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잡앤조이=이도희 기자/송지우 대학생 기자] ‘푸를 청, 봄 춘’. 만물이 푸른 봄철이라는 청춘의 본래 의미가 무색하게도 대학생들의 청춘은 우울하다. 경쟁 시대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각종 대외활동, 학점관리, 공모전 등에 자신을 내던지며 불안한 성장을 하면서도 때때로 청춘을 소비하는 방식에 대한 불안과 대학생활에 대한 회의감에 잠식된다.무엇을, 어떻게 해야 의미있는 대학생활을 보낼 수 있을까 고민하는 대학생들을 위해 경희대 교수 4인(고봉준, 상종열, 오태호, 이철주 교수. 가나다순)에게 직접 질문한 ‘4인4색 청춘문답’을 소개한다. 대학생활을 이미 경험한 인생선배들의 진심어린 조언은 방황하는 당신에게 나침반이 되어 줄 것이다.- 대학생으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 고(이하 고) : "문학 공부다. 80년대 후반 학생 운동을 하면서 4년을 보내 학과 공부를 전혀 못했다. 나이가 들어서 돌이켜보니 그 나이에 읽어야 하는 책들이 있는 듯하다."
상종열(이하 상) : "원하는 일에 매진하고 싶다. 그 때는 여러 가지 고민에 휩싸여 선택과 집중을 하지 못했다."
오태호(이하 오) : "영화 ‘비포선라이즈’의 셀린과 제시처럼 첫눈에 반해버린 상대와 사랑을 해보고 싶다. 안 가본 길이 궁금한 법. 청춘사업의 꽃이자 사람관계의 정수라 불리는 연애를 제대로 해본 기억이 없기 때문이다."
이철주(이하 이) : "내게‘대학시절’이란 무언가를 성급히 결정짓지 않아도 더 헤매고 망설여도 좋은 유예의 시간이었다. 그 대책 없는 여유를 즐기고 싶다. 대학생이란 이런 존재’라는 규정은 하나의 말일 뿐이다. 그런 말들에 붙잡혀 삶의 보폭이 엉키지 않도록 자기만의 호흡으로 삶을 길들이는 법을 배워야만 한다.“뭘 해도 괜찮다”는 20대의 특권이다."영화 '건축학개론' 캡처화면
- 반대로 대학생으로 돌아간다면 하지 않을 일은 무엇인가?
고 : "연애를 하지 않을 듯하다. 이유는 얻은 게 없진 않지만, 실패했으니까."
상 : "‘어떻게 살 것인가’고민만 하면서 결단내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 생각만 많았지 용기가 없었다." 이 : "연애다. 상대를 제멋대로 이상화하고, 대책 없이 사랑을 요구하고, 독단적으로 상처 입었다. 한심하다는 생각만 든다. 그런 어리석음을 거쳐야만 성장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반복하고 싶지는 않다." 오 : "과음으로 인한 실수들은 지금 생각해도 낯부끄럽다. 통제력을 잃고 타인을 배려하지 않은 채 허투루 보낸 시간들이 안타깝다. 적당한 음주와 절제력이 절실하다."- 본인의 대학생활에서 후회 되는 것이 있다면?
고 : 없다. 대학시절 책도 많이 읽고 하고 싶은 일, 여행 등 하고자 한 일은 대부분 했다. 학점과 수업을 포기하고 얻은 것이지만 후회는 없다. 지금 생각하면 대학 생활이 가장 마음이 아프면서 좋았던 시절이다.
상 : 졸업 후 하고 싶은 일이 있었지만, 경제적 어려움이나 가족의 부양 문제 등 주변 여건을 고려해 하지 못한 것들이 있었다. 보다 과감히 결단했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들이었다. 약 15년이 지난 후에야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되돌아 왔다. 사람은 주변에서 바라는 일을 할 때보다, 자신이 바라는 일을 할 때 더 큰 힘을 낼 수 있다는 것을 그 때는 미처 깨닫지 못하였다.
오 : 혼자 여행을 떠나보지 못한 것이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데 익숙했다. 자신을 치열하고 투명하게 응시하는 사유의 시간을 확보하지 못한 게 아쉽다.
이 :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충분히 고민하는 시간을 갖지 못했다. 그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과 자주 만나고 관심사를 공유해야 한다. 그런 개방성이 부족했고 그 대가를 30대에 치르고 있다. 옳고 그름, 적절함과 부적절함이라는 이분법적 틀이 아니라 내 가슴을 뛰게 하는가라는 원칙으로 살았으면 좋겠다. - 불투명한 미래에 방황하는 대학생들에게 조언 한마디 해 달라.
상 : 대학생활 동안 무엇이 되고자 하는지,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잘 모른 채 보내는 경우가 많다. 이성’을 앞세워서다. ‘도구적 사고’가 아닌 ‘존재론적 사고’가 필요하다. 학점을 잘 받기 위해, 돈을 벌기위해 고민하는 게 도구적 사고라면 ‘지금 나는 누구이며,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존재론적 사고이다. 진짜 원하는 것이라면, 백척간두진일보(百尺竿頭進一步)의 자세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고 : 모든 사람이 각자의 방식으로 불투명한 미래를 살고 있다. 그래서 모두가 ‘미래’를 조금이라도 더 안정적으로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인생은 한 번 뿐이고, 우리가 분투할 수 있는 대상 또한 한 번에 하나밖에 선택하지 못한다. 대학 생활도 오직 한 번이다. 인간이 하는 대부분의 일은 ‘때’가 있다. ‘나중에’라는 말처럼 허무한 거짓말도 없다. 자신에게 정직해야 한다. 자기가 살고 싶은 삶이 어떤 삶인지, 그것을 결정하지 못하면 늘 불행하게 떠밀리다 죽을 수밖에 없다.
이 : 방황하고 있다는 것은 좋은 것이다. 방황하지 않은 인생은 언제든 그 선택의 허약함을 드러내고야 만다. 젊은 시절에 방황하지 않은 사람은 뒤늦게 지금껏 미뤄온 방황의 총량을 한꺼번에 치르게 될 것이다. 방황은 삶을 제대로 살아내고 있다는 확신의 표현이며 젊음의 징표다. 불투명한 미래와 마주하며 방황을 피하지 않을 때, 삶은 가장 싱그럽고 생생한 목소리로 선명하게 찾아온다.‘젊음’은 결코 여러분을 추방하지 않을 것이다.
오 : 방황하지 않는 영혼은 없다. 청춘의 방황은 평생의 자산이다.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직시하고 타인과 세계를 사유할 때 미래의 불투명성이 해소될 수 있다. 감당할 수 있을 만큼 방황하는 청춘이 아름다운 법이다. tuxi0123@hankyung.com< 저작권자(c) 캠퍼스 잡앤조이, 당사의 허락 없이 본 글과 사진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