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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 줄었지만 늘 그자리에 있습니다" 코로나19 속 '독립서점'이 살아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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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잡앤조이=이진호 기자/서은진 대학생 기자] 코로나19 사태가 1년여 간 지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로 인한 우울감을 뜻하는 용어인 ‘코로나 블루’를 넘어서 좌절과 절망을 느끼는 단계인 “코로나 블랙”까지 등장했다. 일상의 부재로 인한 정서적 변화를 겪는 사람이 점점 증가하는 가운데 ‘위로와 치유’가 중요한 키워드로 떠올랐다.

심리적 안정을 되찾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에게 맞는 극복법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코로나 장기화 시대, ‘책’으로 위로를 전하고자 하는 독립서점 두 곳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서울시 서초구에 위치한 ‘믿음 문고’의 이누리 대표와 수원시 영통구에 위치한 ‘서른 책방’의 서장원 대표다.



△서울시 서초구에 위치한 ‘믿음 문고’. (사진 제공=믿음 문고)

본인 소개와 서점 소개 부탁드린다

이누리 : 믿음 문고와 카페 노마드바이브를 운영하고, 나우매거진을 발행하는 회사 FFL의 대표 이누리다. 믿음 문고는 '믿음과 사랑'이라는 하나의 큰 정서를 기반한 도서 큐레이션으로 이뤄지는 인간학 서점이자 출판사다. 이곳을 찾는 이들이 우리를 통해 마음속에 빛나는 무언가를 간직하게 되고 그 빛이 작은 변화를 일으켜 세상이 조금이나마 더 따뜻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서점을 운영하고 있다.

서장원 : 수원에서 서른 책방을 운영하는 책방지기 서장원이라고 한다. 책방 이름은 서른 즈음에는 나만의 공간을 운영해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20대에 꿈꾸었던 막연한 꿈들이 모여 '서른 살의 꿈이 실현되는 공간' 서른 책방이 탄생했다. 단순한 작업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그걸 소비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각기 다른 이야기들을 풀어낼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서점 운영에 변화가 있나

이누리 :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 시행에 따라 매주 수요일 밤 10시까지 운영하던 심야 책방을 중단했다. 아무래도 모든 면에서 코로나19 이전처럼 적극적인 홍보를 진행하기도 어렵다. 여러모로 위축된 부분은 있다. 모두가 힘들고 어려운 시기인 만큼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방역 수칙을 준수하고 조용히 우리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서장원 : 확실히 책방을 찾아주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줄었다. 책방이라는 공간의 특성상 오래 머무르면서 분위기를 소비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소비하는 게 매력이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온라인으로의 전환을 고민 중이다. 하지만 기존에 오프라인으로 진행됐던 콘텐츠들을 단순하게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것보다는 ‘서른 책방’만이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계속해서 연구하고 있다.



△수원시 영통구에 위치한 ‘서른 책방’. (사진 제공=서른 책방)

서점을 운영하며 느낀 가장 힘든 점과 좋은 점을 꼽는다면

이누리 : 책이 좋아 시작한 일이었기에 늘 책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한다. 취향이 담긴 큐레이션을 좋아해 주고 오래도록 머물며 신중하게 고른 책을 사 가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서점을 운영하는 보람을 느낀다. 힘든 점이라면 늘 같은 자리에 있는 서점에서 어떻게 해야 늘 새로움이 느껴지는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인 것 같다. 한결같은 따뜻함을 유지하면서도 질리지 않는 색다름을 느낄 수 있게 해드리고 싶다.

책이 현대인에게 어떤 의미를 준다고 생각하나

이누리 : 믿음 문고는 ‘표류’하는 사람들을 위하고자 했던 공간이다. 지금의 현대인들은 말 그대로 표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을 들여다볼 시간이 부족하고 내가 원하는 진정한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 탐구해 볼 시간 역시 부족하다. 세상의 빠른 속도를 따라가다 보면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은 부족할 수밖에 없으니까 그렇다. 책은 그러한 흐름 속에서도 나 자신만의 시간을 만들어 주는 ‘일시 정지’ 버튼이 아닐까. 책을 읽는 순간만큼은 오직 책과 나, 단둘만이 존재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현대인에겐 나 자신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자발적 고독이 필요하고 책은 그 고독의 시간을 만들어 주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서장원 : 책은 삶의 여정에 해답을 제시하진 않더라도 시린 마음을 토닥여주는 위로가 된다고 생각한다. 통상적인 말로 건네지는 위로보다 책이 우리에게 말없이 건네는 위로가 더 따뜻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어떤 상황에서 자기 생각이나 감정을 표현할 적절한 말이 떠오르지 않는 순간들이 있다. 너무 힘들고 지쳐 이야기를 나눌 기력도 없지만 누군가 곁에 있었으면 누군가와 이어져 있었으면 하고 생각하기도 한다. 이런 순간에 굳이 대화하지 않더라도 가까운 사람의 따뜻한 온기를 느끼며 여유를 가지며 살아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책은 현대인에게 위로라는 의미에 가깝지 않나 생각한다.

사람들에게 어떤 서점으로 기억되고 싶으신가

서장원 : 사실 거창하지는 않다. 수원에 이런 책방이 있고 이런 사람이 운영하면서 이런 생각을 하는 정도로 기억되고 싶다. 황폐한 삶 속에서 ‘서른 책방’에 가면 잠시나마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아무 생각 없이 쉴 수 있는 편안하고 아늑한 공간으로 기억되고 싶은 게 제 바람이다.

마지막으로 대학생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누리 : 책을 읽기에 대학 시절보다 더 좋은 때는 없다고 생각한다. 졸업 후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나면 시간을 내보려 해도 여유가 생기지 않는 경우가 많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마음이 가는 책이라면 어떤 책이든 읽어 보시기를 권ㅎ나다. 끝까지 읽을 자신이 없어도, 잘 알지 못하는 어려운 분야여도 선뜻 손이 가지 않는 고전이어도 상관없다. 직접 고른 책을 사고 단 한 장이라도 읽어 내려갔다면 그 순간의 용기로 다음 책을 또 그다음 책을 고르고 있을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될 거라 장담한다. 책은 문밖을 나서지 않고도 세상 어디든 여행하게 해주는 신비로운 존재다. 책 속에 존재하는 아름다운 문장들을 수많은 세상과 사람들을 소중한 시절 동안 원 없이 만나보길 바란다.

서장원 : 우리는 인생이란 턱걸이 앞에서 가끔 꼬꾸라지기도 하고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버티기도 하고 때로는 힘없이 무너져 내리기도 하고 탈 없이 지내기 위해 행복한 척 가면을 쓰기도 한다. 언젠가부터 나의 나약함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타인에게만 시선을 기울이게 된다. 그러다 보니 점점 내 존재는 희미해지기 시작한다. 이처럼 우리는 살아가면서 누군가 규정해놓은 틀에 맞춰 살아가곤 한다. 맞지 않는 틀에 자신을 억지로 맞춰 끼워 넣으며 자신의 모습을 차츰 잃어간다. 제 뜻대로 되는 것 하나 없는 세상이지만 가끔은 ‘나는 정말 나다운 모습으로 살고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본연의 모습을 절대 잃지 않기 바란다.

jinho23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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