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잡앤조이=박해나 기자] ‘청춘여락’은 라이프스타일 콘텐츠 크리에이터팀이다. 다이어트, 요리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루지만 그 중에서도 ‘여행’ 콘텐츠 비중이 가장 높다. 이들은 국내외 여행을 다니며 날것 그대로의 여행기를 영상에 담아내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콘텐츠 기획은 김옥선(더티·24)씨가 담당하고 촬영과 편집, 발행 등은 김수인(그래쓰·25)씨가 맡는다.
△ (왼쪽부터) 청춘여락의 김옥선 씨와 김수인 씨
청춘여락에서 ‘일 벌리는 역할’을 맡고 있는 김수인 씨는 ‘해외파’다. 태국에서 6년, 중국에서 10년을 살아 태국어, 중국어, 영어, 한국어 등 4개 국어에 능통하다. 하지만 ‘말’만 되고 ‘글’은 안된다. 외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낼 때 학교 공부에 조금 소홀했더니 ‘까막눈’이 되어버렸다. 말은 현지인처럼 유창하게 하면서도 식당의 메뉴판을 읽을 수 없다는 것이 그녀의 허점이다.
어린 시절을 외국에서 보낸 김수인 씨와 반대로 김옥선 씨는 성인이 될 때까지 한국을 떠나본 적이 없다. 하지만 늘 마음 한 구석에는 여행에 대한 로망이 자리했고, 외국에서도 먹고 살만한 직업을 찾다가 요리사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꿈에 부풀어 호텔조리학과에 진학했지만 막상 주방일을 경험하고 나서는 ‘이 길은 내 길이 아니다’라며 미련 없이 마음을 접었다.
다이어트대회 1등을 노린 동네 헬스장의 라이벌
전혀 교집합이 없어 보이는 이들은 2015년 여름, 동네의 작은 헬스장에서 처음 만났다. 늘어가는 뱃살을 더는 방치할 수 없어 헬스장으로 향한 김수인 씨의 눈에 김옥선 씨가 들어왔다.
“헬스장에서 다이어트 대회가 열렸어요. 체중감량을 가장 많이 한 1등에게는 해외여행 상품권을 주기로 했죠. 이 악물고 런닝머신을 달렸는데 그때마다 옥선이가 옆에서 뛰고 있었어요. 체구도 비슷하고 나이도 비슷해 보여 은근히 경쟁심이 생기더라고요.”(김수인)
어느 순간 둘은 헬스장 다이어트 대회의 유망주로 떠올랐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경쟁심에 눈이 멀어 런닝머신을 뛰고 또 뛰었다. 하지만 치솟던 경쟁심은 ‘과자’ 하나에 무너졌다. 김수인 씨가 방해공작을 위해 김옥선 씨에게 태국 과자 하나를 건넸는데, 잠시 간식을 먹으며 얘기를 나누다 급격히 친해져버린 것이다. 대화를 나눠보니 먹는 것도, 좋아하는 취향도 마치 운명의 짝처럼 비슷했다. 게다가 ‘여행’이라는 공통의 관심사도 발견했다. 그렇게 둘은 다이어트와 멀어졌고 대신 둘도 없는 친구를 얻었다.
△ 우리는 헬스장 동기!
“함께 콜센터에 취직도 했어요. 페이가 높은 편이라 선뜻 지원했는데 정말 힘들더라고요. 수당도 제대로 주지 않고 매일 혼나기만 해 울면서 퇴근하는 게 일상이었죠. 그래도 나름 첫 사회생활이니 몇 개월은 버티자며 악으로 출근을 했어요. 그런데 얼마 못가 수인이가 그만두고 회사를 나갔죠. 저는 당장 그만두면 벌이가 없으니 울면서도 계속 출근을 했고요.”(김옥선)
김수인 씨는 홀로 콜센터를 다니는 김옥선 씨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먼저 콜센터에 가자고 꼬여놓고는 혼자만 빠져나온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김수인 씨는 김옥선 씨를 구하고자 당시 특가로 저렴하게 올라온 멜버른행 항공권을 덜컥 구입했다. 그만두고 싶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아 고민하던 그녀를 움직이게 한 것은 여행 티켓이었다. 그렇게 둘은 설레는 마음으로 백수가 되어 멜버른행 비행기에 올랐다.
회사 때려치고 멜버른으로 떠난 두 여자의 여행기
일행이 한 명 늘었다. 영화학과에 재학 중인 김수인 씨의 친구가 ‘회사를 그만두고 여행을 간다’는 이들의 이야기를 촬영하겠다며 따라 나선 것이다. 친구는 김수인 씨와 김옥선 씨가 여행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고,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선물이라며 원본 파일을 전달해줬다.
“카메라를 신경 쓰지 않고 평소처럼 놀고 먹고 웃었죠. 그 모습이 담긴 원본 파일을 보니 SNS에 올려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콜센터에서 저를 자주 괴롭히던 분이 평소 제 SNS를 자주 보셨거든요. 회사 그만두고 여행가서 이렇게 재밌게 논 것을 보면 약 오를 것 같아서였죠. 그래서 영상을 짧게 편집해 여행기를 만들고는 재미삼아 ‘여행에 미치다’ 페이지에도 올렸어요. 그게 대박이 났죠.”(김옥선)
△ 페이스북 페이지 여행커뮤니티 ‘여행에 미치다’에서 화제가 된 멜버른 여행 영상 캡쳐
특별한 내용이 있는 것도, 영상미나 편집 기술이 뛰어난 것도 아니었다. 그저 영상을 올린 날이 비 내리던 월요일이었을 뿐이다. 안 그래도 출근하기 싫은 월요일에 비까지 내려 우울한 전국의 많은 직장인이 ‘회사 때려치고 떠난 두 여자의 여행기’에 열렬하게 반응했다. 조회수는 200만이 넘었고, ‘이들이 누구냐’며 하루아침에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 영상을 만들어달라는 업체의 요청도 들어왔다. 그때 처음으로 이들은 ‘영상을 만들어 돈을 벌 수 있구나’라는 것을 느꼈고,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의 도전을 감행했다.
“멜버른에서 돌아오며 태국에도 잠깐 들렸거든요. 며칠 뒤 그때 찍은 영상도 올렸는데 그건 폭삭 망했어요. 이유를 알 수가 없었죠. 그래서 공부하는 마음으로 공모전에 도전했어요. 영상 공모전이란 공모전에는 죄다 출품을 했죠.”(김수인)
나름 SNS에서 주목받은 경험이 있어 수상이 쉬울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번번이 낙방이었다. 주말 알바를 뛰며 번 돈으로 카메라를 대여해 영상을 촬영했는데, 탈락을 반복하니 길바닥에 돈을 버리는 느낌이 들었다. 돈이 떨어질수록 불안감이 커졌고, 그만둬야하나 고민이 되던 그때부터 조금씩 입상 소식이 들려왔다. 출품을 계속하면서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트렌드나 광고주의 니즈 등을 읽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청춘여락은 작은 상부터 시작해 나중에는 러쉬코리아의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기쁨을 얻었다.
△ 시베리아 횡단열차 영상 캡쳐
시베리아 횡단열차 영상으로 인기 콘텐츠 크리에이터 등극
대상 수상자에게는 러쉬코리아 미디어팀에서의 인턴십 기회가 주어졌다. 이들은 함께 회사 생활을 하며 마케팅과 미디어 환경 등에 대해 차근차근 배웠다. 상대방을 설득하는 기술이나 커뮤니케이션 하는 방법 등 비즈니스 교양까지 익힐 수 있는 시간이었다. 청춘여락에서 이름 대신 쓰는 ‘더티’, ‘그래쓰’ 등의 닉네임도 러쉬코리아 인턴을 할 때 회사에서 불리던 이름이다.
인턴을 하며 보다 성숙한 크리에이터로 성장한 이들은 인턴 종료 시점에 그동안 수고했다는 의미로 스스로를 위한 선물을 준비했다. 바로 크리스마스 유럽 여행이다. 하지만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항공권 가격이 어마무시했고, 고민 끝에 저렴하게 유럽으로 갈 수 있는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기로 결정했다.
“열차를 타고 가면서 계속 영상을 찍었어요. 일종의 여행 기록이었죠. 열차에서 만난 외국인 친구들과도 친해져 함께 촬영을 했는데, 나중에 편집해서 보내주면 좋은 선물이 될 것 같더라고요. 그렇게 제작한 영상을 SNS에도 올렸는데 관심이 엄청났어요. 영상 크리에이터로 이름을 알리게 됐고, 다양한 업체에서 협업 요청이 들어왔죠.”(김옥선)
△ 청계천에서 밥버거 하나를 나눠 먹던 그 시절을 떠올리며
청춘여락은 자체적으로 만드는 여행 콘텐츠와 제작 의뢰를 받은 콘텐츠 등을 다양하게 만들고 있다. 최근에는 치앙마이에 ‘여락민박’을 신장개업했다. 치앙마이에 젊은 청년을 타깃으로 하는 여행 상품이 없다는 것에 아쉬움을 느끼고 3박 4일 일정의 여행 프로그램을 직접 만든 것이다. 치앙마이에 있는 집 한 채를 임대해 숙소로 사용하면서 자체적으로 만든 일정을 소화하는 컨셉이다. 8명을 모집하려던 것이 2분 만에 마감되고 신청자가 몰리는 바람에 총 18명을 선발해 1기와 2기로 나눠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시범적으로 운영해본 뒤 나중에는 다른 지역에서도 민박을 운영할 계획이 있다.
“콘텐츠를 만들면서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다는 것이 정말 기분 좋았어요. 지금도 청계천에서 둘이 밥버거 하나를 나눠먹던 기억이 나요. 돈이 없어서 강남역에서 비오는 날 우산 들고 펜싱하듯 싸우기도 했거든요. 지금도 많은 분들이 저희에게 ‘나도 회사를 그만두고 청춘여락처럼 여행하며 살고 싶다’고 얘기해요. 하지만 저희는 인생 계획을 제대로 세우란 조언을 하고 싶어요. 집에 갈 차비가 없을 정도로 힘들었던 경험이 있으니까요. 아무도 다른 사람의 인생을 책임져주지 않기 때문에 신중하게 생각하고 도전했으면 좋겠어요.”
△ 유튜브 '제1화 [사실 설국열차 꼬리칸에서는 단백질블록을 먹지 않는다] 시베리아여행' 영상
사진=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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