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갈등은 어느 시기나 있었다. 갈등을 일으키는 이슈가 다를 뿐이다. 선진국, 후진국, 현대, 고대 구분 없이 세대갈등은 존재한다. 다양한 계층이 사회를 이루는 한 갈등은 불가피하다. 갈등은 이런 점에서 사회가 살아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고 사회진화의 동력이기도 하다. 세대갈등과 세대차이를 일으키는 정치 경제 사회 이슈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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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진보 vs 보수
한국사회에서 세대갈등을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은 보수와 진보에 대한 극과 극의 시각이다. 이 모든 것에서 세대갈등은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수와 진보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 꼰대론과 철부지론이다.
보수는 몇 가지 가치에 기반을 두고 있다. 작은 정부, 자기책임, 자기절제, 법치주의, 엄격한 통화정책, 평화다. 보수론자는 정부의 시장개입을 최소화하기를 원한다. 국가가 개입할수록 개인의 자유가 침해당한다고 본다.
따라서 법치주의는 중요한 가치가 된다. 개인이든 국가이든 법치를 게임의 룰로 정해 지켜야 한다. 법치주의라고 할 때 법은 국가나 국회가 대중인기에 영합해 만든 법을 말하지는 않는다. 법을 만들 때도 헌법에 따라 정확하게 만든 법이라야 한다.
반면 진보를 지지하는 젊은층은 ‘이런 보수의 가치는 강자를 위한 것’이라며 받아들이지 않는다. 작은 정부보다 큰 정부, 자기책임보다 사회공동체 책임을 지지한다. 개인보다 사회적 공동이익을 추구한다. 이런 점에서 이들은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사회적 약자를 보호해야 하며, 예산도 재조정해야 한다고 본다. 보수가 주장하는 자기책임의 원칙만 강조하면 빈익빈 부익부가 더욱 심해지는 결과가 발생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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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보편 vs 선별
보수와 진보의 대립시각에서 빚어진 대표적인 갈등 이슈가 바로 복지다. 보편적 복지와 타깃복지는 첨예한 갈등을 빚어냈다. 젊은층을 비롯한 진보 쪽은 국가의 전면 개입을 통한 보편적 복지를 선호한다. 0~5세 이하의 영유아 세대에 대한 육아 및 교육 무상지원과 보편적 무상급식이 대표적인 사례다. 젊은층은 학교에서 무료급식을 받는 아이들이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모두에게 무상급식을 주자는 논리를 전개한다. 이른바 낙인이론이다. 무상급식에 들어가는 비용은 국가 경제규모상 조달할 수 있는 만큼 수혜 대상을 차별화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편다.
하지만 반대계층은 복지가 필요한 곳에만 지원하는 타깃복지를 주장한다. 영유아 보육과 교육을 할 수 있고, 자식의 급식비를 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부모까지 세금으로 지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특히 무상교육은 ‘자식은 최소한 부모가 책임지고 키워야 한다’는 부모의 자기존엄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비판도 있다. 또 비록 나이 어린 학생이라도 자기 부모가 가난해 급식비마저 못낸다는 처절한 현실을 직시해야 ‘나는 부모와 다르게 클 것이다’는 인간적 혁명이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
젊은세대는 살기 어렵다고 하소연하는 반면 윗세대는 “너희들이 전쟁과 굶주림을 겪어보지 않아서 그런 소리를 한다”고 질타한다. 젊은세대는 “늘 그런 소리를 반복하신다”고 하고 윗세대는 “젊은이들이 나약한 소리만 한다”고 혀를 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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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선택 vs 필수
대표적인 이슈가 결혼이다. 어른 세대는 마늘(?) 두쪽만 있어도 결혼한다며 젊은이들의 ‘준비된 결혼관’을 손가락질한다. 부모에게 얹혀살 궁리만 하고, 독립해서 단칸방에서 시작할 용기를 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젊은이들은 집값, 전셋값이 비싼 서울에서만 살려 하고 아침 일찍 일어나 출근하면 못살 것도 없는 지방 살림을 싫어한다는 데 불만이 많다.
반면 젊은이들은 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를 잡기 힘들고, 집값과 전셋값이 너무 높아 결혼은 늦게 하거나 안 하는 게 좋다며 어른들의 꾸중을 반박한다. 어른 세대는 일자리가 넘쳐날 때 쉽게 일자리를 가질 수 있었지만 지금은 온갖 스펙을 다 갖춰도 남부끄럽지 않은 일자리를 구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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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통치수단 vs 존립근거
안보와 애국심을 얘기하면 젊은세대와 윗세대들은 첨예하게 갈린다. 전쟁을 겪었던 윗세대들은 안보 없이는 평화와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다며 무당파적 안보관을 강조한다. 애국심은 창피한 것이 아니라고 선을 긋는다.
하지만 젊은세대는 안보와 애국심은 권위주의적 통치수단이라며 경계한다. 안보와 애국심이 정치와 사상의 자유를 옭아맨다고 지적한다. ‘가장 해로운 것은 무지가 아니라 사실이 아닌 것을 너무 많이 알고 있다는 것’이라고 한 프랭크 나이트의 말처럼 세대갈등의 이슈도 이런 것이 아닐까?
고기완 한국경제신문연구위원 dadad@hankyung.com
< 논술 포인트 >
세대갈등을 일으키는 경제 사회 문화 정치 이슈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세대 역할을 바꿔 이슈별로 토론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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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개발 독재'를 보는 엇갈린 시각
“박정희 전 대통령은 아직도 살아 있다.”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에 대한 논란이 일자 한 논객은 이렇게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 벌써 33년이 흘렀지만 그는 지금도 생존해 있는 것처럼 논란의 중심에 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세대갈등의 핵심은 개발독재의 전면 부정과 불가피론이다. 전면 부정론은 젊은세대가, 불가피론은 전쟁과 보릿고개를 경험한 윗세대가 지지한다. 박 전 대통령을 얘기로만 들은 세대와 반대측은 박정희가 없었어도 한국은 경제개발과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었다고 본다. 비록 정치적 혼란은 있었지만 4·19혁명으로 마련된 민주화의 기틀 위에 경제개발을 순차적으로 해나갔다면 지금과 같은 성공의 역사를 만들 수 있었다는 논리를 편다. 박정희 장군이 주도한 5·16 쿠데타로 민주화가 20년 뒤처졌고 경제개발도 재벌 위주로 이뤄졌다고 비판한다.
반면 불가피론자들은 정치적 혼란이 극심했던 당시 박 전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세계가 부러워하는 경제발전은 이뤄지지 못했을 것으로 평가한다. 세계 최대 빈국 중 하나인 대한민국을 일으키기 위해 그가 선택한 한·일 국교 정상화를 통한 배상금 마련, 중화학 공업 집중 전략, 베트남전 참전을 통한 미국의 경제군사 지원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독재 역시 정치적 혼란기에 국가자원을 집중하기 위해 필요했다는 변론을 편다. 윗세대는 정치탄압과 장기집권은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한국을 발전시킨 그의 공을 몽땅 부정해선 안된다는 입장이다. 오늘날 수많은 나라가 한국을 발전모델로 삼고 한국이 실행한 경제개발 계획을 따라 하는데도 같은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은 그 나라에 박정희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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