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소득? 기타소득?
정부 과세방식 고민…세수 효과 크지 않을 듯
정부가 종교인(성직자) 과세 방침을 정해놓고도 언제, 어떻게 시행할지에 대한 세부 방안을 놓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정부는 당초 ‘모든 소득에 납세의무를 부과한다’는 원칙에 따라 종교인 과세를 추진해 왔다. 하지만 막상 과세를 결행하자니 검토해야 할 사안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현행 세법상 종교인에게 세금을 걷지 않는다는 조항은 없다. 그럼에도 종교인들이 세금을 내지 않은 이유는 그동안 정부가 적극적인 과세의지를 갖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대 쟁점은 이들의 소득을 근로소득으로 볼 수 있느냐다. 근로기준법 2조는 근로를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세법에는 근로에 대한 정의가 없다. 상당수 종교인들은 종교행위가 정신노동과 육체노동 어디에도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종교활동을 통해 발생하는 소득은 근로소득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정부와 세무전문가들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와 세법상의 근로는 다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즉 근로기준법에 관계없이 세법상 종교인의 활동을 근로로 규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럴 경우 종교인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 정부 관계자는 “세금은 얼마든지 낼 의향이 있지만 근로소득세라면 내지 않겠다는 종교인들이 다수 있다”고 전했다.
기타소득으로 분류하는 방법도 있다. 소득세법 21조에 규정된 기타소득 항목 중에는 사례금이 포함돼 있다. 종교인의 소득을 근로소득이 아닌 ‘종교활동으로 인해 받는 사례금’으로 해석하면 기타소득으로 과세가 가능해진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모든 것이 애매한 상황”이라고 판단상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7년 기준 국내 종교인 수는 15만2589명. 이후 통계가 없는 것은 그만큼 종교인에 대한 정확한 실태 파악이 어렵기 때문이다. 종교단체로 들어오는 헌금·기부금 등이 연간 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신고도 제대로 하지 않고 운영되는 종교단체가 수두룩한 데다 세금도 거의 내지 않아 정확한 통계를 알 수 없는 실정. 종교단체는 민법 32조에 의해 설립된 비영리법인으로서 수익사업을 영위하지 않는 한 법인세가 과세되지 않으며 고유목적사업에 사용하는 부동산에 대해선 취득세와 양도소득세도 면제된다.
세수 효과도 불확실하다. 종교계에서는 성직자의 80%가 면세점 이하의 소득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반면 대형 종교단체는 각종 수익활동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으면서도 회계처리는 불투명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형 종교단체를 겨냥해 세금을 물린다고 하더라도 실제 들어오는 세수는 연간 수백억원 수준에 그칠 공산이 크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행 세법상 종교인 소득이 근로의 대가가 아니라 대가성없이 받은 것이라면 증여세 과세대상이 될 수 있다”며 “종교인과 종교단체에 대한 과세 기준을 명시한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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