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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는 이래서, F는 저래서 싫어” MBTI에 갇힌 우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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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잡앤조이=강홍민 기자/주수현 대학생 기자] 요즘 곳곳에서 쏟아지는 MBTI 관련 콘텐츠들은 MBTI의 인기를 실감케 한다.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란 마이어스와 브릭스가 고안한 자기 보고식 성격 유형 검사 도구로서, 본래 성격적 특성과 행동 관계 이해에 도움을 주고자 만들어졌다. 하지만 최근엔 MBTI를 일종의 ‘틀’로 바라보며 개개인을 규정하는 현상이 이어져 논란이 일고 있다.






다양한 MBTI 콘텐츠들.(사진출처=제네베라)

또 다른 나를 말하다, MBTI “너는 MBTI가 뭐야?”

대다수가 최근 한 번 쯤은 들어보지 않았을까. MBTI는 언젠가부터 ‘제2의 혈액형’으로서 우리의 정체성이 되어주고 있다. 16가지 성격 유형이 E(외향) 아니면 I(내향), S(감각) 아니면 N(직관), T(사고) 아니면 F(감정), J(판단) 아니면 P(인식)로 분류되는 MBTI엔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사람들은 본인의 MBTI 해석을 보며 ‘몰랐던 나’를 발견하기도 하고, 타인의 MBTI를 확인하고 이해하는 과정을 거치기도 한다.

실제로 각종 SNS엔 MBTI 관련 콘텐츠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각했을 때 MBTI별 반응’, ‘MBTI별 하루 끝낸 뒤 모습’ 등의 콘텐츠엔 “이거 완전 나다”라는 댓글이 수두룩하게 달린다. 박수아(강원대 신문방송학과 3)씨는 “MBTI는 초면인 상대방에게 나의 복잡한 성격과 가치관을 간편하게 전달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라며 평소 MBTI를 즐긴다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19 여파로 MBTI가 하나의 ‘놀이’로 인식돼 유행의 흐름에 동참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 성격 유형과는 무관한 과도한 MBTI 마케팅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MBTI 유행하며 등장한 과도한 MBTI 마케팅·‘과몰입’ 현상

유행엔 항상 부작용이 따른다. MBTI가 인기를 끌면서 등장한 MBTI 마케팅은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성격 유형과는 관련이 없는 ‘MBTI별 어울리는 렌즈 추천’, ‘MBTI별 화장법’ 등의 콘텐츠엔 MBTI의 본질을 흐린다는 평이 잇따랐다.

또한 본인의 MBTI를 공개하길 꺼리는 이도 생겨났다. 유행하는 MBTI에 ‘과몰입(지나치게 깊이 파고들거나 빠짐)’한 나머지 이를 하나의 절대적인 평가 기준으로 타인을 바라보는 이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룹 오마이걸의 멤버 유아(24)는 4월 2일 진행한 V라이브에서 "MBTI는 나를 제한하는 것 같아 싫다“면서 검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겠다고 소신 발언을 펼쳤다. 그는 ”‘내가 이런 사람’이라고 알려지는 건 상관없다. 하지만 그걸로 나를 국한시키는 건 싫다“며  ”‘유아는 이래’라고 국한되는 게 싫다. 나 스스로도 ‘나는 이래’라고 느껴지는 게 싫다“고 전하며 MBTI를 공개할 경우 받게 될 타인의 시선을 우려했다.



MBTI 과몰입에 따른 커뮤니티별 반응.

“T는 이래서 싫다”… 특정 유형 혐오 낳은 MBTI

실제 여러 커뮤니티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어떤 한 커뮤니티 이용자는 “MBTI가 거의 혈액형 성격론 상위호환이 됐다”며 “MBTI가 인간의 성격을 완벽하게 표현하는 게 아닌데 너무 광신하는 게 보기 싫다”고 MBTI에 과몰입 해 맹신하는 이들을 지적했다. 또 다른 커뮤니티 이용자는 “뭐만 하면 ‘너 혹시 OO?’ 이런다. 인간이 얼마나 입체적인데 이걸 획일화하려 할까”라며 “그냥 재미로 보면 되는데, 너무 과하다. 요즘 어딜 가도 MBTI로 사람 평가하는 거 진저리난다”고 토로했다.

ENTJ 유형의 대학생 A(23)씨는 실제로 이와 관련해 여자친구와 갈등을 겪었다고 말했다. 그는 “여자친구가 감기기운이 있다고 해서 ‘약 먹어’라고 했더니 ‘왜 이렇게 쌀쌀맞게 말하냐. 오빠는 역시 T’라면서 날 공감능력 없는 사람으로 치부했다”고 전했다. 이어 “MBTI가 유행하면서, 내가 어떤 말만 해도 ‘T는 역시 공감 못해’라는 낙인이 찍혀 괴롭다. T라고 다 공감 못하는 게 아니다. 내 입장에선 충분히 공감하고 고민해서 내뱉은 말이다. 다만 그게 해결책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백종화 MBTI 전문강사는 다양한 이들을 MBTI를 통해 이해하고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MBTI 통해 타인 이해하고 존중해야” 

백종화 블랭크코퍼레이션 코치가 말하는 MBTI는?

백종화(42) 블랭크코퍼레이션 코치를 만나 MBTI 본질에 대해 물었다. 그는 대기업 인사팀장 출신으로, 현재 블랭크에서 코치이자 MBTI 전문강사로 MBTI 워크샵을 진행하며 조직문화와 리더십, 그리고 개인과 조직의 성장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전문가로서 MBTI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MBTI는 ‘나를 객관적으로 알 수 있는 도구’라고 생각해요. MBTI를 통해서 내가 무의식적으로 어떻게 생각하고 의사결정을 하는지,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 등등을 알 수 있죠. MBTI는 잘 알지 못했던 나의 심리적 특징과 행동적 특징을 이해하고 의식적인 행동으로 옮길 수 있도록 도와줘요. 이 과정에서 강점은 더욱 강화되고, 약점은 보완할 수 있게 되죠. 또 MBTI는 가족이나 동료들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줘요. 실제로 MBTI 워크샵을 하고 나면, ‘아, 그 사람이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알겠어요’는 말을 가장 많이 듣는답니다. 그렇게 타인을 이해하고 인정하면, 서로가 그에 맞춰 행동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죠.”

‘MBTI별 어울리는 렌즈’ 등 과도한 MBTI 마케팅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재미의 요소로만 사용되면 상관없겠죠. 하지만 이를 통해 사람 자체를 규정하는 건 문제가 될 수 있어요. 마케팅에서 MBTI 유형으로 사람을 규정하는 단어나 표현은 배제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네요.”

MBTI가 최근 “넌 T니까”, “넌 F니까”라며 타인을 규정하는 잣대로 활용되고 있어 논란입니다

“MBTI를 가장 바람직하지 못하게 사용하는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사람은 하나의 유형으로 규정될 수 없습니다. 환경이 변하거나, 개인의 상황에 따라 자신의 유형 특징이 긍정적으로 나올 수도 있고 부정적인 요소로 나올 수도 있거든요. 감정형(F)인 사람에게 무작정 배려를 강요하고 ‘너는 F니까 이렇게 해야 하는 거 아냐?’라고 말하는 게 과연 옳은 방식일까요? MBTI는 타인을 규정하는 도구가 아닌, 이해하는 도구로 활용되어야 합니다.”

 

MBTI 유형마다 선입견을 가지는 이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이 세상에 50억의 인구가 있다면 아마 50억 종류의 유형이 있을 거예요. 이 세상에 똑같은 사람은 없다는 뜻이죠. 우리는 혈액형 4가지로 사람을 나누기도 해요. 그렇다고 사람이 4종류인 건 아니죠. 그저 큰 범주로서 나뉘게 되는 것뿐이에요. 마찬가지로, MBTI를 통해 이 세상을 볼 때 모든 사람은 모두 다르다는 관점을 가지고 바라봐주시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타고난 기질과 후천적 영향을 받은 성격이 그 사람을 나타낸다고 생각합니다. 둘 중 무엇이 더 강력한지는 개인마다 다르겠죠. 그래서 한 사람을 하나의 유형으로 규정하겠다는 건 그 사람의 변화와 성장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이기도 해요. 우리가 생각해야 할 건 그 사람이 ‘어떤 유형인지’가 아니라 ‘어떤 사람인지’예요. 타인이 어떤 사람인지 이해하는 데 MBTI를 활용한다면, 긍정적인 도구가 될 수 있으리라 자신해요.”

MBTI가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활용되었으면 하시나요

“MBTI 워크샵을 하고 나면 ‘MBTI를 주민등록증에 표기했으면 좋겠다’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만큼 개인에게 끼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의미겠지요. 그런 도구를 잘못된 방식으로 검사하고 활용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요즘 나와는 다른 생각과 가치관을 가졌다고 해서 남을 쉽게 비난하는 일들이 종종 있어요. MBTI를 통해 타인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정착되면 우리 사회가 더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요. MBTI가 우리 사회를 위해 작은 도움을 줄 수 있는 도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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