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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 봤니? 책 골라주는 ‘설렘자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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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책잇아웃팀의 헌책방 살리기 프로젝트



△ 왼쪽부터 허빈(21), 이현진(20), 박주형(24), 현지윤(22), 최용우(25) 책잇아웃 팀원들의 모습. 사진=서범세 기자


[캠퍼스 잡앤조이=이진이 기자] 핑크색 자판기만 봐도 설렌다. 자판기에서 원하는 장르를 선택하면 ‘설렘책’이 나온다. 자판기의 이름은 ‘설렘자판기’다. 책들은 모두 청계천 헌책방 거리에서 왔다. 

설렘자판기는 사회적 비즈니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연세대 인액터스(Enactus) 소속 ‘책잇아웃(책 it out)’ 팀이 만들었다. 인액터스는 기수제로 운영되는 학회로, 책잇아웃 팀이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것은 3년 전이다.

“과거 청계천 헌책방 거리는 ‘지식의 보고’로 불리며 많은 사람들이 찾았어요. 한때 헌책방이 200여 곳이 넘었지만 지금은 20여 곳만 남아 명맥을 유지하는 수준이죠. 소상공인이 경영난을 겪는 것과 헌책방이 사라져가는 것이 안타까워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됐어요.” (이현진)

프로젝트의 시작은 청계천 헌책방 주인들이 추천해준 책 세 권으로 구성된 랜덤 책 상자를 배송하는 ‘설레어함’이었다. 처음엔 헌책방 주인들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았다. 

“학생들이 이런 일을 한다는 것에 의구심이 있었던 것 같아요. 헌책방에 자주 찾아가고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친해졌어요. 설레어함의 주문이 많아지면서 동참하는 서점도 하나둘 늘어났죠. 지금은 저희가 오기를 기다린다고 해요.” (최용우)

책잇아웃 팀은 청계천 헌책방 거리의 책이 낡고 오래된 책이 아니라, 모두 양질의 책이고 그 종류도 무척 다양하다고 입을 모았다. 서점마다 취급하는 도서가 특화돼 있고 헌책방 주인들이 책을 큐레이션하는 안목도 뛰어나다고.



“설레어함은 총 6가지 테마로 구성 됐어요. 예를 들어 소비자가 ‘일상 속 여유 한 모금’이라는 테마를 선택하면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세 권의 책을 담아서 보내주는 식이에요. 어떤 책이 올지 모르는 데 기다린다는 의미에서 ‘설렘’이라는 키워드는 넣었어요.” (이현진)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것에서 벗어나 소비자들에게 책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흥미로운 독서 경험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지난 6월에는 소비자가 일상에서 물건을 사듯 책도 자판기에서 살 수 있도록 설렘자판기를 만들었다.

자판기는 로맨스소설, 추리소설, 지식교양, 자기계발서, 기독, 랜덤 등 8가지 장르로 구성했다. “설레어함은 주문할 때 요청사항을 적을 수 있지만, 자판기는 그럴 수 없잖아요. 랜덤이라는 형식은 유지하되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세분화했어요.” (박주형)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텐바이텐 대학로점에 설치된 설렘자판기에서 두 달 동안 총 800여권을 판매했다. 입소문이 나자 텐바이텐 측에서 먼저 자판기를 스타필드 고양으로 옮겨보자고 제안했다. 자리를 옮기자 판매 속도가 1.5배 증가했다. 현재 텐바이텐 대학로점에는 자판기는 없지만 ‘설렘자판기존’이 남아있다.

“책 자판기가 시중에 많이 나와 있지 않아 고가예요. 대당 500만 원에 이르는 자판기를 학생 프로젝트에서 여러 대를 살 여력이 되지 않아 아쉬워하고 있었는데, 1호기의 반응이 좋아서 스타필드 고양까지 확장할 수 있었어요.” (이현진)

설렘책은 한 권에 5000원이다. 이중 2700원은 헌책방 주인에게 돌아가고 나머지는 배송비, 자재비용, 입점수수료 등으로 쓰인다.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에는 배송이 이뤄진다. 책잇아웃 팀원들은 적게는 한 명, 많게는 두세 명이 헌책방에 가서 책 포장을 돕는다. 



배송을 도우러 헌책방에 가면 오가는 사람이 예전보다 늘어난 것 같아 뿌듯함도 느낀다. “저희 때문에 헌책방 주인들의 수익이 많이 늘었다고 볼 순 없지만, 저희의 노력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헌책방 거리를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현지윤)

헌책방이라고 하면 먼지 쌓인 책들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있지만, 좋은 책들도 많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도 책잇아웃 팀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이유 중 하나다.

“헌책을 영어로 하면 ‘올드 북(Old Book)’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유즈드 북(Used Book)’이라고 생각해요. 헌책은 누군가 읽었던 책이라는 것에서 가치를 가져요. 추상적일수도 있지만, 책을 통해 경험이 공유된다고 생각해요.” (허빈)

“중고 노트북이나 중고 자동차는 시간에 따라 그 기능이 퇴화되잖아요. 책을 선생님으로 비유하자면, 오래 됐다고 해서 다르게 알려주지 않아요. 헌책은 시간이 가도 원래의 가치를 그대로 가지고 있어요.” (최용우)

앞으로 설렘자판기가 조금 더 많은 곳에 설치돼, 그 효과로 헌책방이 활성화 됐으면 좋겠다는 책잇아웃 팀. 책잇아웃 팀은 기존 자판기 수익과 크라우드펀딩에서 진행 중인 모금으로 추가 자금을 마련하면 더 많은 설렘자판기를 설치할 계획이다.  

“저희의 행동 하나하나가 헌책방에 힘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요. 프로젝트가 언제까지 유지될지 모르지만, 저희가 없더라도 헌책방 주인들이 지금의 것을 잘 유지하면서 사업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에요.” (최용우) 

ziny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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