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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 복학버프’로 학점 오른다?…軍 전역한 복학생들의 현실적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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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잡앤조이=김지민 기자/이상현 대학생 기자]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17년 기준 성인 남성의 대학 진학률은 65.3%다. 군 복무를 마친 이들 10명 중 절반 이상이 대학 생활로 되돌아간다는 의미다. 제대 후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의욕은 넘치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 복학 2~3년 차, 전역 후 각양각색의 복학생활을 한 이들에게 복학 준비에 관해 물어봤다.



복학 과정에 관해 이야기 중인 대학생들. 왼쪽부터 이석원, 용관호, 이태선 씨. (사진=이상현 대학생 기자)

[PROFILE]

이석원 (서울과기대 조형예술학과 4학년, 26세)

이태선 (용인대 문화재학과 4학년, 26세)

용관호 (국민대 소프트웨어융합 졸업, 26세)




각자 복학하기 전 쉬는 동안 주로 어떤 일을 했나

이태선 (이하 태선) “아르바이트를 어. 철없는 소리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학업에 몰두하기 전에 최대한 놀아보고 싶었어.(웃음) 놀고 여행 다니려면 돈이 필요한데, 제대한 이후에도 부모님께 손을 벌릴 수는 없잖아. 아르바이트하면서 저축을 많이 해서 부모님 선물도 사드렸고, 여행도 자주 다녔어. 모은 돈으로 라식수술도 받았고.”

이석원 (이하 석원) “아르바이트도 했지만, 집에서 개인 작업을 많이 했어. 대학 전공과 상관없이 해보고 싶은 공부를 많이 했어. 그림, 사진, 영상, 컴퓨터 프로그램 등 공부하고 싶었던 분야에 몰두했고, 시간이 날 때마다 여행도 최대한 다녔어. 국내 여행 7번, 외국 여행 1번. 아르바이트도 꾸준히 해서 제대 후 대학 등록금까지 직접 냈지. 경제적으로 자립하려고 꾸준히 노력했던 것 같아.”

용관호 (이하 관호) “갑작스러운 기흉 때문에 놀지도 못하고, 공부에도 제대로 몰두하기 어려웠어. 최대한 자격증 취득 준비하면서 주로 시간을 보냈어.”

복학하고 어려움을 겪은 일이나 낯설게 느낀 경험이 있나

태선 “많았어. 1학년을 마치고 군대를 갔다 오니 학년은 2학년인데, 수업을 같이 듣는 친구들과 나이도 다르고 초면인 거야. 그 친구들 처지에서는 내가 또 선배인데, 친해지자고 함부로 다가가면 부담스러워할 것 같았지. 또 오래간만에 전공과목을 접하니까 낯설 정도로 어렵기도 했어.”

석원 “사람에 대한 부담은 덜 했어. 학번이나 나이 차이가 있는 건 우리가 어떻게 대비할 수 있는 부분도 아니잖아. 사실 한두 살 차이로 부담을 느끼는 것도 조금 웃기다고 생각해. 그렇지만 공부가 어려웠다는 점은 공감해. 머리도 많이 굳었다고 느꼈고, 수업 내용도 잘 이해하기 어렵더라.”

태선 “예전부터 선배들이 ‘복학버프’라고, 첫 학기는 열정이 넘쳐서 학점이 오른다고 하잖아. 비슷한 것을 느꼈던 것 같아. 내용이 어렵다는 생각이 드니까 정말 열심히 하게 되더라. 그런데 중간고사 보고 나니까 열정이 다 식어버렸지.(웃음) 허탈함만 남아서 먼저 수업을 들은 선배나 동기들한테 많이 물어봤어. 교수님이 시험 내는 방식이나, 수업 관련 정보 등 도움을 많이 받았어.”



앞서가는 동기들을 보고 위축됐던 경험이 있나

관호 “예전처럼 친구들끼리 모일 때마다 매번 따라갈 수 없다는 생각은 들었어. 항상 뭔가 해야 한다는 조바심이 조금 있었지. 그렇다고 엄청나게 큰 압박으로 느껴지지는 않았어.”

석원 “동기들과 정말 친해. 그래서 복학을 한 후에도 자주 얼굴 보고 싶었지만, 당장 내 앞가림이 벅찼어. 뒤처졌다는 느낌까지 들지는 않았지만, 많이 초조했던 것 같아. 학교 행사에도 예전만큼 잘 참석하지는 못했어. 그래도 간식 행사를 놓치는 일은 없었지.(웃음)”

태선 “위축되거나 초조하지는 않았고, 신기했다고 할까. 같이 입학해서 공부하던 친구들인데, 내가 잠깐 일상에서 멀어진 사이에 많이 앞서 있더라고. 전공·부전공도 많이 나뉘었고, 삶의 방향을 벌써 어느 정도 잡아간다는 점이 신기하게 보였어.”

군 복무를 하는 동안 대학교 강의를 온라인으로 수강할 수 있었나

관호 “학교에 따라 다르지만, 우리 학교는 그런 시스템이 없어서 불가능했어. 1학점이라도 인정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어.”

석원 “기회는 있었지만 최대한 쉬고 싶었어. 입대하기 전에 학점을 많이 취득해서 굳이 할 필요가 없었거든. 평점도 제법 좋았고. 어차피 전공학점이 아닌, 교양학점이라 크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어. 물론 전역해서 지금까지는 또 쉰만큼 열심히 하는 중이야.”

태선 “온라인 강의를 정말 듣고 싶었어. 학교에서도 서비스를 제공해주지만, 내가 할 시간이 없었다고 할까. 군인들이 한가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부대 여건에 따라 엄청나게 바쁘기도 해. 전역 직전까지 강의 들을 틈도 없이 바빴어.”











전역 직후나 휴학하는 동안, 하지 않아서 아쉬웠던 것이 있나

석원 “크게 없었어. 학점 상관없이 해보고 싶은 공부는 다 해봤거든. 굳이 꼽자면 성형수술….(웃음)”

관호 “여행이 제일 아쉬워. 기흉 때문에 안정을 취해야 해서 아무것도 제대로 못 했어. 휴학 기간이 정말 초조했거든. 그래서 괜히 제대로 쉬지도 못했던 것 같아. 이왕 휴학하는 김에 여행이나 조금씩 다녀볼걸.”

태선 “복학했을 때 머리가 굳었다고 많이 느꼈어. ‘최소한 개강하기 2~3주 전부터는 공부 좀 해보고 올걸’하는 아쉬움이 있어. 전공과목이 아니더라도 책을 좀 읽었으면 학교생활 적응이 더 쉽지 않았을까?”

흔히 휴학은 계획이 없으면 소모적이기 쉽다고 말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석원 “소모적이라는 생각도 고정관념이지 않을까. 아르바이트로 벌은 돈을 쓰고, 하고 싶은 공부나 일을 하는 과정도 분명히 필요하다고 생각해. 경제활동을 직접 해봐야 돈의 무서움도 체감할 수 있고. 그런 과정에서 느끼거나 배우는 점들이 많거든.”

태선 “기성세대는 당연히 비난하겠지만, 소모적이면 좀 어때. 열심히 아르바이트하고, 다양한 경험을 쌓으면 자기소개서에 담을 내용도 생기거든.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시간을 얻는 셈이야. 여자 동기 중에서는 그런 점을 부러워하는 친구들도 있었어. 생각할 시간을 번다는 점. 휴학을 낭비라고 보기보다는 재충전으로 보는 게 맞는 것 같아.”

관호 “맞는 말이야. 휴학하는 동안 무언가 대단한 것을 이루겠다는 목표는 굳이 불필요한 것 같아. 그래도 무엇인가 생산적인 목표를 생각 중이라면 영어 공부가 정답이지 않을까. 여행에도 필요하지만, 입사지원서에도 필요하거든. 혼자서 공부하다 보면 나태해질 수도 있고, 발전하는 한계도 있을 테니, 학원에 가는 것을 추천해.”

석원 “영어 공부가 중요하다는 점에 공감해. 복학해서 발표 자료를 준비할 때도 영어로 검색하면 자료가 더 많은 때가 있어. 영어로 자료를 찾아볼 수 있는지에 따라 수업을 이해하는 정도가 달라지거든. 번역기가 아무리 좋아도 분명히 한계가 있지.”



전역 후 복학을 준비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조언해준다면

관호 “휴학이 많이 부담스럽겠지만 어떻게든 절실하게 쉬고 싶은 순간은 있어. 바로 복학을 해도, 그렇지 않아도 다 괜찮아. 어떤 공부를 해야 할지,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방향을 잡는 시기는 분명 필요해. 그런 시간은 군 복무 전후가 아니라면 좀처럼 찾기 힘들 거야. 4학년에 하던 일을 그만두고 갑자기 휴학할 수는 없잖아.”

석원 “전역하고 좀 더 휴학하는 것을 추천해. 휴학했을 때는 아르바이트가 아무리 힘들어도 ‘집에 가서 뭐하면서 쉬지?’ 같은 생각을 했었는데, 이제는 그런 생각을 해본 지 몇 년은 됐어. ‘집에 가면 뭐부터 해야 하지? 내일은 무슨 일을 해야 하지? 프로젝트는 언제 마감이지?’ 늘 쫓기듯이 살아. 무조건 빨리하는 것이 정답은 아닐 수도 있지만, 조급하게 준비해도 언제 원하는 삶을 이룰지 모르니까 점점 부담스러워. 그래서 요즘 들어 휴학하는 동안 삶을 계획한 일이 참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태선 “고민할 시간에 아무거나 하나라도 더 많이 해보면 좋겠어. 손에 잡히는 것은 다 해봐. 아르바이트, 자격증, 여행, 연애.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힌트가 생각보다 사소한 곳에서 주어지더라. 정말 아무거나 막 하다 보면 삶을 낭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들어. 과감한 시도라도 그때에만 가능한 일이야. 몇 년만 지나도 본격적으로 계획을 수립하고, 진행해야 하는 때가 오거든. 너무 불안해하지 않아도 돼.”

min5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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