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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중앙은행을 믿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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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선 국제부 기자 inklings@hankyung.com


새해 첫 주, 글로벌 금융시장의 핫 이슈는 회사채였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미국의 포드와 GE캐피털 두 회사는 하루 만에 120억달러(약 12조7000억원)어치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30년 만기인데도 연 4%대의 낮은 금리로 자금을 끌어모았다. 그만큼 회사채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뜨겁다.

지난해 미국 기업의 회사채 발행 규모는 1조4000억달러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그 중 약 4분의 1인 3450억달러가 신용등급 BB+ 이하 ‘정크(비적격) 등급’ 회사채였다. 위험자산에 엄청난 돈이 몰리고 있다는 얘기다. 회사채 열풍은 한국도 마찬가지다. 오는 15일 발행 예정인 LG생활건강의 5000억원 규모 회사채에 1조원 이상의 돈이 몰렸다.

고위험 자산에 돈이 몰리는 건 넘쳐나는 유동성 때문이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이 잇따라 양적완화 정책을 쓰면서 주요국 국채 금리는 연 1~2%대로 떨어졌다. 그러자 투자은행들이 높은 수익을 좇아 회사채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많은 투자은행 전문가들은 “중앙은행들이 경기부양을 계속 할 것이기 때문에 투기등급 회사채도 크게 위험하지 않다”며 투자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미국 정부도 거들고 있다.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최근 “우리의 정책목표는 투자자들이 더 위험한 자산에 투자하게 하는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한국 증권가에서도 “지금이 회사채에 투자할 적기”라고 설명하는 전문가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진짜 전문가의 생각은 다르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 운용회사인 핌코의 공동 최고경영자(CEO)인 모하마드 엘에리언은 “중앙은행을 너무 믿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중앙은행이 개입하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회사채가 회사의 실제가치보다 훨씬 비싼 값에 팔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투자의 안정성을 보장해 주는 것은 기업의 실적이지, 중앙은행이 아니다”며 “머지않은 때에 중앙은행의 개입이 끝나면 거품이 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과거 사례는 이런 경고를 뒷받침한다. 2006~2007년에도 시장에 유동성이 많이 풀렸다. 갈 곳 없는 돈들은 고위험 모기지 연계 파생상품에 몰렸다. 거품은 곧 꺼졌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어졌다. 잔뜩 낀 거품은 결국 꺼지는 법이다.

남윤선 국제부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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