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1이 삼성전자 합격하는 ‘서울로봇고’
로봇분야 인재 양성소
2017년 새해 첫 ‘학부모가 간다’의 주인공은 장충중학교 3학년 신정민 학생과 최현희 학부모가 선정됐다. 정민군은 로봇 공학자를 꿈꿔 서울로봇고 입학을 희망하지만 어머니 최씨는 정민군이 마이스터고에 입학하기 어려운 성적임에도 노력하지 않아 걱정이다. 정민군은 이번 ‘학부모가 간다’를 통해 막연했던 꿈을 현실로 바꿀 수 있을까.
인공지능과 로봇시대를 선도하는 마이스터 양성 '서울로봇고' 서울로봇고등학교는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전국유일의 로봇분야 산업수요 맞춤형 고등학교다. 1994년 강남공업고로 설립해 2013년 마이스터고등학교로 지정되어 기계·전기·전자·IT 융합의 로봇분야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이 학교는 단일 학과인 첨단로봇과(8학급)로만 운영되며 3학년 때 세부전공인 로봇설계·로봇제어·로봇서비스·국방부 군 특성화고 코스로 나눠 전공별 심화교육을 실시한다. 전교생은 총 152명, 취업률은 90%(2017년 1월 기준)다. |
정민군과 어머니가 서울로봇고를 방문한 날, 김상식 서울로봇고 글로벌 진로홍보부장교사가 맞이했다. 이날 김 교사는 입학전형부터 커리큘럼, 주요 취업처 등을 소개하며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김 교사는 “로봇에 흥미와 적성이 있는 학생들이 우리학교에 온다면 즐겁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다”며 “3학년 1학기 성적반영비율이 높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해서 성적을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민군이 평소 궁금했던 점들을 질문하는 시간을 가진 뒤 본격적인 학교 탐방에 나섰다.
산업현장에서 강조하는 안전시스템을 배우는 ‘시스템통합실Ⅰ’
1,2학년 때 배운 지식을 통합한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시스템통합실은 자동화시스템에서 꼭 알아야할 PLC(공장의 기계나 공정을 설계하는 프로그램)에 대해 배우는 곳이다. 그동안의 수업이 나무를 관찰하는 것이라면 시스템통합실 수업은 숲을 보는 과정이다. 그 중 ‘시스템통합실Ⅰ’은 3학년 2학기 때 선택과목으로 들을 수 있는 안전시스템에 관한 실습실이다. 현장에서 근로자의 손이 생산장비에 들어갔을 때 자동으로 생산설비를 멈추게 하거나 현장 내 전자개폐장치를 설치해 차단하는 방법 등을 배운다. 이준병 교사는 “PLC는 자동제어로 위험을 감지해 알아서 작동을 멈추거나 인명손실의 피해나 부상 등을 방지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스템통합실Ⅰ 기자재 현황 의통합공정실습장치 · 3D프린터 머니퓰레이터실험장치 · 책상, 의자, 컴퓨터 |
영어로 수업하는 ‘시스템통합실Ⅱ’
시스템통합실Ⅱ에선 독일의 세계적인 전기전자기업인 ‘지멘스’의 PLC를 다뤄볼수 있다. 지멘스의 국제공인자격증인 SMSCP를 준비하기 위해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실제 교실 게시판에는 자동화시스템을 다이어그램으로 그려 영어로 표현한 과제물들이 부착돼 있었다. 이준병 교사는 “교사나 학생도 영어가 익숙치 않지만 영어로 쓰고 읽으면서 학생들이 현장에 나갔을 때 익숙하게 대화할 수 있도록 수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스템통합실Ⅱ 기자재 현황 자동공정 및 세이프티실습장치 · 3D프린터 마이크로프로세서실험장치 · 책상, 의자, 컴퓨터 |
국내 최고의 군 특성화고 인재를 육성하는 ‘군특성화실습실Ⅰ’
군특성화실습실은 군 특성화고 과정을 밟는 학생들이 특기교육을 받는 곳으로 현장학습과 수련활동 등이 전액 무상으로 지원된다. 서울로봇고는 2016년에 군 특성화고 과정이 신설됐으며, 현재 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1기(2개반)를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은 입대가 확정되면 국방부 장학금 140만원을 받고, 정보통신분야 특기병으로 21개월, 전문기술 부사관으로 15개월을 근무하게 된다. 또한 장기복무 부사관을 신청해 직업군인으로 진출 할 수도 있다. 여기에 군 특성화고 코스를 밟은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 출신 군필자에게 우수기업체 특별채용의 기회가 주어지기도 한다. 김상식 글로벌진로홍보부장은 “남학생들에게 아주 인기있는 프로그램”이라며 “서울지역에는 서울로봇고와 성동공고, 송파공고 3곳 밖에 없다”고 말했다.
산업용로봇의 A to Z ‘산업용로봇제어실Ⅰ’
산업용로봇제어실은 제조공장에서 사용되는 산업용 로봇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산업용로봇의 구성 요소와 제작 과정, 실제 현장에서의 적용 방식 등을 수업한다. 이준병 교사는 “센서로 물체의 모양 등을 인식해 주어진 과제를 실습하는 수업”이라며 “이렇게 3학년까지 교육을 이수하게 되면 4~5개의 PLC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산업용로봇제어실Ⅰ 기자재 현황 직교좌표로봇 · 산업용6축다관절 로봇 PCB가공기 · PLC실험장치 |
로봇을 직접 만들어보는 ‘로봇제작실Ⅰ’
1학년 2학기가 되면 참여할 수 있는 ‘로봇제작실Ⅰ’은 로봇을 실제 제작할 수 있는 곳이다. 로봇의 구성요소인 마이크로프로세서, 모터, 센서를 조립할 수 있는 이 곳은 학생들이 로봇 외관을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초음파, 적외선 등 여러 종류의 센서와 도트메트릭스를 적용해볼 수 있다.
로봇제작실Ⅰ 기자재 현황 조립형로봇세트 · 로봇조립도구함 책상, 의자, 컴퓨터 |
학생들의 생활을 책임지는 ‘예성관’
서울로봇고 기숙사는 2014년에 완공돼 깔끔하고 쾌적한 환경을 유지하고 있었다. 기숙사는 150명의 학생을 수용할 수 있으며, 2층은 여학생, 3층~5층은 남학생이 이용한다. 모두 4인실로 구성되어 있고, 개인마다 침대, 책상, 의자, 수납장이 지급돼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김동운 교사는 “기숙사생 선정 기준은 지방 학생들이 1순위로 배정돼 100% 입소한다”며 “서울에서 원거리인 학생들도 많아 올해 몇몇 시설들을 통합하고 확대한다면 10명의 학생들이 더 입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성관 기자재 현황 총 150명 수용 · (4인실) 37실 · 상담실 · 보건실 · 정보화컴퓨터실 · 가족실 · 다목적실 · 세탁실 · 사감실 · 방송실 외 기타 13개 |
전국 대회 휩쓰는 ‘기능인재반’ 동아리
기능인재반은 공업전자기기, 모바일로봇틱스, 산업용로봇 3개 반으로 운영되며, 각종 기능경기대회에 출전하는 동아리다. 기능인재반에 들어서자 학생들은 로봇을 이용해 프로그램이나 원격 작업을 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학생 중 한 명이 정민군에게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소개했다. 모바일로봇기능반은 로봇에 부가시스템을 장착한 후 원하는 작업을 수행하도록 프로그래밍을 한다. 산업용로봇기능반은 산업용 로봇을 기계도면에 따라 분해, 조립하고 과제에 맞게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도록 한다. 공업전자기기기능반은 새로운 기판을 설계하고 과제에 맞게 자신이 회로를 설계하도록 한다. 권종익 기능인재반 담당교사는 “수업은 2인 1팀으로 이뤄 학생들이 협업하며 스스로 과제를 해결 할 수 있도록 진행한다”고 말했다.
[재학생이 말하는 서울로봇고]
“일반고와 다른 환경이기 때문에 자기주도학습이 뒷받침돼야 하죠”
삼성전자와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에 각각 입사 예정인 한호석군과 한태혁군을 만났다. 곧 졸업을 앞두고 있지만 이미 선취업에 성공한 이들은 벌써 입사 후 목표와 포부까지 전하며 남들보다 앞선 미래를 바라보고 있었다. 재학생이 말하는 서울로봇고는 어떤 학교일까?
(왼쪽) 한호석 서울로봇고 첨단로봇과 3학년, 삼성전자 취업
(오른쪽) 한태혁 서울로봇고 첨단로봇과 3학년,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 취업
재학생으로서 서울로봇고를 소개한다면?
한호석 로봇은 기계, 전자 등 여러 분야가 융합적으로 합쳐져 있어 다양한 분야를 배울 수 있어요. 반대로 여러 분야를 배우기 때문에 힘들어하는 학생도 있죠.
한태혁 저도 처음엔 수업이 어려웠는데 방과 후 보충수업을 활용하고, 동아리 활동을 하다보니 자신감이 생겼어요.
기능반 동아리 활동이 취업에 도움됐나요?
한호석 2인 1팀으로 과제를 수행했는데, 서로 타협하면서 배울 점이 많았어요. 덤으로 각종 기능경기대회에 출전해 수상경력도 생겼죠.
한태혁 교과수업보다 심층적으로 배우는게 많아 실력이 성장했고 자격증도 많이 취득할 수 있었어요.
서울로봇고에 와서 변화된 점이 있다면요?
한호석 그전보다 성실해졌죠. 주말이나 공휴일에도 학교에 나와야해서 성실해질 수 밖에 없는 환경이었어요.
한태혁 동아리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농구도 시작하고, 성격도 활발해진 것 같아요.
서울로봇고 입학을 원하는 중학생들에게 조언 한마디.
한호석 저희 학교에 오고 싶다면 평소 내신관리를 잘해야 해요. 또 일반고와 다른 환경이라 생각보다 적응이 힘들 수도 있지만 자신이 원해서 왔다면 적극적으로 배우는 자세가 필요해요.
한태혁 면접 때 실제로 로봇을 다룬 적이 없어도 자신이 로봇에 관심이 많고 학교에 와서 열심히 할 수 있다는 마인드를 면접관에게 어필하는게 포인트죠. 또 입학 후 내신관리를 하려면 일반과목도 포기해선 안돼요.
교육 수준이 높은 서울로봇고
학교를 탐방하는 내내 어머니 최씨의 얼굴에는 걱정이 앞선 표정이었다. 마침내 탐방을 끝내고 소감을 묻자 최씨는 “학교가 제가 생각했던 수준보다 너무 높아서 과연 고등학생이 소화해낼 수 있을지 의구심도 들었다”며 “거의 전문대 이상의 수준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정민군은 “조이스틱으로 직접 로봇을 움직이는게 신기했고, 형들이 쉽게 설명해줘서 좋았다”며 “생각보다 로봇이 어려운 것 같지만 많이 배울 수 있었고 서울로봇고를 가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고 전하며 탐방을 마무리했다.
[교실 브런치 Talk!!]
학부모가 묻는다! 선생님 질문 있어요!
김상식 서울로봇고 글로벌진로홍보부장
입학전형은 어떻게 되나?
일반전형과 특별전형으로 나뉘는데, 일반전형은 교과성적 35%, 출석성적 5%, 봉사활동 5%, 인적성검사 35%, 심층면접20%다. 특별전형은 로봇에 특별한 소질이 있거나 수상 경력이 많은 학생이라면 노려볼만하다.
학년별 커리큘럼은 어떻게 되나?
1학년은 로봇 입문, 로봇 요소 등 로봇 공학에 대한 기초과목을 통해 기초지식과 능력을 키운다. 2학년은 전공심화과정으로 로봇을 이루는 요소별로 기술을 깊이 있게 배운다. 3학년은 산업수요맞춤형 교육과정으로 산업체에서 요구하는 교육과정을 반영해 탄력적으로 운영 중이다. 요즘 대학생들도 전공을 살려 취업하는 경우가 드문데 마이스터고 학생들은 재교육이 필요없기 때문에 기업체에서 선호하는 편이다.
삼성전자에서 1학년 때 채용하는 걸로 알고 있다. 어떤 식으로 이뤄지나?
마이스터고 학생 특별채용 제도로 내신 성적이 30% 이내인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직무적성검사를 보고 면접 후 최종 선발한다. 이후 2학년 여름, 겨울방학과 3학년 여름방학 때 삼성전자에서 인턴교육을 받고 졸업 후 정규직으로 일을 한다. 업무는 대졸자들이 하는 연구 개발직으로 학생들이 실력이 있기 때문에 실무에 바로 투입된다.
주요 취업처는?
대기업, 공기업, 연구원, 부사관 등으로 취업을 한다. 지난해 1회 졸업생들 중 삼성전자, FITI시험연구원,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한국전력공사 등에 취업했다. 나머지는 로봇 관련 공무원이나 중견, 중소기업에도 취업한다.
서울로봇고 (with 학부모 & 학생) (9점/10점 만점) 접근성 ★★★★★★★★☆☆ (8점) 지하철로 한 번에 갈 수 있어 편리함 교외 환경 ★★★★★★★★★☆ (9점) 근처에 소음이 없어 좋음 실습실 기자재 ★★★★★★★★★★ (10점) 실습실 기자재가 다양하게 갖춰져 교육환경이 우수함 커리큘럼 ★★★★★★★★★☆ (9점) 학년별로 커리큘럼이 잘 짜여져있음 운동장 ★★★★★★★★☆☆ (8점) 운동장이 넓지만 모래여서 넘어지면 쉽게 다칠 듯함 기숙사 ★★★★★★★★★★ (10점) 신설이라 생각보다 쾌적하고 각종 시설이 잘 구비됨 |
글 구은영 인턴기자 eyg0261@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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