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잡앤조이=남민영 기자/한종욱 대학생 기자]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같은 결제 수단들이 대중화되면서 삶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어떤 가게든 카드 결제가 안 되는 곳이 없고 현금만 이용 가능한 자판기마저 카드 결제기가 부착돼 있다. 이렇게 결제는 편리해졌지만, 소상공인들은 작은 금액에도 카드 수수료를 물게 되어 꾸준하게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교내에 입점한 인쇄소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컬러 인쇄물 한 장당 평균 500~600원을 받는데, 카드 결제를 하는 일들이 빈번해지면서다.
가격 측정 논란, 카드 사용 거부 등으로 갈등 시작돼
작년 초, 카드 사용의 확대로 인해 서경대학교 인쇄소가 학생들과 갈등을 겪었다. 그러나 갈등의 시발점은 소액결제가 아니었다. 재작년부터 많은 학생들이 인쇄물에 대한 가격 측정에 의문을 가졌었다. 한 장당 500원이라고 알고 있던 컬러 프린트 값을 인쇄소에서 600원에 받거나 사진이 많이 들어간 흑백 프린트에도 요금을 추가하는 등 가격 책정에 일관성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이로 인해 많은 학생들이 총학생회에 불만을 토로했고 총학생회 측은 이를 수용해 인쇄소 측과 가격 확정을 위해 대화를 이어나갔다.
당시 인쇄소 측에서는 가격 측정 문제에 대해 “실제로 칼라 프린트의 경우 600원에서 500원으로 낮추는 협상을 조율했었다”며 “당장 가격을 줄일 순 없어 의견 조율할 당시는 600원으로 받았는데 이미 학생회를 통해 500원으로 인하하는 이야기가 오고 가는 바람에 생긴 오해였다”며 해명했다.
△지속적인 갈등으로 인해 인쇄소 내 부착된 게시물.
소액 결제로 인한 업체, 학생 간 불협화음 이어져
이 같은 사태가 어느 정도 수습되었음에도 인쇄소 측과 학생 사이엔 보이지 않는 다툼이 존재했다. 이번 갈등의 화두는 ‘카드 소액결제’였다. 카드 사용 문제로 인해 작년에는 전체 학생 대표자회의(이하 전학 대회)에서도 문제가 언급됐다. 학생들은 “인쇄소에서 소액 인쇄를 할 경우 카드 결제 대신 계좌이체를 하거나 현금결제를 유도했다”며 “카드 사용을 계속 막는 것 같아 불편했고 거부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업체 측에서는 “2017년 당시 협상에서 다른 곳에 비해 서경대 학생들이 부담하는 비용을 많이 낮췄다”며 “그 후 수입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되도록 학생들에게 소액결제 인쇄물에 대해 계좌이체나 현금 결제를 할 수 있도록 부탁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작년 총학생회 소속이었던 한 간부는 “(사태 수습 이후) 인쇄소 측에서 5천 원 이상이 아니면 카드를 잘 받으려 하지 않았다”며 “학생들의 이 같은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인쇄소 측과 다시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업체 측의 사정 또한 인지하여 무인 프린트기를 도입할 수 있도록 의견을 조율했다”며 “의견 조율의 결과물로 올해부터 북악관과 유담관, 청운관에 무인 프린트기를 설치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학대회에서 언급된 무인프린트기 설치보고 기사. (사진 출처=서경대 신문)
이에 대해 최미림(서경대 4, 23세)씨는 “과거 무인 프린트기가 설치되기 전에는 청운관 인쇄소를 많이 이용했다”고 말했다. “업체 측의 입장에서 봤을 때 소량을 인쇄하고 카드 결제하는 것은 부담이 될 것 같다. 올해부터 무인 프린트기가 생겨 소량의 인쇄물을 마음껏 인쇄할 수 있게 되어 좋다”고 말했다. 또한 인쇄소 측에서도 “학생들이 소액 인쇄물의 경우 무인 프린트기를 많이 이용해주고 있다”며 “이 같은 배려로 한시름 놓았다”고 말했다.
갈등을 푸는 과정에서 아쉬움 남겨... 직접적으로 허심탄회한 의견 주고받아야
장기간의 의견 조율을 통해 현재 갈등은 봉합된 상태이다. 그러나 무인 프린트기 설치를 확정하기 전까지 학교 인쇄소와 학생 사이의 불협화음은 아쉽기만 하다. 학교 인쇄소와 학생들이 의견 피력을 총학생회를 통해 하다 보니 이 같은 불협화음이 지속된 것이다.
오히려 총회를 통해 빠르게 업체와 학생 간의 소통이 이루어졌으면 어땠을까. 실제로 인쇄소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학생들과 직접적으로 말할 기회가 있었으면 더욱 빨리 해결됐을 것”이라며 “서로 오랫동안 카드 결제 문제로 얼굴을 붉힌 것 같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 무인프린트기를 이용하는 학생.
인쇄소 직원의 말대로 학생과 인쇄소가 의견을 직접적으로 조율했다면 좀 더 빠른 해결책이 나왔을 수도 있었다. 예를 들어 국회 도서관의 경우 충전기를 통해 복사 카드를 신용카드로 충전할 수 있다. 총회를 통해 이런 대안의 도입에 대해 신속하게 논의하고 추진했다면 갈등은 빠르게 해결되었을 것이다.
학교의 구성원 모두가 ‘누군가 대신해주겠지’라는 마음가짐을 버리고 이번 갈등 상황에서 소통 부족을 인지하고 빠르게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총회를 통해 궁리해야 한다. 모두의 의견을 한 자리에서 들을 수 있는 총회를 통해 문제를 수용하고 해결책을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갈등은 항상 일어날 수 있으며 이를 잘 해결해야만 집단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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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종욱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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