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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8] 직능원 김기홍 박사, “직업교육 정책 일관성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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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틴잡앤조이 1618=박인혁 기자]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명예연구원 김기홍 박사는 한국에서 학교와 산업체가 직업교육훈련을 분담하는 이원화 시스템이 충분히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장실습이 단순 업무에 대한 노동력 투입으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그는 “교육 정책은 거시적인 안목으로 질적인 성장에 초점을 맞춰야 하며 취업률 등 수치적인 성장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PROFILE

김기홍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명예연구원

독일 Wurzburg 대학 교육학과 사회학 및 학교교육학 박사 학위.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명예 연구원

교육부 교육과정 심위의원, 독일 연방직업교육연구소(BiBB) 객원 연구원

국방부 인적자원개발과 자문위원

중소기업진흥공단 특성화고 및 컨설팅 대학원 지원 사업 자문 및 평가위원

중소기업벤쳐부 특성화고 인력양성사업 인력양성위원회 위원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 계약학과 운영위원


우리나라에서 독일식 직업교육훈련을 도입하게 된 역사가 궁금합니다.

독일식 직업교육 모델을 우리나라에서 도입하려 시도한 사례는 1997년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독일식 모델을 우리나라 직업교육에 접목하며 산업체 현장 중심의 교육훈련을 강화하고자 했죠. 하지만 우리나라는 직업계 고등학교에서 모든 교육을 제공한다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2016년 도입된 산학일체형 도제학교는 독일식 이원화 모델을 본격적으로 도입한 한국형 도제교육 모델입니다.

독일과 비교해 한국의 직업교육훈련의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우리나라 직업교육은 독일의 이원화 제도처럼 엄격하게 학교는 이론교육을 제공하고 산업체는 현장실습을 제공하는 형태가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장실습을 형식적인 교육훈련과정으로 봅니다. 독일의 경우 학교와 산업체에서의 교육훈련을 위한 모든 교육내용은 커리큘럼에 명시됩니다.

독일에서 산업체의 교육훈련의 역할과 기능은 연방법인 직업교육훈련법에 명시돼 있습니다. 양성훈련규정에 따라 법적인 교육훈련을 하고 자격을 취득할 수 있고 일정 기간 적용하는 일몰제에 의해 국가인정직종(2018년 기준 314개)을 선정하고 있습니다.

독일에서는 학생 신분이라도 근로자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산업체에서의 직업 훈련이 이뤄집니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산업체의 현장실습이 학교에서 배운 교육 내용과 연속성이 있는지조차 의문이 듭니다. 그만큼 단순 업무 투입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되죠. 물론 최근에는 예전보다 이런 부분이 많이 보완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욱 개선해나갈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학교 직업교육과 산업체에서의 교육훈련의 역할과 기능의 재조정을 위해 실효성을 담보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합니다.

직업교육훈련 정책의 주체에 대한 구조적인 아쉬움도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의 교육 정책은 지나치게 교육 공급자 위주의 정책과 사고로 편향돼 있습니다. 학생 개인의 선택권이 매우 좁다는 것입니다. 산업체에 교육훈련에 필요한 환경도 충분히 구축되지 않았죠. 가장 바람직한 구조는 산업체가 필요한 인력의 교육 훈련에 대해 자체적으로 투자하는 시스템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예산이 지원되는 사업에 대해서만 산업체가 참여하고 지원이 끝난 후에는 원점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산업체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을 파악하거나 교육훈련이 가능한지에 대해 점검하기보다는 산업체에서 당장 필요한 노동력으로 인식한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정부의 지원 사업이 취업률을 성과지표 1순위로 삼고 있다는 점이 하나의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학교나 기업 등 교육훈련 제공 주체가 취업률에 연연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교육부나 고용노동부에서 재정 지원을 하게 되면 성과를 평가하고 양적인 수치에 대한 목표를 사업계획서에 제시하게 돼 있습니다.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 정책의 실패라고 평가되기 때문에 질적인 평가보다는 양적인 수치에 연연하게 됩니다. 높은 취업률이 새로운 지원으로 이어지는 이런 시스템은 언젠가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구조입니다.

독일에서는 학교에서도 취업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습니다. 학생들이 직업 교육을 마치고 나면 취업은 개인의 역량이고 학교의 책임이 아닙니다. 졸업하면 학교의 역할은 다한 것이고 지역마다 취업 지원센터가 있어 그곳에서 취업에 대한 모든 것을 책임집니다.

기업이 공고를 내는 것처럼 취업을 원하는 학생이 “내가 이런 역량이 있으니 뽑아달라”고 공고를 내기도 합니다. 이는 사회적으로 학생을 대하는 인식의 차이기도 합니다. 독일에서는 성인이 되면 금전적인 지원을 끊고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독립해서 살아가는 등 자립심이 높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학을 졸업하고도 집에서 용돈을 받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의존성이 높은 편이죠. 이처럼 개인의 자립심에서도 차이가 발생합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변화가 이뤄져야 할까요.

양적인 취업률에 지나치게 연연하기보다는 취업의 질을 우선시하고, 산업체가 어떠한 교육훈련을 제공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둬서 이를 지원하는 정책이 마련돼야 합니다. 다른 한편으로 학생 개개인의 자기진로결정능력을 함양하는 교육과 훈련을 제공해야 합니다.

지금 같은 구조에서 우리나라 기업에서는 직업교육훈련 제공에 대해 부담스러워합니다. 교육훈련을 하면서 큰 이익이 있는 게 아니니까요. 산업체와 연계되면 취업을 시켜야한다는 부담감도 산업체에서 직업교육훈련 연계를 꺼리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독일에서는 학생이 특정 산업체에서 교육훈련을 받더라도 그곳에 취업하는 비율은 높지 않습니다. 100명 중 7~8명 수준이죠. 하지만 교육훈련에 대한 표준화가 잘 돼 있어 교육을 이수하면 동일 직종에서 인정을 받습니다.

독일의 경우에는 비슷한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나요.

독일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특정 직종의 교육을 위한 센터를 만들거나 특정 산업의 협회 혹은 상공회의소가 교육훈련에 대한 표준화나 규정을 마련합니다. 정해진 규정과 교육 과정에 맞춰서 산업체 및 상공회의소에서 교육훈련을 제공합니다. 해당 산업 분야에 대한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돕고 일정 부분 필요한 인력은 채용하는 시스템이죠.

교육에 대한 일정 부분을 산업체에서 명확히 역할을 분담한 셈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교육을 제공하면 일정 부분 채용에 대한 부담이 생기기 때문에 쉽지 않은 구조입니다.

정부 차원에서 교육을 위한 센터를 만들거나 산업군별 협회나 상공회의소에서 직종에 대한 교육훈련을 진행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거시적으로 바라보았을 때 우리나라 직업교육훈련 정책의 아쉬운 점은요.

직업교육훈련 체제에 대한 개편이 지나치다 보니 정책이 일관성을 잃고 있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 말하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교육정책이 등장합니다.

그러다 보니 잘 추진해오거나 성과가 두드러지는 정책도 바꾸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시범 사업으로 많은 재정을 투입해 추진하던 사업이 성과에 대한 평가도 없이 사라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정책에 일관성이 없고 사업성과의 평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사라지면서 다양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교육 정책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합니다. 거시적인 교육 정책은 정권이 바뀐다고 변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교육의 필요성에 따라 변해야 합니다. 오직 교육의 내용과 가르치는 교수자와 교습 방법만 달라져야 합니다.

전체 교육과정으로 봤을 때 국내 직업교육은 어떤 보완이 필요할까요.

직업교육을 직업계고등학교인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초등학교 단계에서 기초직업교육과 노동교육 등 기본적인 직업에 대한 소양 교육을 제공해야 합니다.

직업에 대한 기본 가치관 교육과 노동 교육, 근로와 물질에 대한 가치에 대해 초등학교 때부터 가르쳐야 합니다. 이론적인 것보다 사례 중심의 학습을 통해 몸소 체험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가르치면 중학교나 고등학교 때 좀 더 자신이 주체가 돼서 결정할 수 있는 정신적인 성숙함을 갖출 수 있을 것입니다. 교육을 통해 기본적으로 가르쳐야할 덕목이죠.

독일의 초등 단계 진로교육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독일은 기초 학교가 5년인데 4학년까지 한 명의 선생님이 담임을 맡으며 학생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어떤 소질이 있는지 파악합니다. 특히 이 학생이 직업계로 갈지 인문계로 갈지 판단해서 진로 판단 권고제를 실시하죠. 진로에 대한 판단을 토대로 학부모와 상담하고 학부모도 선생님이 권고한 것에 기준해 대부분 진로를 결정합니다. 학생 능력이나 장래 진로에 대해 선생님이 가장 잘 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때문이죠.

학생의 적성과 원하는 진로가 상충하는 경우는요.

대화를 통해서 하나의 의견 일치를 만들어나갑니다. 의무사항은 아니고 결국 학생 자신의 선택이죠. 학부모는 최대한 선생님의 의견을 수용하면서 학생을 설득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이 다른 길을 선택하고자한다면 그 선택을 존중하되 책임은 본인이 감수하는 식입니다.

앞으로 국내 직업교육이 나아갈 길에 대해 자유롭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직업의 서열화에 대한 편견은 많이 줄어들고 있지만 아직도 자유로운 진로 선택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됩니다. 저출산 고령 사회로의 전환이 급속화되면서 학령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되고 입학생 확보가 점점 어려워집니다. 직업계고등학교인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의 구조 개혁이 필요한 이유죠.

학생 수 확보를 위한 양적인 확대보다는 직업교육의 질 관리와 정예화가 필요합니다. 다른 한편으로 직업교육훈련을 이수한 졸업생에 대한 사회적 우대가 우선돼야 합니다. 독일의 경우 사회적으로 그리고 노동시장에서 법적으로 직업교육훈련 자격들, 마이스터 자격까지 능력에 따라 취득할 수 있게 합니다.

이들 자격을 인정하고 보호하는 시스템이 철저하며 이러한 제도적 완비가 교육훈련의 성공 가능성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독일의 경우 사회적으로 그리고 제도적으로 직업교육훈련 자격은 물론 마이스터 자격까지 능력에 따라 취득할 수 있게 하고 이들 자격을 인정하고 보호하는 시스템이 철저합니다. 이러한 제도적 완비가 교육훈련의 성공 가능성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국가는 마이스터 인정 체제 및 합리적이고 제도적인 틀을 구축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도제식 직업교육훈련을 활성화하기 위한 국가 및 산업체의 적극적인 관심과 재정지원 체제가 마련돼야 할 것입니다.

hyuk@hankyung.com
사진=서범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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