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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8] 피아니스트 박진형, “한순간도 후회한 적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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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틴잡앤조이 1618=박인혁 기자] 2016년 프라하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주목 받은 피아니스트 박진형(24세) 씨는 ‘관객과 소통하는 예술가’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그는 2009년 데뷔 무대 이후 하우스콘서트와 독주, 협주 등 다양한 방식으로 꾸준히 관객과 소통해왔다. <하이틴잡앤조이 1618> 3월호 표지모델로 선정된 박 씨를 광화문에 위치한 문호아트홀에서 만났다.

 
<p>2019년 연세대학교 피아노과 4학년
2016년 제68회 프라하 봄 국제 콩쿠르 1위
2016년 제7회 파나마 국제 피아노 콩쿠르 2위
2015년 금호 영아티스트 선정
2009년 금호 영재 선정

 

1618 독자들에게 간단한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관객과 소통하는 피아니스트 박진형입니다. 언제나 다양한 연주회를 통해 관객들과 만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1618 3월호 표지모델로 선정돼 영광입니다.

 

피아노를 시작한 시기는 언제이고 계기는 무엇인가요.
어렸을 때 집에 조그마한 피아노가 있었어요. 형제가 없어서 혼자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다보니 피아노에 익숙해졌죠. 7살부터는 어머니를 졸라서 동네 피아노 학원에 다녔어요. 본격적으로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다고 마음먹었던 시기는 초등학교 6학년으로 기억합니다.

 

 



 

 

진로와 관련해 혼돈을 겪었던 적 있나요.
제가 생각해도 놀라울 정도로 한 번도 진로에 대해 의심한 적 없어요. 어려서 피아노 건반을 처음 만지고 놀던 순간부터 늘 피아노가 좋았어요. 가끔 연습에 지치거나 대회에서 성적이 좋지 않을 때 마음이 힘든 적은 있었죠. 하지만 피아노를 치기 싫다거나 그만두고 싶은 적은 없었어요. ‘이건 내 길이다’라는 확신이 있었으니까요.

 

피아노는 비교적 독립적인 악기입니다. 연주하며 외로움을 느낀 적이 있나요.
다른 많은 악기보다도 피아노는 특히 혼자서 싸워야 하는 악기입니다. 그만큼 독주자의 역할이 큰 악기라 연주하면서 외로움을 많이 느끼죠. 혼자서 하다 보니 음악 스펙트럼이 좁아질 수도 있고 자신만의 틀에 갇히기 쉬워요. 그래서 저는 실내악 공연이나 협주, 원 피아노 포 핸즈(한 피아노로 두 명이 연주하는 것) 등 다양한 형태로 연주를 시도합니다.

 

같은 곡이라도 연주자의 해석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잖아요. ‘나만의 음악’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요.
나만의 음악을 만들기 위해 오히려 다른 사람의 조언을 귀담아 듣죠. 남들이 내 음악을 어떻게 느끼는지 솔직한 감상을 들어요.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제 음악을 듣는 청중들이라면 누구나 그 의견을 소중히 듣습니다. 여러 사람의 조언을 듣고 점점 시야를 넓히려고 노력합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조언이 있나요.
어느 날 선배가 제 연주를 듣고 말했어요. “좀 더 네 자신을 내려놓고 연주하는 것은 어떻겠니? 음악은 있는 그대로 아름다우니까”라고요. 저에게 그 말 한 마디가 큰 힘이 됐어요. 때로는 피아노 앞에 12시간씩 앉아서 연습하는 것보다 누군가의 조언이 더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피아니스트로서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요.
궁극적인 목표는 누구나 인정하는 아티스트로 성장하는 겁니다. 무엇보다도 나이가 들어서도 다른 사람들에게 제 음악을 들려줄 수 있는 기회가 꾸준히 찾아왔으면 좋겠어요.

 

목표 달성을 위해 앞으로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시야를 넓히고 음악관을 확장해야죠. 피아노뿐 아니라 오케스트라 음악, 재즈와 바로크 전 시대 음악 등 다양하게 들으며 음악관을 만들어나갈 겁니다. 또한 나이가 들수록 체력이 부족하지 않게 건강을 관리할 계획입니다.

 

클래식 음악 외에 자신에게 영감을 주는 장르는 무엇인가요.
피아노의 틀에 갇히지 않기 위해 모든 장르를 가리지 않고 즐겨 듣습니다. 특히 재즈는 클래식과 가까운 장르여서 자주 듣습니다. 대중가요도 즐기는 편입니다. 박효신 씨가 음악을 해석하는 방식을 보며 감탄하기도 하고 이소라 씨와 아이유 씨 노래도 좋아하죠. 언젠가 우연찮게 판소리를 듣고 영감을 받은 적도 있어요.

음악 외에도 미술 작품이나 무용 등 다양한 장르에서 번뜩이는 영감을 받아요. 언젠가는 샤워하다가 물이 떨어지는 걸 보고 소리의 표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 적도 있어요. 일상의 모든 것이 제게 영감을 줍니다.

 

하루에 연습량은 얼마나 많은가요.
콩쿠르나 연주회를 준비할 때는 7~8시간 정도 연습해요. 물론 아무 일정 없이 쉬는 날에도 4시간 이상 연습은 기본입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는 무엇인가요.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2016년 프라하 봄 콩쿠르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성적을 기대하지 않고 경험삼아 나간 대회였기에 더욱 기뻤어요. 세미파이널에서 실수도 있었는데 운 좋게 진출해 파이널 무대에 설 수 있었죠. 파이널 무대에서는 수상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연주했는데 제가 생각해도 지금까지 제 무대 중 최고였어요. 마음을 비우고 제 연주를 편안하게 들려드렸기에 좋은 성적을 거두었던 것 같아요.

 

대회 출전이 연주자의 음악관에 어떤 영향을 주나요.
콩쿠르는 연주자가 실력을 인정받고 연주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수단입니다. 하지만 특정 대회에 맞는 음악만을 연습하다보면 자신만의 개성을 망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저도 어렸을 때는 많은 콩쿠르에 출전했지만 너무 대회 결과에만 집착하는 건 오히려 연주자에게 독이 되는 것 같아요.

 

대회에 출전하면서 특별한 징크스나 루틴이 있나요.
무대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계속 연습을 하는 연주자들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무대 들어가기 전에 1시간이라도 꼭 잠을 자는 편이에요.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에 손을 풀면 좀 더 편안해집니다.

 

 



 

 

데뷔 무대를 기억하나요.
물론 잊을 수 없죠. 2009년 금호영재콘서트 독주회로 데뷔했어요. 금호문화재단에서 오디션을 통과한 영재들에게 열어주는 독주회에요. 기성 아티스트처럼 소정의 출연료를 지급한다는 점에서 마음가짐이 달라지죠.

 

고등학교 학창시절은 어땠나요.
남들처럼 운동도 좋아하고 PC방 다니며 게임도 즐기는 평범한 학생이었죠. 한 가지 다른 게 있다면 클래식을 좋아했다는 점이에요.

 

나만의 스트레스 푸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운동을 좋아해요. 특히 축구는 팀을 꾸려서 할 정도로 마니아죠. 하지만 한 가지 원칙이 있어요. 당구나 탁구 정도는 즐기지만 손을 크게 다칠 수 있는 농구는 절대 하지 않습니다.

 

연주자에게 손은 가장 소중한 재산입니다. 평소 손을 어떻게 관리하나요.
손에 약간 땀이 나는 체질이에요. 연주 직전에는 땀이 나지 않게 하는 약품을 손에 발라요. 근육통이 오지 않도록 온찜질도 가끔 하는 것도 잊지 않죠.

 

가장 좋아하는 음악가는 누구인가요.
항상 심취하는 음악가가 있는데 세월이 지나면 바뀌는 것 같아요. 몇 년 전에는 쇼팽에 몰입했고 최근에는 들을수록 새롭게 감성을 자극하는 슈베르트를 좋아합니다.

 

관객과의 소통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요.
관객과의 반응을 꼭 언어로만 전달받는 것은 아닙니다. 연주하는 순간 공기가 달라진다고 말해야 할까요? 제가 표현하고자하는 바가 제대로 전달이 됐다는 걸 연주하면서 알 수 있어요. 청중 전체는 아니겠지만 많은 사람이 음악에 집중할 때의 분위기를 연주자는 느낄 수 있습니다.

 

10년 후 박진형 씨는 어떤 모습일까요.
제가 바라는 10년 후 모습은 제가 원하는 프로그램으로 관객들과 소통하는 피아니스트에요. 예를 들어 낭만을 주제로 프로그램을 선정하고 연습해서 청중들 앞에서 연주하는 거죠

 

다양한 삶의 진로를 고민하는 1618 독자들에게 한 마디 부탁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이 따로 있다고 말하잖아요. 그 두 개가 일치하면 가장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꼭 본인이 좋아하는 길을 갔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좋아하는 길을 스스로 선택하니까 때로는 힘들고 때로는 실패를 겪더라도 포기하지 않게 되더라고요. 작은 실패나 장애물에도 좌절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모든 분들을 응원합니다.

 

hyuk@hankyung.com
사진=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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