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잡앤조이=김예나 기자] 이화여자대학교 인재개발원은 전 학년의 경력 개발과 관련된 교육 플랜을 체계적으로 세우고 실행한다. 특히 취업뿐 아니라 취업 이후에도 기업 내에서 학생들이 개인의 경력을 개발하는 일을 연구하고 도와주는 전문 집단이다. 지난달 이화여대 ECC에는 ‘내:일 라운지‘가 문을 열었다. 재학생들에게 취·창업 진로지원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하기 위한 공간이다. 일렬로 늘어선 박스 형태의 취·창업 부스와 오픈 테이블에서는 기업설명회, 취업스터디 및 상담, 창업동아리 활동이 가능하다. 취·창업 서적과 간행물이 비치된 카페와 일대 일 취업 상담실, 창업 상담 안내데스크도 설치돼 학생들이 희망하는 진로에 대한 궁금증을 완벽히 해소할 수 있다. 이화여대 인재개발원은 이곳에서 창의적 교육과 워크숍, 전시 및 체험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의 진로 설계를 도울 계획이다. 조일현(교육공학과 교수) 이화여대 인재개발원장을 만나 이화여대의 취업 프로그램에 대해 들었다.-이화여대 인재개발원장을 맡은지 1년이 됐다. 그동안의 성과를 진단한다면.“삼성인력개발원, 삼성물산 등 기업에서 인력 개발 업무를 하다가 대학에 와 교육공학과 교수로서 학생들을 어떻게 하면 기업에 적합한 인재로 키울지를 고민했다. 인재개발원장을 맡으며 또 다른 목표를 갖게 됐다. 기업은 당장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인재만을 원하지만, 대학은 다른 목표와 다른 양성 방안을 만들어야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학생들은 취업과 동시에 그를 출발점으로 40년간의 커리어를 쌓아야 한다. 이때 대학은 학생이 주체적으로 자신의 40년간의 커리어를 개발해나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꼭 취업이 아니더라도, 평생의 삶을 자유롭게 주도할 수 있는 사람으로 키워야 하는 것이다.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증거에 기반을 둔 경력개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자, 3년간 9000여명의 졸업생들의 데이터를 모아 분석하는 작업을 했다. 9000명의 성적과 전공, 취업 프로그램 이수 여부, 인턴 경험과 해외 체류기간 등 다양한 데이터와 객관적 증거를 바탕으로 단과대학별, 전공별로 최적화된 진로취업 모델을 도출하고. 이를 취업 프로그램 개발과 교과목 선정 등에 활용하고 있다.이와 함께 대학 내 각 단과대학과 협업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각 단과대학의 전문적, 전공적 특성과 현황 등을 듣는 시간도 가졌다. 그동안의 경력개발 활동들은 주로 대학 전체적으로 이뤄져왔다. 하지만 이화여대가 타 대학과 다르듯, 이화여대 안의 인문대, 자연대, 공대 등 각 단과대학들도 각각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또 이는 각각의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이에 각 단과대학과 인재개발원이 협업하는 구조를 만들고자 긴밀하게 노력하고 있다.”-교육공학 전공 교수이기도 하다. 인재개발원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기업에서 대학을 봤을 때와 교수로서 대학에 와서 연구만 할 때 끊겼던 고리가 인재개발원에 오면서 연결됐다는 생각이 든다. 인적자원개발과 기업 교육을 주로 가르치고 있어 이런 측면에서 잘 맞는다. 기업 교육 측면에서는 대학이 키워내는 사람들이 무엇이 부족한지, 학생의 입장에서는 어떤 프로그램과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알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또 E-learning 데이터 학습 분석을 가르치고 있는데, 그동안 연구했던 성과들이 인재개발원의 증거기반 경력개발 프로그램 개발 시기와 맞아 떨어진 것은 행운이라 생각한다.”-이화여대 인재개발원의 역할은 무엇인가.“사실 대학 취업 기관은 대학의 본질적인 아카데미즘과 상충한다. 시대적 요구와 화두가 ‘취업’인만큼 그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대학의 본질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화여대 인재개발원은 학생들이 40년에 걸쳐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경제적, 사회적 자유를 획득하는 과정을 지원한다. 학생 스스로가 주도적으로 경력을 선택하며 대학 본연의 정신인 자유를 추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이화여대 학생들의 취업 성과가 궁금하다.“2018년 이화여대의 취업률은 전년대비 미미하게 감소했지만, 서울 주요 대학들의 취업률 감소 폭에 비하면 감소폭이 현저히 낮은 편이다. 이화여대에서 주목할 점은 취업률보다 진학률이 높다는 것이다. 이화여대는 졸업생들의 대학원 진학률이 17~20%로, 취업보다 진학의 비중이 높은 편임을 알 수 있다. 학생들이 우선 대학원에 진학하고 그 이후 취업을 하기 때문에 전문성이 높고 취업의 질이 좋아진다고 볼 수 있다. 자기주도적인 취업 유지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이 반영되면 취업의 질 측면으로는 도움이 된다. 물론 이런 부분들을 모두 포함해 취업률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이화여대 취업의 특징은 무엇인가.“‘전문직’ ‘공기업’ ‘외국계 기업’ 세 가지로 들 수 있다. 학생들의 선호도 뿐 아니라 각 분야에 취업할 수 있는 역량도 특화돼 있다. 세 가지 취업 분야에 대한 책도 자체적으로 발행하고 있다. 외부에서 얻은 취업 정보가 아닌, 이화여대를 졸업한 선배들의 이야기로 구성돼 있다. ‘이화인이 갔던 길을 이화인이 갈 수 있도록 돕는 길잡이’와 같다.”-이화여대는 학생들이 취업한 이후에도 기업 내에서 경력을 개발하는 일을 연구하고 도와주고 있다. 학생들의 경력관리는 어떻게 하나.“재학생들은 졸업한지 오래 되지 않은, 가까운 선배와의 네트워크를 선호한다. 하지만 취업한지 4~5년이 지난 졸업생들은 사회적으로 매우 바쁜 포지션에 있다. 이러한 졸업생들과 꾸준히 접촉하며 관리하는 역할을 인재개발원이 하고 있다. 이런 인적 자원이 누적되면 재학생들의 취업에도 도움이 되지만, 그들의 경력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졸업생도 취업과 이직, 전직 등에 대한 정보를 계속 해서 필요로 한다. 졸업생들끼리도 서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네트워크를 형성해주고, 학교가 그들이 이와 관련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믿을 수 있는 창구가 되는 것이다. 재학생들을 취업시키는 것만이 목표가 아니라, 학생들이 졸업 이후에도 자신의 경력을 개발해나가는 데도 모교가 도움을 주고자 한다.”-취업 프로그램의 개발 과정이 궁금하다.“분석-설계-개발-실행-평가 절차를 거친다. 학생들이 어떤 프로그램을 필요로 하는지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한 설계도를 구성한다. 이후 개발에 착수해 실제로 실행을 거쳐 평가 과정에서 수정 보완한다.”-이화여대 만의 특별한 취업 프로그램이 있다면.“학생들의 맞춤 취업지원을 위해 학년별 경력개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취업 준비의 최전선에 있는 4학년 학생들에게는 ‘마스터 클래스(Master Class)’를 통해 기업 분석부터 직무 이해 교육까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실무 교육을 실시한다. 지난해 이화여대 재학생들이 관심 있는 직무의 졸업생 선배와 일대 일 취업상담을 할 수 있는 ‘톡톡선배’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졸업생 선배 멘토 440여명의 도움으로 약 500명의 재학생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화여대 재학생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직무나 산업, 채용 과정에서의 궁금증은 물론 채용과정에서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어 학생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또 각 전공별 105명의 교수로 구성된 ‘취업멘토교수’ 제도도 운영한다. 14개 단과대학, 66개 전공에 소속된 교수들이 전문지식과 전공분야 네트워크를 활용해 학생들에게 일대 일 상담을 진행한다. 이 제도를 통해 연간 2000건의 상담이 이뤄지고 있다. 이 밖에도 국내외 취업에 성공한 선배 200여명이 참여해 후배들에게 조언해주는 ‘온라인 멘토링’, 매 학기 열리는 박람회 형식의 멘토링 행사 ‘이화멘토링데이’, 졸업생 선배 초청 시리즈 특강인 ‘멘토링스쿨’ 등 다양한 선배와의 만남을 마련하고 있다.“-저학년을 위한 취업 프로그램도 있나.“저학년부터 본인의 적성에 맞는 진로를 탐색하고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저학년 커리어박람회’가 그 예다. 또 사회에 이미 진출한 선배들이 어떤 커리어를 거쳐 그 직장에 가게 됐는지 정보를 누적해 만든 탐업(探業) 로드맵 '이퀘스트(e-Quest)'를 적극 활용해 재학생들이 저학년부터 체계적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맞춘 교과 및 비교과 활동을 계획, 수행 및 점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해외 취업을 위한 프로그램은 어떤 것이 있나.“일반 대기업이나 공기업과는 채용 문화가 다른 외국계기업의 채용 과정을 안내하며 서류 검토부터 면접, 일대 일 코칭, 특강, 심화 멘토링 등 모든 과정을 지원한다. 글로벌 인턴십도 진행해 연간 50여명이 독일, 미국, 싱가포르, 필리핀 등의 국제기구, 국내기업 해외지부 등에서 인턴십을 하고 있다.”-올해 이화여대 인재개발원의 목표는.“새로운 시도도 중요하지만, 기존의 프로그램들을 재정비해 알차고 내실 있는 운영을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학생들의 취업 성과는 교수님들의 연구 성과와도 연결될 수 있고, 학교 전체의 최적의 시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학생들의 경력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학생들에게 한 마디.“대학에 들어온 것은 지식인으로서 자유롭고 자기 주도적으로 살아가기 위한 기반을 얻기 위함이다. 이화인의 인재상도 마찬가지다. 취업이 대학의 본질과 다르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대학 생활을 충실히 해 졸업 이후에도 자유인과 지식인으로서 길을 걷길 바란다. 반드시 취업하는 것만이 성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진 지금, 개개인은 평생을 능력과 역량을 키워나가야 한다. 이화여대는 133년 역사에 걸쳐 23만 동문을 배출한 전통을 자랑하는 만큼, 학교와 함께, 선배들과 함께 열린 마음으로 함께 노력했으면 한다.”yena@hankyung.com사진=이승재 기자< 저작권자(c) 캠퍼스 잡앤조이, 당사의 허락 없이 본 글과 사진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