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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의 세계] “청취율 1위 비결이요? ‘공감’ 아닐까요” ‘허윤희의 꿈과 음악 사이에’ DJ 허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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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잡앤조이=강홍민 기자] 언제 어디서나 옛 아날로그 감성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라디오. 3040대라면 학창시절 이어폰을 요리조리 숨겨 몰래 라디오를 듣던 기억은 한 번쯤 있을 것이다. 혹자는 세상이 디지털화로 바뀌면서 라디오의 몰락을 예고하기도 했지만 디지털의 발전과 더불어 아날로그 매체인 라디오도 흐름에 맞게 공존해 나가고 있다.

물론 예전처럼 디제이가 불러주는 주소를 손으로 적는다거나 몇 번을 고쳐가며 쓴 손 편지를 보내는 일은 없어졌지만 디지털 세상에 맞게 스스로 공존해나가는 법을 배우는 중인 듯하다. 이번 <직업의 세계>에서는 밤10시에서 12시까지 하루의 끝과 시작을 공존하는 CBS 음악FM ‘허윤희의 꿈과 음악 사이에’ 디제이 허윤희 씨를 만나봤다. 10년 동안 우리의 밤을 함께한 그녀의 직업 ‘라디오 DJ’는 어떤 직업일까.




Q.밤10시~12시까지 방송되는 CBS 음악 FM ‘허윤희의 꿈과 음악 사이에(이하 ‘꿈음’)’는 어떤 프로그램인지 소개해 달라.

‘꿈음’은 청취자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위로해 주는 방송이다. 2007년 1월 1일부터 진행해 어느덧 10년이 됐다.



Q.줄곧 동시간대 청취율 1위다. 비결이 있다면?

몇 년 전부터 1위를 했는데 언제 바뀔 진 모르겠다.(웃음) 다른 라디오 방송에 비해 CBS 라디오를 듣는 분들의 충성도가 높은 편이다. 늘 라디오를 틀어 놓고 생활하는 분들이 많아서 일거다. 1위 비결이라면 요즘엔 10대를 겨냥한 프로그램이 많은 반면에 3040 청취자들이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프로가 없어서 인 것 같다. 

Q.라디오 DJ는 어떤 직업인가?

라디오를 듣는 청취자들의 감성을 어루만져주는 직업이 아닐까 싶다. 

Q.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됐나?

대학 4학년 때 아나운서 준비를 하면서 여러 방송국에 원서를 넣고 다녔는데 다 떨어졌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집 근처 경기방송 리포터를 지원했는데 운 좋게도 합격해 방송 일을 처음 시작하게 됐다. 리포터를 하다 우연한 기회에 라디오 DJ를 맡게 된 케이스다.

Q.리포터로는 어떤 일을 했나?

경기도 내 일어나는 도정을 취재해 라디오 방송으로 내보내는 일이었다. 한 6개월 정도 리포터를 하다가 회사에서 심야 라디오 DJ 자리가 났으니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자정부터 새벽 2시까지 하는 방송이었는데, 직접 원고도 쓰고, 진행도 하는 시스템이었다. 당시엔 힘들었지만 돌이켜보면 많이 배웠던 것 같다. 지금도 진행과 제작을 같이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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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원래 라디오 DJ가 꿈이었나?

어릴 적엔 남 앞에서 말하는 걸 죽기보다 싫어했다.(웃음) 그런 내가 너무 싫어 대학 3학년 때 아나운서 아카데미에 다녔었다. 그땐 직업으로 삼고 싶다기보다 콤플렉스 극복이 우선이었다.

Q.그럼 라디오는 좋아했었나?

물론이다. 중·고등학생 때부터 라디오를 끼고 살다시피 했다. 학교 다닐 땐 ‘별밤’을 즐겨들었다. 당시 ‘별밤’지기가 이적 씨였는데 개인적으로 열성 팬이었다. ‘별밤’을 좋아했다기보다 이적 씨를 좋아해 테이프에 녹음해놓고 몇 번을 들을 정도였으니까.

Q.CBS 라디오는 언제부터 하게 됐나?

10년 전 쯤 CBS에서 전문 DJ를 뽑았는데, 그게 인연이 돼 지금까지 일을 하고 있다. 시작은 현재 박승화 씨가 진행하는 ‘가요속으로’라는 프로그램을 맡았었다. 당시 이십대였는데 7080 노래를 선곡하니 당연히 청취자들의 반응이 안좋았다.(웃음) 3개월 정도 했는데 워낙 악플이 심해 그만둘까도 생각했었다. 그러다 조규찬 씨가 진행하던 ‘꿈음’을 이어받게 되면서 지금까지 이어 오고 있다. 운이 좋았다.




Q.최근에도 전문 DJ를 뽑고 있나?

요즘엔 거의 안 뽑는 걸로 알고 있다. 

Q.프리랜서이면 라디오 외 다른 일도 하나?

내레이션이라든지 주로 목소리 관련된 일을 종종 한다. 얼굴이 나오는 방송은 울렁증이 있어 잘 안하는 편이다.

Q.현재 ‘꿈음’에서도 진행과 제작을 함께 맡고 있는데, 정확히 어떤 일인가?

음악 선곡부터 광고 점검, 콘솔도 만진다. 그리고 프로그램 방향이나 코너를 구상하는 아이디어 회의도 작가와 같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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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생방송 땐 바쁘고 정신없을 것 같다.


<p>10년 정도 해보니 크게 어려운 건 없다. 그리고 ‘꿈음’을 듣는 분은 아시겠지만 우리 방송은 큰 틀이 있다.(웃음) 10년 동안의 노하우로 선곡이 비슷하다. 예를 들면 비가 오는 날이나, 위로받고 싶을 때, 새 학기, 이별한 날 등 청취자들의 기분이나 계절의 변화에 따라 비슷하게 선곡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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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Q.그럼 비오는 날이나 눈 오는 날에는 어떤 곡을 트나?
<p>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 편인데, 비오는 날에는 이현우의 ‘비가와요’나 김현식의 ‘비처럼 음악처럼’, 윤하의 ‘빗소리’, 박중훈의 ‘비와 당신’을 주로 선곡한다. 눈 오는 날엔 미스터 투의 ‘하얀겨울’, 터보의 ‘회상’, 캔의 ‘겨울이야기’, 김민종의 ‘하얀 그리움’을 내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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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Q.‘꿈음’은 주로 어떤 사람들이 듣나?
<p>힘들거나 위로 받고 싶은 사람들이 많이 듣는 편이다. 문득 위로 받고 싶을 때 몇 년 만에 찾아오는 청취자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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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Q.첫 방송 때 기억나나?
<p>얼마 전 10주년 기념으로 첫 방송을 들어본 적이 있었는데, 못들어주겠더라.(웃음) 지금과는 다르게 하이톤에 떨리는 목소리여서 순간 다른 사람인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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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Q.하루 평균 몇 개의 사연이 오나?
<p>날마다 다르지만 보통 하루에 3~400개의 사연이 온다. 요즘엔 문자나 앱으로 사연을 쉽게 보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 중 메신저로 오는 사연은 제작진만 볼 수 있어 길고 진지한 비밀 이야기가 많이 오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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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Q.생방송과 녹음 방송의 비중은 어느 정도인가?
<p>평일엔 생방송으로 진행하고, 주말 방송은 녹음을 한다. 주말 녹음 방송은 평일에 일찍 와서 미리 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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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Q.방송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p>워낙 자잘한 실수들을 많이 하는 편이라….(웃음) 예를 들어 노래가 나가는 도중에 다음 노래를 걸어 놓는데 멍 때리다 노래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내린 적도 있고, 시간 분배를 못해 광고가 잘린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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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Q.라디오 DJ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
<p>나 역시 라디오 DJ를 준비해서 된 케이스가 아니라 직접적으로 말하긴 힘들지만 비슷한 분야에서의 경험을 해보는 게 도움 될 것 같다. 언제라도 기회는 오기 마련인데, 중요한 건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는 실력을 평소에 키워놓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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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Q.라디오 DJ가 되기 위한 조건은?
<p>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듣는 게 중요하다. 자기가 하고 싶은 말보다 누군가의 말을 잘 들을 줄 알아야 공감대가 형성되고, 상대방에게 더 와닿는 말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10년 전 CBS에 지원할 때 자소서에 ‘어떤 말을 하느냐보다, 어떻게 말을 하느냐를 아는 DJ’라고 쓴 것처럼 말이다. 한 가지를 더 꼽자면 음악을 좋아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요즘 청취자들은 DJ의 미세한 심경변화도 알아내기 때문에 이 곡을 아는지, 음악을 좋아하는지 그렇지 않은지도 금세 티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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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라디오 DJ를 하면서 힘든 점이 있다면?

방송 중에 악플이나 악성 사연이 가끔 오는데, 처음엔 굉장히 힘들었다. 계속 신경 쓰이고 방송 끝난 후에도 머리에 남더라. 그나마 10년 정도 되니까 조금씩 극복하는 법을 터득하고 있는 중이다.

Q.수입은 어느 정도 되나?

정확한 수치를 밝히긴 어렵지만 처음 방송할 때보다 조금 오르긴 했다. 이 분야를 잘 모르는 분들은 방송 일을 하면 돈을 많이 번다고 알고 있는데 사실 그렇지 않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또래 회사원보다는 조금 더 받는 정도다.

Q.라디오 DJ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만드는 입장이 아닌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만들자’라는 이야기를 항상 작가와 한다. 라디오 DJ나 작가, PD가 되고자 한다면 지금 라디오를 들을 때 어떤 부분이 좋았는지 메모해두면 도움 될 듯하다.




Q.마지막으로 ‘꿈음’ 청취자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매일 들어주시는 청취자들은 말할 수 없이 감사드린다. 근데 매일 듣는 게 힘들다. 가끔 사연을 보면 몇 달 만에 혹은 몇년 만에 왔다는 분들이 있는데, 시간이 지나도 잊지 않고 찾아주는 청취자들이 있어 감사하고 보람을 느낀다.

글 강홍민 기자(khm@hankyung.com) / 사진 김기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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