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실패·경력공백에 고립 장기화…35세 넘으면 정책 사각지대
부모도 늙어간다…생계·돌봄 기반 무너지면 '가족의 위기'로

[※ 편집자 주: 사회활동을 위한 외출이 거의 없는 '은둔 청년'은 전체 청년의 5.2%, 약 54만 명으로 추산됩니다. 코로나19를 거치며 사회문제로 가시화된 청년 은둔은 이제 고립의 장기화와 부모의 고령화 등 새로운 문제와 맞닥뜨리고 있습니다. 장기간의 경력 공백 속에 수시·경력채용 확산과 생성형 인공지능(AI) 도입 등 노동시장도 빠르게 달라지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청년 고립 문제를 실태와 구조, 당사자의 삶, 지자체·민간의 발굴 실험, 정책적 대안이라는 네 가지 축으로 짚어보고, 이들이 다시 사회와 연결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기획기사를 4차례에 걸쳐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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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고유선 옥성구 기자 = 20대에 시작된 청년층의 고립·은둔이 30대 중후반까지 이어지는 '고립의 장기화'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취업 실패와 경력 공백으로 사회와 단절된 청년들이 나이가 들면서 부모 세대의 고령화까지 맞물리고 있어, 개인의 취업 문제로만 여겨졌던 청년 고립·은둔이 가족의 생계와 돌봄을 위협하는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불안정한 일자리와 은둔의 악순환…길어진 고립
5일 한국경제인협회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청년 은둔화의 결정요인 및 사회경제적 비용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국무조정실의 '2024년 청년의 삶 실태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2024년 기준 국내 은둔 청년은 약 53만7천8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은둔 청년은 임신, 출산, 장애의 사유를 제외하고 거의 집에만 있는 만 19∼34세 청년층을 일컫는다.
2024년 은둔 청년 규모는 전체 청년층의 5.2% 수준인데 2022년 실태조사 당시 2.4%였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2년 사이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고립된 채 살아가는 청년층의 규모만 커진 것이 아니라 이들 은둔 청년의 고립 기간도 길어지는 모양새다.
보건사회연구원의 '청년 은둔 양상의 변화와 정책 과제' 보고서를 보면 2022년과 2024년 청년 삶 실태조사를 비교했더니 은둔 상태가 지속된 기간이 '7년 이상'인 비율이 4.0%에서 6.0%로, '3년 이상∼5년 미만'이 5.4%에서 10.8%로 높아졌다. '5년 이상∼7년 미만'은 2.6%로 같았다.
은둔의 주요 원인으로는 노동시장의 변화된 특성이 꼽힌다. '일자리'의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2022년 기준으로 은둔 청년이 외출을 거의 하지 않는 주된 이유 1순위는 '기타'로 이유를 특정하기 어렵거나 여러 이유가 뒤섞인 경향이 있었는데 2024년에는 취업의 어려움을 꼽은 응답률이 41.1%로 가장 높았다.
이에 더해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 청년 가운데 '쉬었음' 청년의 은둔 확률은 17.8%로 취업 청년(2.7%)의 6.6배에 달했다.
실업 청년의 경우 구직 1개월 차에는 은둔 확률이 15.1%였지만, 42개월 차에는 50.1%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노동시장의 복잡한 변화가 이런 현상을 가속화시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신입직원 채용은 줄어드는 반면 경력·수시채용이 늘면서 노동시장 밖에 있던 청년이 일자리를 얻기가 예전보다 쉽지 않아졌고, 인공지능(AI) 기술의 확산으로 청년층이 특별한 경험 없이 수행할 수 있었던 업무도 줄고 있다.
여기에 더해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얻지 못해 불안정한 직장을 전전하다 보면 다시 노동시장 밖으로 밀려나 은둔을 택할 가능성도 커진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전문대학원 교수는 "보통 첫 직장에서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불안정한 일자리를 전전하게 되면 고립에 빠지기 쉽다"며 "일본식 히키코모리 유형의 요소도 있겠지만, 최근 우리나라 고립 청년을 보면 노동시장 입장·퇴장을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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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식 '8050 고립' 답습 우려
문제는 이러한 고립이 장기화하면 당사자뿐 아니라 부모 세대의 고령화와 맞물려 가족의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20대 중후반으로 고립·은둔 이슈의 중심에서 주목받았던 이들은 이제 30대에 접어들었는데, 청년기에 시작된 고립이 중년기까지 이어지는 이른바 '고립의 장기화'가 가시화하고 있다.
특히 이들의 부모 세대인 2차 베이비부머 세대(1964∼1974년생)가 은퇴를 앞둔 점을 고려하면 부모 세대의 고령화로 경제적·돌봄 기반이 사라지는 순간 은둔 청년과 그 부모의 생계·주거·의료 문제가 한꺼번에 불거질 수 있다.
일본에서는 80대 부모가 50대 은둔 자녀를 부양하다 부모의 빈곤과 질병, 자녀의 고립이 함께 나타나는 '8050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기도 했는데 이를 답습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일본은 더 어릴 때부터 히키코모리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일본처럼 간다고 하면 너무 부정적으로 보는 거 같지만, 고립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굳어지면 '8050문제'처럼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며 "마냥 방치할 경우 사회적 고착화가 심해지므로 조기 개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청년층의 범위를 넓히고, 이들의 고립·은둔을 개인의 의지 문제로 한정하는 대신 경제활동과 사회적 관계 회복을 위한 전방위적인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 청년기본법은 청년을 만 19∼34세로 규정하고 있어 취업과 관련된 상당수의 대책이 만 35세 미만을 대상으로 수립되는데 이 범위를 아예 넓힐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20대부터 30대 초반 청년에겐 정부 차원에서 교육이나 취업 기회를 주는데 30대 중후반으로 넘어가는 순간에 사회적 관심이 급격히 떨어진다"며 "사회적 관심이 떨어지면 이들은 더 은둔하고 악순환이 반복되게 되므로 이들을 포괄적으로 '청년'으로 보고 사회적 관심을 계속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희 교수는 "노동시장 대책에서 빠지는 연령은 고립에서 벗어나기 더 어려워지기 때문에 고립 청년의 연령이 더 높아질 수 있다"며 "결국 '청년'에 제한을 두지 말고 '문제' 자체에 주목해서 개선하는 방안 모색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에 한계가 있는 만큼, 기업 등 사회 각 분야의 움직임을 이끌어낼 간접적·포괄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순둘 교수는 "정부가 민간 시장에 직접 개입하거나 인위적으로 일자리를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기업이 활발하게 활동해 일자리 자체가 늘어나도록 규제 완화, 환경 조성 등 간접적 지원과 판을 마련해 주는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cindy@yna.co.kr, ok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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