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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은 곧 사람이다③] ‘구글 문화’ 좋다고 우리 회사에도 한번? ‘수평적 호칭·직급’도 기업 철학에 맞게 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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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현 HR전문가 카카오 인사총괄 부사장




세상에 없던 아이디어와 열정만으로 창업에 뛰어든 수많은 청년들이 오늘도 생존을 위해 ‘존버’중이다. ‘경험 취득’이라는 감성적 접근을 뛰어 넘어 ‘성공’을 향해 달리는 그들은 오늘을 버텨야 내일을 살 수 있다는 작은 희망에 몰래 땀을 훔친다. ‘스타트업’이 청년을 대변하는 단어가 된 이 시기에 <캠퍼스 잡앤조이>에서는 스타트업의 생존과 직결되는 PR(Public Relation)과 HR(Human Resources) 전문가를 만나 그들의 노하우를 들어봤다.

기업별 인사관리 프로그램을 만들 때 어떤 부분에 주안점을 둬야 할까

“그 회사의 기업문화에 맞는 ‘인사 철학’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구글과 포항제철 두 회사를 비교해보면 규모는 비슷할 수 있지만 기업문화는 아예 다르다. 포항제철은 업무 자체가 위험해 군대식 문화, 상명하달의 문화가 있는 곳인데, 업무 자체가 위험하기 때문에 그런 문화가 있어야 조직이 굴러갈 수 있다. 만약 구글에 포항제철과 같은 기업문화를 접목시킨다면 어떨까. 아이디어로 먹고 사는 기업에 군대식 문화는 맞지 않을 것 아닌가. 그렇다면 그 안에서 직급체계도 달라져야 할 테고, 직급 역할·역량·평가·보상 등 모두 달라져야 한다. 만약 스타트업 대표가 분야를 고려하지 않은 채 구글의 기업문화가 맘에 드니 그걸 쓰겠다고 한다면 그 기업은 망하는 지름길로 가는 것이다.” 



많은 스타트업에서 대기업의 잘 된 기업문화를 적용시키는 사례를 봐 왔는데, 잘못된 방법을 많이 선택하고 있는 것 같다

“요즘 가장 우려하는 건 뭐냐면 앞서 가는 조직의 잘 된 사례는 따라가는 게 맞지만 유행이니 무조건적으로 한번 해볼까 하는 잘못된 접근 방식이다. 왜 이 방식을 선택했는지에 대한 맥락을 모른 채 적용시키는 건 위험하다. 기사에는 구글의 좋은 것들만 보도가 되지 않나. 구글이 왜 이런 제도를 만들고 적용했는지를 고민해봐야 한다. 만약 구글이 어떤 고민을 통해 그 기업문화를 만들었는지 스스로 고민한 뒤에 적용시킨다면 어느 정도 싱크로율이 맞을 수는 있겠으나 그런 고민조차 없이 좋은 것만 적용시키는 건 잘못된 방법이다. 계속 강조하지만 그래서 대표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 겉으로 보기에 좋은 것만 적용시키면 직원들도 왜 이걸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모르니 동기부여가 안 된다.”  

정리 해보면, 스타트업에는 HR 전문가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대표의 충분한 고민과 비전이 정립되어 있어야 하겠다 

“오히려 스타트업은 경험이 필요 없을 수 있다. 다만 문제를 잘 파악하고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면 된다. 그리고 테크니컬한 부분이 필요하다면 나 같은 전문가한테 자문만 구해도 충분히 가능하다. 빠른 속도로 커지는 스타트업은 성장할수록 적응이 중요하다. 라쿠텐 CEO인 히로시 미키타니가 세운 ‘1, 3, 10, 30, 100, 3000 공식’에서도 나오듯이 창업자 한 명부터 3명, 10명, 30명 늘어날 때마다 조직이 아예 바뀐다는 것이다. 조직의 수가 3배수로 늘어날 때마다 조직 복잡성도 3배가 늘어날 것 같지만 거의 27배가 늘어난다고 볼 수 있다. 그 복잡도를 이겨내지 못하면 회사는 버티지 못한다.” 

그럼 초기 스타트업이 규모가 커질 때 적용해야할 해답은 없나

“해답은 없다. 그 과정은 누구나 거쳐야 한다. 다만 그 시기가 되었을 때 미리 예측하는 게 중요하다. 예측을 하고 미리 대비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그 말인 즉슨, 그 상황에 닥쳐서 준비하게 되면 서두르게 된다. 그러면 효과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어차피 성공한다는 전제로 창업을 시작했다면 미리 준비해두는 것이 좋지 않을까.” 

경험이 없는 일에 대한 예측은 어려운 것 같다. 예측 가능한 부분을 쉽게 예를 든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

“예를 들어, 3명에서 시작했다면 위·아래가 없다. 대부분 수평적 관계이거나 형, 동생으로 시작하니까. 그런데 10명만 돼도 조직이 생긴다. 말 그대로 팀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럼 복잡도가 올라간다. 스타트업이 수평적 조직이라고 해도 사람이 많아지면 그걸 따르기기 쉽지 않게 된다. 30명이 넘게 되면 C레벨이 생긴다. CTO, CCO 등등 C레벨 밑에 10명씩 직원이 붙게 된다. 그렇게 되면 보상체계도 만들어야 되고, 레벨에 따라 분배도 차등하게 된다. 거기에서 첫 번째로 오해가 생길 수 있고, 조직의 불협화음이 만들어 질 수 있다. 규모가 커지면서 생길 수 있는 문제들을 커지기 전에 미리 계획하고 만들어 놓는 게 포인트다. 최소한 몇 년 간 지속할 수 있는 방향을 미리 설정하고, 계획해 놓는 것이다. 규모가 아무리 커지더라도 수평적 관계, 경어가 아닌 평어를 사용할거라는 철학과 확신이 있다면 밀고 나가면 된다.” 

글로벌 기업을 비롯해 카카오나 롯데 등 많은 국내기업에서도 사내 호칭문화를 도입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시대의 요청에 대한 반응이라 생각한다. 문제는 핵심을 생각해야 한다. 왜 호칭을 동일하게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궁극적으로 생각해보면 기업이 호칭을 동일하게 한다거나 평어를 쓰는 이유는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다. 미팅이나 의사결정 때 좀 더 다양한 의견을 듣기 위한 하나의 장치다. 많은 기업에서는 회의석상에 상무님 한 명만 떠도 조용해지지 않나.(웃음) 그런 걸 막기 위해서인데 호칭을 바꾸고 닉네임을 쓴다고 해도 아직도 상무는 상무고, 내 옆에 사람은 선배라는 인식이 있으면 그 좋은 문화도 아무 소용없게 된다.” 






호칭만 바꾼다고 수평적 관계의 문화가 바로 바뀌진 않을 것 같다. 어떻게 바꿔야 하나 

“직원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줘야한다. 상사의 생각과 다른 의견을 낸다고 하더라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심리적 안전감, 그게 있어야 기업문화는 서서히 바뀐다.” 

그 심리적 안전감을 주기 위해서는 윗사람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커 보인다

“물론 윗사람이 권위를 내려놓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바뀌어야한다. 기업의 철학에 맞게 행동하는 직원에겐 칭찬과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 그래야만 바뀔 수 있다. 직급에 상관없이 잘못된 행동이면 질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것이라고 알려주고 바꿀 수 있도록 안내를 해주는 것이 기업의 역할이다. 최근 반려동물지도사 강형욱 씨가 TV에 나와 하는 얘기가 아주 공감가더라. 사람이나 강아지나 똑같다. 칭찬과 보상이 인사의 핵심이다.” 

기업 인사 평가는 어떤 기준으로 하는 게 좋을까

“보통 기업에서는 1년에 한번 인사평가를 한다. 그런데 평가라는 게 회사가 나에게 기대하는 수준, 역량 수준, 목표 등을 대비해 하는데, 보통 기업은 나에게 기대하는 것을 말해 주지 않고, 나의 수준이나 목표를 설정 해놓지 않고 평가한다. 기업은 조직원이 어느 목표로 어떻게 달려가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얘기해 줘야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많은 기업에서 그 부분이 빠져있다.” 

대기업 출신 CEO들도 많은데, 회사 경험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람 관리가 잘 안 되는 이유는 뭔가

“대기업 출신들이 종종 있는데, 보통 그런 대표들은 대기업이 해왔던 인사관리체계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그건 위험할 수 있다. 기존 기업의 시스템이 모두 다 나쁘다고 할 수 없다. 작은 기업이든 큰 기업이든 구조는 비슷하다. 기본적인 직급 또는 인사체계는 공유해도 좋다고 본다.” 

스타트업 대표들을 많이 만나는 걸로 알고 있다. 최근에 만났던 스타트업 대표들의 고민은 뭐가 있었나

“대부분이 “채용 어떻게 해야 돼요?”라는 질문을 많이 한다. 경쟁사는 우리보다 높은 연봉을 주고, 복지혜택도 좋은데 우린 어떻게 해야 돼냐는 질문이다. 그렇다고 돈을 많이 주는 경쟁사를 쫓아가면 가랑이가 찢어져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런 질문을 받게 되면 가장 먼저 성공의 3단계 법칙을 세웠냐고 물어본다. 반복되는 얘기지만 대표가 직원들에게 비전을 셀링해야 한다. 경쟁사에 비해 연봉이 적고, 조건도 안 좋지만 대표의 꿈을 팔아야 한다고 말해 준다. 그것밖에 없다.“ 

한 예로, 급성장하는 스타트업에서 일손이 부족해 인력을 더 채용했는데, 채용 전과 비교했을 때 업무 속도나 양이 더 늘지 않아 고민하더라. 뭐가 잘못된 건가

“쉽게 설명하면, 테이블 10개를 운영하는 식당이 테이블 3개를 늘린다고 셰프를 한명에서 두 명으로 늘린다는 격이다. 그렇게 되면 기존의 동선이 꼬이게 된다. 인사는 좀 타이트하게 가져가는 게 좋다. 사람이 많아지면 누구나 여유를 부리게 된다. 그럼 서로 미루게 되고, 업무속도는 오히려 줄어들게 될 수밖에 없다. 중요한 건 채용은 누군가의 요청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대표의 계획대로 움직여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스타트업 중에 인사 철학이 잘 담겨있는 곳이 있나 

“한 곳을 말하기가 좀 애매한데, HR은 지금 잘하고 있는 게 중요하지 않고 앞으로가 중요하다. 유니콘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굳이 한 군데를 꼽자면 얼마 전에 합병된 ‘우아한형제들’이 초반에 세워놓은 철학의 시도가 좋았다고 생각한다.”  

'인사관리‘의 중요성을 아직 파악하지 못한 스타트업 대표들에게 한마디 해 달라 

“사람과 조직관리는 대표가 주도적으로 해야 한다. 회사에 인사담당자가 있더라도 대표의 주관 하에 이뤄져야 한다는 뜻이다. 모두가 일당백이 되어야 하는 스타트업 구조가 쉽진 않지만 HR을 뒤로 미뤄두는 기업(스타트업)은 성공은 물론 오래가지 못한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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