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항로 통과 133회…대다수는 러시아·중국 선박
보험업계·환경단체, 수색·구조·정화 어려운 사고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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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중동 전쟁 장기화와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빙 탓에 북극을 통과하는 해운 물동량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해양정보 전문업체 로이드 리스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달 북극해 항로를 통한 항해 횟수가 133회에 달해 2022년 대비 4배 이상 증가했으며, 8월 대비로는 46% 증가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해빙으로 북극해 바닷길이 수월해진 데다, 호르무즈 해협 등 해상 요충지의 안전 불안으로 선주들이 대체 항로를 모색한 결과다.
북극해 통과 선박의 거의 절반은 러시아 선적 선박이었으며, 중동을 대체할 유럽행 항로를 찾고 있던 중국 선박들도 이 항로를 이용했다.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들은 러시아의 가스 플랜트로 이동하기 위해 이 항로를 자주 이용하지만, 곡물이나 철광석 같은 원자재를 주로 운송하는 벌크선들의 통행량도 증가한 게 주목된다.
이 항로를 통과한 벌크선은 지난 8월 18척에서 9월에는 29척으로 늘었다.
로이트 리스트 인텔리전스의 브리짓 디아쿤 해양정보 책임자는 "정부와 선사들이 지정학적 혼란에 덜 노출되는 대체 항로를 점점 더 많이 모색함에 따라, 이 항로의 이용 추이가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북극해는 경제적 이점이 있다.
중국 컨테이너선 '두바이 타워'호는 지난달 중국 칭다오에서 북극을 경유해 영국 펠릭스토우 항으로 향했는데, 수에즈 운하나 아프리카 희망봉을 경유할 경우 최소 40일 이상이 걸리지만 이번엔 24일 만에 도착했다.
9월은 일반적으로 북극해 항로가 가장 붐비는 시기다. 이때 얼음 두께가 가장 얕아 쇄빙 능력이 없는 선박도 통과할 수 있다.
사우샘프턴 대학교 연구진에 따르면 북극해 빙하는 위성 관측이 시작된 이래 2025년도에 단일 연도 기준 가장 큰 겨울철 감소폭을 기록했으며, 이후로도 계속 역사적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보험업계와 환경단체들은 이 항로를 이용하는 선박이 증가할 경우 대형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북극 지역은 수색·구조 및 사고로 인한 오염물질 정화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 1989년 알래스카 연안에서 발생한 초대형 유조선의 대규모 원유 유출 사고는 정화 작업에만 최소 4년이 걸렸다. 그럼에도 사고로 인한 잔류물은 여전히 인근 해변에 남아 있다.
프랑스 해양환경 연구단체 '타라 오션 재단'의 로맹 트루빌레 이사는 "이 항로를 이용할 국가는 러시아와 중국뿐만이 아니다. 앞으로 이 항로를 통과하는 모든 기업은 북극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우리가 이 경로를 통해 운송된 상품을 구매한다면, 우리는 그 위험에 일조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북극의 예측 불가능한 기상 조건은 잠재적 사고 원인이 될 수 있다.
선박에 지리정보를 제공하는 영국 수로국의 기술 협력 책임자 톰 멜러는 북극과 같은 극고위도 지역에서는 항해 장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북극점에 가까워질수록 지구의 곡률이 훨씬 커지기 때문에 해도에 위치 정보를 정확히 표시하려면 다른 방식이 필요하다"며 "해도를 정확히 표시해주는 적절한 시스템이 없다면 나는 그런 배에는 타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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