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전략투자 팩트시트 발표…대형 원전 8기 프레임워크 합의
트럼프, 알래스카 투자 일방 발표…공식 문건엔 '검토 착수' 명시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한미 양국이 총사업비 223억 달러 규모의 미국 텍사스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 사업을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로 확정하고 미국 내 대형 원전 8기 건설(최대 1천200억 달러)에도 큰 틀에서 합의했다.
양국이 '검토 착수' 수준으로 공식 합의 문서에 명시한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에 대해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식 투자 대상으로 못 박으면서 적잖은 파장이 일고 있다.
한미 양국은 1일 한미 전략투자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추진 계획을 담은 공동 팩트시트(설명자료)를 발표했다.
양국은 공동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발표는 2025년 7월 30일 발표된 한미 무역 합의와 같은 해 11월 14일 서명한 한미 정부 간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이행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노력은 에너지를 포함한 전략 산업 분야에서 한국과 미국 간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안정적이고 회복력 있는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한국은 지난해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조선 협력(1천500억 달러)과 전략적 투자(2천억 달러)를 포함해 총 3천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중 팩트시트에 담긴 전략적 투자 가용 재원은 2천억달러다.

양국은 우선 첫 사업으로 텍사스주 엔시날 지역에 6.472기가와트(GW) 용량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가스복합화력발전소를 건설·운영하는 프로젝트를 확정했다.
총사업비는 223억 달러로 2029년 1단계 상업운전 개시 이후 단계적으로 2032년까지 전체 설비를 가동한다.
이 사업은 글로벌 부동산개발 업체인 릴레이티드 컴퍼니즈와 미국 1위 발전운영사인 넥스트에라 에너지가 주도하고, 텍사스주 천연가스 공급업체인 루이스 에너지 그룹에서 부지·천연가스·용수 등 인프라를 제공한다.
양국은 발전 기자재와 설계·시공, 장기 운영·유지보수 등에 한국 기업의 참여를 확대하기로 했다. 특히 미국은 자국 내 유사 프로젝트에 대해 한국 기업이 터빈을 포함한 한국산 기자재를 공급할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다.
정부는 발전에 따른 변동비를 수요자가 부담하고 발전소는 설비용량 기준 고정요금을 받는 톨링(tolling) 방식 전력공급계약(PPA)으로 수익을 낸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이러한 수익 모델을 기반으로 향후 20년 동안 최소 430억 달러에서 최대 450억 달러 수준의 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한미 양국은 미국 내 대형 원전 8기 건설을 위한 '한미 원전 프레임워크'에도 합의했다.
이 중 최소 2기는 한국형 원전인 APR1400로 지어진다. 비용은 대미투자기금에서 건설비 1천억 달러와 예비비 200억 달러 등 총 1천200억 달러를 투입한다. 서명 주체는 양국 정부와 웨스팅하우스, 한국전력공사, 한국수력원자력이다.
이 중 원전 건설에 필요한 장주기 기자재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양국은 연말까지 100억 달러를 먼저 지급하는 방안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원자로 용기와 증기발생기, 원자로 냉각재 펌프 등이 대상이다.
아울러 한국 기업의 웨스팅하우스 소수 지분 투자도 추진하며 구체적인 조건은 추후 확정할 예정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분율은 5∼10% 수준으로 조율 중"이라며 "한전과 한수원은 재무 부담을 고려해 상징적 수준으로 참여하고 국내 사기업들이 함께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분율을 10% 미만으로 조율하는 것은 웨스팅하우스 측이 한국의 이사회 진입을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이라며 "국내 기업들은 미국뿐 아니라 서유럽 등 웨스팅하우스가 쥐고 있는 제3국 시장 진출까지 염두에 두고 전략적 투자 관점에서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이들 원자로가 미국 오하이오·테네시·사우스캐롤라이나·켄터키주에 지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알래스카 LNG 개발 사업에 대해선 양국이 시각차를 드러냈다.
양국은 팩트시트에 "미국과 한국은 전략적 투자 MOU에 따른 상업적 합리성 및 모든 관련 국내법적 요건의 충족을 조건으로 하여,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대한 검토에 착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한국의 알래스카 LNG 사업 참여를 공식화하며 "알래스카 주민들에게 엄청난 승리"라며 성과를 부각했다.
러트닉 장관은 관련 투자 규모가 500억 달러를 넘길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양국 정부가 공식 문서에서 사업 조건으로 '상업적 합리성'을 전제로 내세웠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참여를 기정사실로 못 박으면서 추후 한미간 협상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로 부상했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향후 사업이 추진될 경우 미국 측은 철강 등 기자재에 대한 관세 인하 혜택을 부여하고 경제성 있는 조건의 장기 LNG 구매계약을 보장하는 한편 한국에 알래스카 LNG 우선 접근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양국은 투자금 회수를 위한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한국이 전체 프로젝트 투자금에 대한 총원리금을 모두 회수할 때까지 5대 5 수익 배분을 유지하고, 원리금 회수가 끝난 뒤에야 미국 측이 90%를 가져가기로 합의했다.
투자 한도 역시 명문화했다. 프로젝트가 추가되거나 사업비가 늘어나도 MOU에서 정한 연간 200억달러, 총 2천억달러를 넘지 않도록 명시해 추가 자금 투입 가능성을 차단했다.
changy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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