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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석 MBC 예능 PD “예능 PD, 마음의 문 열고 벽 허물어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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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잡앤조이=박해나 기자/허유진 대학생 기자] MBC 예능 국장 권석 PD는 ‘무한도전’의 초석인 ‘무모한 도전’부터 ‘놀러와’, ‘아빠! 어디가?’, ‘진짜 사나이’까지, MBC의 간판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한 24년차 베테랑 PD다. 시청자의 웃음과 감동을 책임지고 있는 권석 PD를 만나 예능 PD로서의 삶과 PD를 꿈꾸는 학생들을 위한 조언을 들었다. 

- 입사한지 20년이 넘었다. 예능 PD로서의 삶은 어땠나.

“1993년도에 입사했으니 올해 24년째다. 예능 PD로서의 삶을 말하자면 그냥 재미있었다. 힘든 점도 많았지만 좋아하는 일이고 재미있어서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사실 처음 입사했을 때는 PD에 대한 큰 애정이 없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더 재미를 느끼게 됐다. 이렇게 마음에 맞고 재미있는 일을 하며 살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있다.” 

- 예능 PD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나.

“요즘에는 워낙 노출이 많이 되다보니 예전보다 PD가 하는 일이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것 같다. PD는 말 그대로 프로듀서이다. 프로그램을 만들고 프로듀스 하는 사람이다. 해외의 경우 주로 기획, 예산, 캐스팅을 맡는 프로듀서와 연출을 담당하는 디렉터가 나누어져 있다. 하지만 국내 예능의 경우 이런 구분 없이 PD가 프로그램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담당한다. 좋은 아이디어를 토대로 기획을 하고, 출연자 캐스팅을 한다. 기획과 캐스팅 과정에서 프로그램이 성공할지 승부가 나는 경우가 많다. 이후 녹화와 편집을 진행해 방송을 내보내게 된다.” 

- 왜 예능 PD를 꿈꾸게 되었나.

 

“처음부터 예능PD라는 확고한 목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저 주어진 일을 사무적으로 하는 것보다는 크리에이티브한 일을 하고 싶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많이 고민하고, 하기 싫은 일을 빼내다 보니 남는 것이 언론계 분야였다. 사실 기자시험도 보고 PD시험도 보며 준비를 했는데, PD시험에 붙어 입사하게 됐다. 하나 더 고백하자면 드라마 PD를 하고 싶었는데 마음대로 되지 않아 조금 아쉬웠다.(웃음) 하지만, 예능 PD로 일하다보니 잘 맞고 재미있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 입사 후 어떤 과정을 거치나.

 

“방송사마다 특징이 다르긴 한데, 우선 4~5년 정도 AD(Assistant Director)과정을 거친다. 편집을 맡아 편집실에서 먹고 자며 밤낮없이 일하기 때문에 많이 힘든 시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고생한 만큼 편집 기술과 프로그램을 보는 눈을 키울 수 있는 기회다. 연륜이 쌓이면 AD도 PD와 함께 녹화장에 가서 연출하는 노하우를 배우고 연기자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 물론, 이 또한 방송사마다 특징이 다르다. 

이 후에는 진짜 PD가 되어 프로그램을 만드는 ‘입봉’을 한다. 나는 조연출 때는 재미가 없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입봉을 하고 난 후에는 훨씬 재미있게 일할 수 있었다. 내가 하고 싶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얼마든지 도전해 볼 수 있고, 마음에 드는 출연자를 캐스팅하고, 스타 발굴도 해볼 수 있다. 필드로 나가 PD 일을 하다가 CP라고 하는 부장이 되면, 데스크에서 후배를 관리하는 일을 한다. 개인적으로는 필드에서 일하는 PD 일을 할 때가 가장 재미있다.”  

 

- 촬영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나.

 

“‘아빠! 어디가?’가 의외의 성공을 거두었던 것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첫 녹화를 끝내고 난 후 촬영이 잘 안된 것 같아서 제작진 모두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편집을 하다 보니 촬영할 때 미처 보지 못했고 예상하지 못했던 그림이 숨어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이들의 예측불가한 행동에서 찾는 재미가 있었다. 특히, 윤후의 귀여운 먹방이나 썸 타는 모습은 시청자들이 신선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이러한 모습은 방송 3사에서 못 보던 그림이라 ‘대박’이라고 느꼈다.”



△ 사진 = '놀러와' 캡처

- 맡았던 프로그램 중 가장 애착이 가는 프로그램은 무엇인가. 

“‘놀러와’에 가장 애착이 간다. 시작부터 모든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기억에 남는 것 같다. MC인 유재석, 김원희 씨를 캐스팅하는 것부터 난항을 겪었고, 프로그램이 처음부터 인기를 얻지는 못했다. 방송 시간대도 계속 옮겨 다니며 어렵게 방송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고생 끝에 시청자들이 사랑하는 장수 프로그램으로 남게 되었다. ‘무모한 도전’ 또한 어렵게 만들어서인지 기억에 남는다.”

- 연출했던 방송의 출연자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누구인가.

 

“단연 노홍철 씨다. 노홍철 씨는 원래 케이블에서 활동하던 방송인이었는데 지상파로 옮겨와 ‘놀러와’에서 방송을 시작하고 일약 스타가 됐다. 처음에는 방송에 잘 적응하지 못해 계속 출연을 시켜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기도 했다. 두 달만 더 지켜보자고 제작진들과 얘기 했는데 딱 그 정도의 기간이 지나니 안정적으로 캐릭터를 잡고 재미있게 방송을 하더라. 이러한 모습을 보며 PD로서 스타를 발굴하는 일이 큰 즐거움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까지도 노홍철 씨와는 친하게 지내고 있고, 심지어 생일도 같아 서로 생일을 챙겨 주기도 한다.(웃음)” 

- 앞으로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한다면 함께 일해보고 싶은 연예인은 누구인가. 

“캐스팅에서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 보다 프로그램의 전체적인 컨셉이 중요하다.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것은 아니지만 남녀 돌싱 연예인을 섭외해보고 싶다. 예를 들어 채정안, 박시연, 황신혜 씨와 같은 돌싱을 생각해보고 있는데,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다.(웃음)”



- 평소 프로그램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나.  

“신문을 보는 것이 가장 좋은 것 같다. 인터넷 신문 말고 지면말이다. 신문에는 세상사는 이야기가 다 담겨 있다. 예능 PD는 생활 속에서 느낀 것을 바탕으로 기획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신문을 꾸준히 보는 것이 PD를 준비하는 사람에게도 무척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신문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지만 생각보다 잘 그리고 금방 읽게 된다. 시간이 난다면 오피니언 부분도 읽으며 자신의 철학을 가져보는 것도 좋다. 기자가 되려는 사람 외에도 여러 측면에서 신문을 보는 것은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아 꼭 추천하고 싶다.” 

- 요즘 예능 프로그램의 트렌드는 무엇인가.  

 

“‘가족’을 조명하는 트렌드로 돌아온 것 같다. ‘미운 우리 새끼’, ‘싱글 와이프’처럼 다양한 관찰 프로그램으로 가족을 비추는 것이 요즘 트렌드다. 가족 프로그램을 통해 힐링하는 포맷은 사라질 수 없는 영원한 테마라는 생각이 든다. 또 ‘비긴어게인’처럼 한 가지 컨셉을 잡고, 고급화 시켜 시청자의 로망을 채워주는 프로그램도 인기를 끌고 있다. 출연자를 혹사시키고 몸 개그를 하는 3D예능이 화제였던 것에서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이외에도 ‘알쓸신잡’과 같은 인문학 예능 또한 빼놓을 수 없는 트렌드 중 하나다.  



△ 사진 = '아빠! 어디가' 캡처 

- 최근 종편 방송이 많은 화제를 낳고 있다. 스타 PD들이 종편으로 이적하는 경우도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어쩔 수 없는 대세라고 생각한다. 이적하는 사람이 너무 많기는 한데, 오히려 PD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더 많은 곳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PD로 일하는 첫 시작이 메이저 방송사가 아니더라도 능력을 인정받으면 계속해서 성장하고 다른 곳으로도 진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 앞으로의 예능은 어떤 방향으로 변하게 될까. 

 

“‘니치전략’이라고도 하는 일명 틈새전략이 중요하다. 이제는 예능에서 20~30%가 넘는 시청률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 같고, 틈새를 공략하는 추세로 더욱 변화하지 않을까 싶다. 앞서 말한 ‘비긴 어게인’이나 ‘윤식당’처럼 다소 좁은 시청층이지만 그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색깔이 뚜렷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넓지만 얕게’가 아니라 ‘좁지만 깊게’ 파고드는 것이 장기적으로 볼 때 더 효과적인 전략이다.”

- 예능 PD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PD에게 창의력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자질이다. 창의력은 무언가를 궁금해 하는 호기심에서 시작된다. 마음의 문을 열고 내면의 벽을 스스로 허무는 연습이 필요하다.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미리 정해두고 규정짓지 말고 ‘나는 항상 변할 수 있어’라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또한 새로운 일을 해보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며 관심사를 넓히는 것이 좋다. 이를 통해 직간접적 경험을 하며 창의력을 자연스럽게 기를 수 있을 것이다. 방송국 시험을 준비한다면 신문 읽기가 정말 중요하다. 사회, 오피니언 등 다양한 분야의 기사를 읽으며 시야를 넓혔으면 좋겠다.”

phn09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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