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9명 시신 잇따라 발견…정당들, 여성 안전·치안 강화 공약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오는 11월 4일 지방선거를 앞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최근 여성 피살 사건이 잇달아 벌어지면서 치안 문제가 선거 쟁점으로 대두하고 있다.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이 이번 사건에 대해 수사에 모든 역량을 동원하라고 지시한 가운데 각 정당은 정부의 치안 관리를 문제 삼으며 여성 안전과 치안 강화를 내세우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더시티즌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남아공 최대 도시 요하네스버그와 인접한 에쿠룰레니에서는 지난 7월 15일 이후 약 두 달 사이 켐프턴파크 주변 도로 등에서 여성 시신이 잇달아 발견됐다.
에쿠룰레니는 남아공 8개 광역시 중 하나로 요하네스버그와 프리토리아로 향하는 관문인 OR탐보 국제공항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앞서 8세 딸을 둔 엘리자베스 모셀락고모(38)가 퇴근 후 조깅을 하러 나갔다가 시신으로 발견된 사연이 알려지면서 사건이 주목받기 시작해 지난 15일까지 피해자가 7명으로 파악됐지만 이후 2명의 시신이 추가로 확인되면서 모두 9명으로 늘었다. 에쿠룰레니와 이웃한 요하네스버그에서도 여성 시신이 발견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성폭행 흔적이 있거나 옷이 벗겨진 상태로 발견됐지만, 경찰은 아직 9건의 사건이 모두 연관된 사건인지, 연쇄살인범의 소행인지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주 발견된 피해자 한 명과 관련한 사건으로 여성 2명과 남성 1명을 체포했지만, 이 가운데 여성 2명만 전날 기소되고 남성은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기소되지 않았다.

경찰은 해당 사건과 다른 사건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계속 수사한다는 방침이지만, 해당 사건은 이른바 '삼각관계'에서 비롯된 사건이라고 밝혀 다른 사건과 관련 없는 별개 사건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시민들과 정치권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남아공의 고질적인 치안과 여성 안전 문제에 대해 본격적으로 문제 제기하고 있다.
지난 19일에는 달리기 동호인들과 시민 수백명이 모셀락고모가 달리던 코스 등 13㎞를 달리며 여성들이 안심하고 거리를 다닐 수 있게 해달라고 촉구했다.
에쿠룰레니의 종교 지도자들은 이보다 하루 앞서 켐프턴파크에서 열린 추모 행진에서 여성 안전 문제를 진지하게 다룰 지도자를 선택해야 한다며 유권자들에게 "현명하게 투표하라"고 했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라마포사 대통령이 속한 아프리카민족회의(ANC)와 연정을 구성하는 민주동맹(DA)은 경찰이 제공하는 40만랜드(약 3천만원)의 현상금에 더해 사건 해결에 필요한 정보 제공자에게 50만랜드를 추가로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남아공은 중앙정부에서 연정을 구성하더라도 주 정부·지방 정부 단위에서는 연정 여부를 별개로 정하기에 DA는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ANC와 경쟁 관계다.
DA의 조르딘 힐루이스 대표는 이번 지방 선거 운동에서 치안 강화를 주요 의제로 내세웠다.
이에 대해 ANC가 주도하는 하우텡주 정부는 DA가 비극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극좌 성향 정당인 경제자유전사(EFF)의 줄리어스 말레마 대표도 지난 20일 웨스턴케이프주 공약 발표에서 이번 사건을 비난하며 자신들이 대도시 행정을 맡게 된다면 범죄, 여성 살해,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겠다고 공언했다.
군소 정당인 라이즈 음잔시의 송게조 지비 대표는 여성들이 낮에 이동할 수 있도록 탄력적인 근무 시간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요하네스버그, 에쿠룰레니 등 전국 8개 광역도시와 44개 광역자치단체, 205개 기초자치단체의 지방의회 의원을 선출한다. 남아공 선거관리위원회(IEC)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는 13만6천790명의 후보가 출마하며 모두 1만526명의 지방의원이 선출된다.
남아공에서는 시장 등 지방 행정 책임자는 각 지방의회가 구성되면 의회에서 선출한다.
ra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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