비행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전투기는 일본 측이 설정한 방공식별구역(JADIZ) 안으로까지 진입, 일본 전투기가 대응 차원에서 긴급 발진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 같은 영공 대치가 반복되면서 무력 충돌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비무장 선박 간 대치와 달리 전투기 등 정규 항공 전력 간 대결은 순간적 판단 실수에 따라 곧바로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산케이는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 “중국과의 동중국해 공방이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다”고 전했다.
센카쿠 이외 지역에서의 무력시위도 잇따르고 있다. 중국의 전략 미사일 부대인 제2포병은 최근 미사일 10여발을 목표물 한곳을 향해 동시 발사하는 훈련을 실시했다. 일본은 곧바로 적의 기습으로 점령당하는 상황을 가정한 ‘섬 탈환’ 훈련으로 대응했다. 일본 육군 자위대의 최정예부대인 제1공정단(공수부대)은 13일 지바(千葉)현 나라시노(習志野) 훈련장에서 섬 탈환 훈련을 자위대 사상 처음으로 실시했다.
○집단자위권에 매달리는 일본
중국의 군사력 확장에 대응하는 일본의 전략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13일 NHK에 출연, “다음달 미국과의 정상회담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집단자위권은 일본이 공격을 받지 않아도 미국 등 동맹국이 공격을 받을 경우 반격할 수 있는 권리다. 일본은 평화헌법 유권해석상 “집단자위권을 갖고 있지만 행사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집단자위권 행사의 족쇄가 풀릴 경우 일본 자위대의 행동반경은 대폭 넓어진다.
미국도 중국의 위협을 막기 위해 일본과 보조를 맞춘다는 입장이다. 크리스 존스턴 미 국방부 북동아시아정책국장은 11일 일본과 아시아 지역에 미 공군의 수직이착륙 수송기인 ‘오스프리’를 배치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일본 언론은 “미 국방부가 오스프리 배치 계획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라며 “중국의 군사력 확장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고 해석했다.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와 연계해 중국을 고립시키려는 정책도 추진 중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아베 총리가 16~19일 취임 후 첫 해외 순방지로 동남아시아를 방문해 중국 견제를 핵심으로 하는 아시아 외교의 기본 방침인 ‘아베 독트린’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중·일 간 갈등이 깊어지면서 중국 증시는 오히려 급등하는 기현상도 벌어졌다. 선박 항공 등 군수 관련 업종이 ‘무력 충돌 우려’를 재료로 상승세를 이끌었다. 이날 상하이종합지수는 장중 한때 지난 주말보다 2% 이상 오르며 2300선에 바짝 다가섰다. 일본 증시는 국정공휴일인 ‘성인의 날’을 맞아 휴장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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