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메타·네이버 등 '에이전틱 커머스' 경쟁…국내서도 AI 실거래
소비자는 신중…"AI가 골라도 결제는 내가 직접 승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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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 "인천공항에서 광화문까지 가는 차 좀 잡아줘."
인공지능(AI) 에이전트는 이 한마디를 듣고 이동 수단을 찾아 차량을 예약한다. 이용자가 목적지를 알려주고 마지막에 결제를 승인하면 나머지는 AI가 처리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온라인 쇼핑에서 AI의 역할은 취향에 맞는 상품을 추천하거나 가격을 비교해주는 정도였다.
하지만 AI 에이전트 기술이 발전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제는 상품을 찾아 장바구니에 담고 결제하는 일까지 AI에 맡기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중요한 점은 상품을 '골라주는' 것과 '내 돈을 쓰게 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편리한 것은 분명하지만 소비자들이 카드와 계좌를 AI에 어디까지 맡길지는 아직 미지수다.
◇ "추천해줘"에서 "사줘"로…빅테크 경쟁
최근 글로벌 전자상거래 업계의 관심은 AI가 검색과 추천을 넘어 구매까지 대신하는 '에이전틱 커머스'로 옮겨가고 있다.
기존 대화형 AI는 이용자의 질문에 답하면서 상품이나 구매 링크를 보여주는 데 그쳤지만 에이전틱 커머스에서는 AI가 이용자의 요구를 파악해 여러 상품을 비교하고 구매 절차에도 직접 관여한다.
오픈AI는 지난해 9월 결제기업 스트라이프와 함께 개발한 개방형 표준 '에이전틱 커머스 프로토콜'(ACP)을 바탕으로 '인스턴트 체크아웃'을 선보였다.

하지만 지난 3월 전략을 수정해 챗GPT 안에서 곧바로 결제하는 독립형 인스턴트 체크아웃을 축소하고 상품 탐색에 무게를 두면서, 실제 구매는 판매자가 운영하는 웹사이트나 앱에서 이뤄지도록 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메타가 지난달 공개한 개인용 AI 에이전트 '뮤즈'(Muse)는 웹사이트를 직접 돌아다니며 상품을 찾고 양식을 작성할 수 있으며 구매 직전 이용자의 승인을 받아 결제를 진행한다.
이런 흐름을 보면 업계 경쟁의 초점이 아직은 카드를 AI에 통째로 맡기느냐에 있지 않다. AI에 어느 정도까지 권한을 주고 어느 단계에서 사람의 확인을 거치게 할지가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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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연내 에이전트 결제 시범…국내 실거래까지
국내 업체들도 속도를 내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2월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에 쇼핑 AI 에이전트 베타 버전을 내놨다. 6월에는 이용자의 클릭과 장바구니 기록 등을 분석해 관심 상품을 먼저 추천하는 기능도 붙였다.
연내에는 일부 상품군을 대상으로 에이전트 안에서 곧바로 결제하는 기능을 시범 도입할 계획이다.

이용자도 빠르게 늘었다.
네이버에 따르면 지난 8월 쇼핑 AI 에이전트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와 일평균 대화 수는 출시 초기인 3월의 약 5배로 늘었다. 에이전트를 거친 일평균 거래액은 같은 기간 약 4배가 됐다.
품목별 거래액은 디지털·가전이 40%로 가장 많았다. 제품마다 다른 사양과 기능을 일일이 비교해야 하는 분야에서 AI를 활용하려는 수요가 컸다는 의미다.
AI가 실제로 사람 대신 돈을 낸 사례도 나왔다.
마스터카드는 지난 3월 자사 결제 솔루션 '에이전트 페이'를 이용한 첫 국내 AI 에이전트 실거래를 마쳤다고 밝혔다.
AI 에이전트가 글로벌 모빌리티 플랫폼 '호파'(hoppa)에서 이동 수단을 검색하고 인천공항에서 서울 광화문의 한 호텔까지 가는 차량을 예약해 결제까지 마쳤다.
같은 달 신한카드도 마스터카드와 함께 글로벌 모빌리티 서비스와 연동한 'AI 에이전트 페이' 실거래를 국내 카드업계에서 처음으로 실증했다고 발표했다.
AI가 이동 수단을 검색하고 예약하면 이용자는 결제를 한 차례 승인하는 방식이었다.
◇ "골라주는 건 좋지만 결제는 내가"
문제는 소비자의 선택이다.
소비자들은 AI가 후보를 추려주는 데는 비교적 호의적이지만 구매 결정 자체까지 AI에 넘기는 데는 부정적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가 올해 1월 미국 소비자 32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AI에 구매 결정을 맡기겠다는 응답은 생활용품처럼 잘못 골라도 상대적으로 부담이 작은 품목에서도 11%를 넘지 않았다. AI가 선택지를 좁혀주는 것까지는 괜찮다는 응답은 이보다 많았다.
결제업체들의 조사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났다.
월드페이가 미국과 영국, 프랑스, 브라질, 중국, 싱가포르, 호주 소비자 8천명을 조사한 결과, AI 쇼핑에 관심이 있는 응답자의 80%는 결제 과정에서 AI에 어느 정도 역할을 맡길 수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59%는 구매할 때마다 자신이 직접 승인하고 싶다고 했다.
검색이나 가격 비교처럼 번거로운 일은 AI에 맡기더라도 돈이 빠져나가는 마지막 순간만큼은 본인이 직접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 잘못 산 물건은 누구 책임?…개인정보 보호도 숙제
기술이 앞서가는 만큼 제도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도 적지 않다.
AI가 지시를 잘못 이해해 엉뚱한 물건을 사거나 이용자가 원한 조건보다 비싼 제품을 주문했다면 손해를 누가 부담할지부터 정해야 한다.
AI의 추천 결과에 판매자의 광고비나 수수료가 영향을 미쳤다면 이를 '맞춤형 추천'으로 볼 수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환불 분쟁이나 해킹에 따른 부정 결제가 발생했을 때 AI 개발사와 판매자, 결제대행사(PG), 카드사가 각각 어디까지 책임져야 할지도 명확하지 않다.

개인정보 보호도 문제다.
AI 에이전트가 이용자를 대신해 상품을 고르려면 구매 이력과 취향을 알아야 하고, 실제 거래를 하려면 위치와 배송지, 결제 관련 정보까지 다뤄야 한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에이전틱 커머스가 자리 잡으려면 소비자가 AI에 어디까지 권한을 맡겼는지를 분쟁이 생겼을 때 명확하게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쇼핑 도우미에 머물렀던 AI가 이제 결제 버튼 앞까지 왔다.
기술적으로는 AI가 사람 대신 돈을 쓰는 시대가 이미 시작됐다. 그러나 그 버튼을 누를 권한까지 AI에 넘길지는 소비자인 우리에게 달렸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president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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